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은 3일 “전교조는 국정원의 조직적 범죄행위의 최대 피해조직”이라며 국회에 국정원이 수사권을 갖지 못하도록 국정원법 개정 목소리를 높였다.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권정오 위원장은 “서훈 국정원장에게 사과를 요청했으나, 일체 언급이 없다”며 “국정원이 반성하고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기는커녕 잠시 숨을 죽이고 다시 고개를 쳐들 수 있는 기회만 오기를 바라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국회 정문 앞에서 ‘21대 국회, 국가정보원을 개혁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법 개혁 입법을 촉구했다.

빌언하는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빌언하는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국정원감시네트워크(국감넷)는 민들레-국가폭력피해자와 함께하는 사람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주주의법학연구회(민주법연),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진보연대 등으로 구성된 단체다.

기자회견에 피해자발언을 위해 나온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은 “전교조는 국정원의 공작 아니 조직적 범죄행위의 최대 피해자이고 피해조직”이라며 성토를 시작했다.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4.16가족협의회 장훈 운영위원장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4.16가족협의회 장훈 운영위원장

권정오 위원장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해서 전교조라는 하나의 노동조합을 해산시키기 위해서 조직적 공작을 했고, 조직적 범죄행위를 모의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며 “그리고 최근에 범죄행위의 구체적 증거들이 재판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국정원 문건을 보여주는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은 국정원이 2010년 9월 14일 청와대에 보고한 ‘전교조 무력화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들어 보이며 “문건의 제목은 이렇다. <전교조의 ‘조직 不法단체화’ 회피 전술 조기무력화>라는 문건”이라고 공개했다.

국정원 문건
국정원 문건

권정오 위원장은 “제가 문건의 몇 줄을 읽어보겠다”며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해서 전교조의 움직임, 전교조의 대응 등을 상세하게 기술한 끝에, 국정원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유관부처는 실무협의처를 가동시켜 불법단체화 시기 전략을 강구한다’ 이렇게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교과부는 징계를 지연하고 있는 교육청에 경고하고, 불법단체화 9월 내에 해직조합원을 양산하는 것을 유도하라고 돼 있다”고 전했다.

발언하는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발언하는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권정오 위원장은 “그리고 두 번째는 건전 오피니언 리더를 동원해서, 자기들 말로는 보수언론을 동원해서 전교조의 투쟁 공세의 맞대응으로 조직해체 정당성을 각인하는 여론작업을 하라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권 위원장은 “여기에는 보수단체를 동원해서 전교조 고발대회를 열고, 해직자들의 간부 활동, 이념교육 등 일탈한 행위를 낱낱이 폭로한다고 돼 있다”며 “이것을 통해서 그 당시에 인터넷에, 전교조 관련해 온갖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이런 것들이 결국 국정원의 공작에 의한 것임이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발언하는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발언하는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권정오 위원장은 “그리고 (문건에는) 노조설립 취소 이후에는 전교조가 불법단체임을 강조하고, 유사노조행위를 하는 것을 차단하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다”며 “제가 처음에도 말씀드렸지만, 이와 같은 행위는 공작이란 이름 붙이기도 어려울 만큼 사실은 조직적 범죄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하는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발언하는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또한 권정오 위원장은 “이와 관련된 뉴스가 터져 나온 후에 전교조는 지난 5월 14일 국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서 과거정부 국정원의 일이긴 하지만 현 국정원이 과거 국정원의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자는 의미에서 서훈 국정원장이 사과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일체 사과나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변 조지훈 변호사, 임준우 간사,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민변 조지훈 변호사, 임준우 간사,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권 위원장은 “저는 이러한 국정원의 태도가, 지금 정권이 바뀌고 촛불혁명 이후에 달라진 사회현상 때문에 잠시 숨을 죽이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반성하고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기는커녕, 잠시 숨을 죽이고 다시 고개를 쳐들 수 있는 기회만 오기를 바라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권정오 전교조위원장은 “그래서 국정원법을 개정하고, 그래서 국정원이 수사권을 갖지 못하도록 만들어주는 일, 법률적으로 국정원이 범죄행위를 저지를 수 없도록 강제화하고 제도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권정오 위원장은 “전교조는 2013년부터 국정원의 기획된 해산임무에 맞서 7년 동안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며 “이 투쟁의 한 부분이 국정원을 개혁하고, 그리고 국정원이 범죄행위에 함부로 가담할 수 없도록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저희들의 의지를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마무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은미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여는 발언에 이어,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장 조지훈 변호사가 기조 발언을 했다.

또 국정원의 불법사찰 피해자들이 참여해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증언했다. 피해자 발언으로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과 4ㆍ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장훈 운영위원장(준형이 아빠) 그리고 국정원 프락치 사찰 피해자 대책위원회 임준우 간사가 참여했다.

한편,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이은미 팀장이 다음과 같은 구호를 선창했고, 참가자들이 따라 외쳤다.

“21대 국회는 국정원법을 개정하라”

“마지막 기회다. 국정원을 개혁하라”

“수사권을 폐지하라, 국정원을 개혁하라”

민변 조지훈 변호사, 국정원 프락치 사찰 피해자 대책위원회 임준우 간사,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장훈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민변 조지훈 변호사, 국정원 프락치 사찰 피해자 대책위원회 임준우 간사, 권정오 전교조위원장, 장훈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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