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임지봉 서강대학교 교수)는 3월 21일 사법농단에 관여한 법관들의 명단과 징계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거부한 법원행정처의 처분은 헌법의 알권리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은 것으로 위헌임을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18년 11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을 기소했다. 대법원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징계를 청구한 법관 13명 중 8명은 정직 3명, 감봉 4명, 견책 1명의 징계처분과 5명은 재판업무 배제조치를 내렸다.

검찰은 또 2019년 2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영한ㆍ박병대 전 대법관을 기소했다. 추가 수사를 거쳐 2019년 3월 사법농단에 연루된 현직 법관 66명의 명단과 비위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했다. 대법원은 2019년 5월 위 법관 66명 중 10명에 대해 법관징계위원회에 추가로 징계를 청구했다.

2020년 3월 현재 ‘사법농단’ 관련 사건에서 직권남용ᆞ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ᆞㆍ현직 법관은 14명이다.

참여연대는 대법원이 구성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총 410개 파일 중 404개 문건 파일에 대해 2018년 6월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위 정보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에서 정한 ‘감사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 시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라는 이유로 비공개결정 처분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404개 파일이 ‘감사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특별조사단 활동이 마무리돼 사실상 감사가 종료됐으며, 공개시와 비공개시의 보호법익을 형량했을 때 공개로 인해 보장되는 알권리ㆍ사법행정의 투명성 확보ㆍ사법부 신뢰회복 등의 이익이 더욱 크다는 이유로 등을 들어 2018년 6월 28일 정보비공개결정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6행정부(재판장 이성용 부장판사)는 2019년 2월 15일 참여연대가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제기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문건에 관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2018구합 69165)에서 참여연대의 손을 들어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사법농단 관련 문건 정보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그러자 법원행정처(처장 조재연 대법관)는 자신의 비공개결정 처분을 유지하면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2019년 3월 11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문용선 부장판사)는 2019년 6월 13일 참여연대가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 항소심(2019누38399)에서 참여연대의 손을 들어준 1심 판단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참여연대가 공개청구한 문건이 ‘감사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후, “공개 시 향후 감사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며 감사 업무가 완전히 종결됐다고 볼 수 없고, 공개로 보호되는 이익이 비공개로 보호되는 감사업무수행의 공정성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비공개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참여연대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019년 10월 28일 사법농단 문건 404건의 정보공개 비공개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참여연대의 상고를 기각했다.

그런데 참여연대는 사법감시센터 김태일 간사는 위 재판이 진행 중인 2019년 11월 27일 검찰이 대법원에 비위사실 통보한 현직 법관 66명의 명단 및 비위사실, 그리고 징계 회부된 현직 법관 10명의 명단 및 비위사실에 대해 법원행정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런데 법원행정처는 2019년 12월 23일 전부 비공개결정 처분을 내렸다.

이에 참여연대가 이번에 법원행정처의 처분에 대해 ‘알권리 침해’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를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헌법소원 청구서에서 “‘사법농단’의 경우 내부통제에 의한 간섭에 의한 것이므로, 청구인 및 일반 국민들로서는 비위혐의를 받는 법관이 또다시 유사한 사안에 직면했을 경우 법관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대상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비공개처분으로 인해 보호되는 (법관) 인사관리업무 수행의 공정성에 비해 침해되는 알권리 및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매우 중대한 한편, 결과적으로 대상정보는 영원히 비공개됨으로써 소위 ‘사법농단’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와 평가를 불가능하게 하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 회복의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므로, 사법부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 확보라는 공익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비공개처분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결국 이 사건 비공개처분은 비공개사유로 들고 있는 정보공개법의 비공개사유의 적용에 대한 부당성으로 인해 중대한 하자가 있고, 결과적으로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의 알권리 및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헌법소원과 관련, 24일 참여연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태에 관여해 기소된 전ㆍ현직 법관들에 대한 재판이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며, 여전히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사법농단 관여 법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 논의도 지지부진하다”며 “그런 가운데 대법원은 사법농단으로 기소된 법관들을 아직 재판결과가 확정되지도 않았음에도 재판업무에 복귀시켰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사법농단 문건이나 관여한 법관들 명단, 징계 현황 등 정보공개에 대해서도 매우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사법농단 사태로 땅에 떨어진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더욱 회복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2019년 3월 검찰은 사법농단 수사를 마무리하고 전ㆍ현직 법관 14명을 기소하면서 대법원에 사법농단에 관여한 비위법관 66명의 명단을 비위사실과 함께 통보한 바 있다”며 “대법원은 이중 극히 일부만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나머지 법관들은 사실상 불이익도 주지 않은 채 불문에 부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참여연대가 2019년 사법농단 관여 법관 66명의 명단과 비위사실 및 징계 진행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대법원은 연이어 비공개 처분했다.

참여연대는 “재판거래, 법관사찰 등 위헌ㆍ위법한 행위에 가담한 법관들의 명단을 정보공개 청구한 이유는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는 물론, 재판받는 시민들이 자신의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이 사법농단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등을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따라서 이를 거부한 법원행정처의 처분은 국민의 알권리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행 정보공개법은 이번 사례와 같이 행정소송의 주체인 법원이 정보공개의 대상이 되는 경우 그 재판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특별재판절차를 설정해 두고 있지 않으므로 부진정 입법부작위에 따른 위헌성이 있다고 봤다.

참여연대가 법원행정처의 비공개처분에 대해 전심절차인 행정소송이 아닌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된 주요 취지는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및 일선 재판부는 상호간에 인적ㆍ물적 기반을 공유하고 있어, 법원행정처의 비공개처분에 대한 쟁송은 필연적으로 법원행정처로부터 인적ㆍ물적 독립성을 확보해 수행된다고 볼 수 없다”고 봐서다.

또 “대법원장의 지휘를 받는 법원행정처가 이미 직접 정보비공개처분을 했고, 사법농단 404개 문건 정보공개소송 결과에서도 대법원이 같은 취지로 2019년 10월 18일 패소 판결을 확정한 바 있어, 따라서 재판을 통한 비공개처분 취소 및 권리구제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참여연대는 “법원이 지금이라도 사법농단과 관련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사법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제고할 것을 촉구하며, 헌법재판소가 신속하고 엄정한 심리를 통해 결정을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회 또한 사법농단 관여법관에 대해 신속하게 탄핵소추를 발의하고, 제왕적 대법원장 권한 분산 및 사법행정의 민주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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