[로리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임지봉)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소장 성창익), 민주주의법학연구회(회장 최정학, 민주법연)는 14일 좌담회 “사법행정위원회는 위헌인가 - 민주적 사법개혁을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방향 모색”을 공동 개최했다.

사회는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이 진행했고, 기조발제는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사법행정위원회의 설치안 - 그 반대론에 대한 비판과 함께’를 주제로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서선영 변호사(민변 사법센터), 이국운 한동대 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경열 판사(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가 참여했다.

사진=참여연대

최근 대법원은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특히 의견서에서 대법원은 헌법상의 ‘사법권’은 사법행정권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주장하며, 사법행정위원회에 비법관 위원이 법관위원보다 다수를 차지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밝혔다.

참여연대는 그러나 “좌담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헌법상의 사법권을 사법행정권과 동일시하는 인식은 왜곡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번 좌담회는 법원의 이와 같은 인식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한편, 재판의 독립을 보장하고 사법농단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민주적 사법개혁의 쟁점과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조 발제를 맡은 한상희 교수는 법원조직법 개정에 대해 개헌자문위 안이나 20대 국회에 제출됐던 주광덕 의원안과 안호영 의원안, 대법원 자체 방안, 21대 국회의 이탄희 의원안 등 개혁안들을 두루 비교 평가하며,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수직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권력집중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별개의 사법위원회체제를 구성하고 거기에 사법행정사무를 일임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제도설계라고 평했다.

특히 이탄희안의 경우 국회에 사법행정회의위원 추천위원회를 둬, 추천위 구성에 대법원장과 대통령 모두가 지나치게 개입할 여지를 막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이탄희안에 대해 “사법행정회의 위원 추천기구를 국회에 두는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원리에 따라 사법행정권을 포함한 사법권을 사법부에 부여한 취지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상희 교수는 “사법행정권은 실질적 의미의 사법권이 아니라 행정권에 해당하는 것인 만큼 이런 논의는 전제에서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국회는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 국민의 대의기관이라는 점에서 주요한 공직자 인선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뿐 아니라 헌법적으로 바람직한 체계이고, 이를 두고 권력분립론을 적용하면서 사법에 전속되는 기관의 구성에 국회가 관여하는 것이 불간섭의 원칙에 반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권력분립에 관한 현대적 이해를 무시하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상희 교수는 “사법농단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는 사법행정위원회에 법관이 과반을 차지해서는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법관과 재판의 독립을 침해했던 사법농단의 실행자들이 법원행정처에 파견된 법관들이었음을 지적하면서, 과도기적인 측면에서라도 사법행정위원회에 법관들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교수는 특히 “법원조직법 개정 관련 대법원안이 법관인사운영위원회를 법관만으로 구성하도록 한 것은 법관 인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오로지 법관들에 의해서만 담보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지만, 이는 오히려 법관들 자체가 인사문제에서 공정하지 않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이러한 면에서 법관 전보인사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가하고자 한 이탄희안은 독보적이라고 평가했다.

결론에서 한상희 교수는 “촛불집회 그리고 사법농단 이후의 개혁 논의는 시민사회의 사법에 대한 수요를 민주적이고 효과적으로 수용하고, 시민의 법감정과 정의 의식을 판결에 제대로 반영하는 시스템을 생산해 나가는 데에 집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시민들이 유효하게 참여함으로써 민주적 사법을 구성해낼 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시민의 사법을 만들어나가는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첫 번째 토론자인 서선영 변호사(민변 사법센터 법원개혁소위원장)는 현재 개념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사법행정’이란 결국 ‘사법작용’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행정작용’이기에 본질은 ‘행정’에 있음에도 법원은 사법행정을 사법 그 자체로 해석하며 사법의 독립을 ‘사법행정의 독립’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 변호사는 나아가 사법개혁을 둘러싼 일련의 논의가 비법관위원 숫자의 과반 여부 같은 단편적 문제에 집중해 논의가 공전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쟁점에 대해 이야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기관이 어떻게 해야 재판독립 침해 우려를 배제할 수 있는가,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법관 인사와 전보 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선영 변호사는 이러한 면에서 이탄희 의원안에 대해 “대법원의 입장은 사실상 현 대법원장의 권한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는 발제자 및 토론자와 마찬가지로 ‘재판권’과 ‘사법행정권’은 별개임을 지적하면서, “특별재판부 도입이나 사법농단 관여 법관 탄핵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의 이런 인식으로 사법행정 개혁조차 지지부진해 더 이상 법원이 국민의 신뢰를 요구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대법원장 한명의 권한과 법원행정처에 기대는 현재의 체제를 대신해 별도의 회의체를 만들어야 하며, 그 회의체는 대법원장 한명 중심의 관료적 체제로는 안 되고,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공개적으로 정책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국운 교수는 또한 “대법원 주장대로 사법행정위원회가 법관이 과반이 되면, 차후에 다시 법원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됐을 때, 가령 법관 인사 발령에 대해 어떤 법관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사법행정위원회가 피고가 되는 경우 다시 법원이 재판을 담당하게 될 것이고, 누구도 자신의 사건을 재판할 수 없다는 사법의 기본원칙을 체계적으로 다시 위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박경열 판사(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판사)는 “법원행정처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사법행정위원회 구성방안의 구체적 각론에 들어가면서 중요도의 우선순위에 따라 각 단위의 개정안들이 차이를 보이는 만큼 이런 쟁점들을 두루 검토해 가면서 대안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위원회 비법관위원의 비중에 대해 박경열 판사는 “대법원 안처럼 외부위원을 너무 약소하게 두는 것은 제도 도입의 취지에 맞지 않지만, 이탄희 의원 안처럼 외부위원을 3분의 2 수준으로 두는 것도 ‘정치의 사법화’를 넘어 ‘사법의 정치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법관 사회에 공감대가 넓다”고 전하며 “따라서 법관과 외부위원의 비중을 대등한 비중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탄희안이 사법행정위원회 위원추천위원회를 국회에 둔 것에 대해서는 해당 모델의 경우 대법원장의 권한이 실질적으로 상당부분 분할되는 만큼 굳이 국회에 둘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법관 인사에 대해 박경열 판사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법관 인사는 거의 무조건 2년마다 전보를 가게 돼 있어 세계적 추세로 봐도 과하게 빈번하다”고 비판했다.

박 판사는 “이탄희 의원 안은 사법의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안들을 사법행정위원회 사안으로 하고 있는데, 최기상 의원 안의 경우 법관인사위원회에 배심재판과 비슷하게 시민위원을 참여하게 하는 모델을 도입하고 있어 이러한 방안도 도입해볼만 하다”고 평가했다.

토론자들이 토론을 마친 이후 한상희 교수는 “대법원의 비판의견서가 결국 기존의 사법행정체계를 바꾸는 것을 두려워해 거부하는 것으로, 사법농단 사태와 이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체계를 유지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회를 맡은 임지봉 소장은 좌담회를 마무리하면서 “사법행정이야말로 국민들의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실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고 지적하며 “그러므로 사법행정이 판사들의 특권이나 이해관계를 위한 것이 아니고, 사법행정을 법관에게만 맡겨놔서는 국민의 권리를 구현할 수 없다는 점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평하며 좌담회를 마무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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