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헌법재판소는 23일 경찰이 살수차로 물줄기가 일직선 형태로 집회에 참여한 백남기씨에게 도달되도록 직사살수한 행위는 생명권 및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돼 위헌이라는 결정을 선고했다. 이른바 물대포.

농민 백남기씨는 2015년 11월 14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직사살수한 물줄기에 머리 등 가슴 윗부분을 맞아 넘어지면서 상해를 입고 10개월 동안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다가 2016년 9월 25일 사망했다.

유족을 대리한 민변은 “경찰의 직사살수행위는 백남기 및 가족의 생명권, 신체의 자유, 인격권, 행복추구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집회의 자유 등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되고, 경찰관직무집행법,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경찰장비관리규칙’의 직사살수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직사살수행위 및 근거법령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2015년 12월 청구했다.

피청구인은 집회 당시 경찰관들을 지휘한 서울지방경찰청장 및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제4기동단장이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사건 당시 경찰이 살수차를 이용해 물줄기가 일직선 형태로 백남기에게 도달되도록 살수한 행위는 백남기의 생명권 및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확인했다.

헌재는 “직사살수는 물줄기가 일직선 형태가 되도록 시위대에 직접 발사하는 것이므로 생명과 신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따라서 직사살수는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히 초래되었고, 다른 방법으로는 위험을 제거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여 이루어져야 한다. 부득이 직사살수를 하는 경우에도, 구체적인 현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봐 거리, 수압 및 물줄기의 방향 등을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로 조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백남기의 행위로 인해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됐다고 볼 수 없어, 직사살수행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오히려 집회 현장에서는 시위대의 가슴 윗부분을 겨냥한 직사살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인명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으므로, 피청구인들로서는 과잉 살수의 중단, 물줄기의 방향 및 수압 변경, 안전 요원의 추가 배치 등을 지시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사건 당시 야간에 비가 오고 있었고, 살수압 제한 장치의 고장으로 물살세기 조절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들은 현장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살수차를 배치한 후 단순히 시위대를 향해 살수하도록 지시했다”며 “그 결과 백남기의 머리와 가슴 윗부분을 향해 13초 동안 강한 물살세기로 직사살수가 계속돼 백남기는 상해를 입고 10개월 동안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받다가 사망했으므로 직사살수행위는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직사살수행위를 통해 백남기가 홀로 경찰 기동버스에 매여 있는 밧줄을 잡아당기는 행위를 억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은 거의 없거나 미약했던 반면, 백남기는 직사살수행위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직사살수행위는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했다”며 “직사살수행위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 백남기의 생명권 및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18년 5월 31일 2015헌마476 결정에서, 최루액을 물에 혼합한 용액을 살수차를 이용해 청구인들에게 살수한 행위(혼합살수행위)가 법률유보원칙에 반해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 및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번 백남기 사건은 살수차를 이용해 물줄기가 일직선 형태로 청구인에게 도달되도록 살수한 행위(직사살수행위)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청구인의 생명권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하면서, 직사살수행위가 헌법에 합치되기 위한 요건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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