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상속 4순위에 망인 ‘4촌 이내 혈족’ 규정한 민법 1000조 합헌
헌재, 상속 4순위에 망인 ‘4촌 이내 혈족’ 규정한 민법 1000조 합헌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0.02.2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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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신종철 기자] 헌법재판소는 재산 상속의 순위를 망인의 ‘4촌 이내 혈족’까지로 규정한 민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민법 제1000조 1항은 상속의 순위를 정하고 있다. 1순위 직계비속, 2순위 직계존속, 3순위 형제자매에 이어 4순위로 ‘4촌 이내의 방계혈족’으로 규정하고 있다.

A기금은 2017년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B씨를 상대로 구상금 8200만원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B씨는 이미 2017년 1월 사망했다. 그런데 1순위 법정상속인인 망인(B)의 배우자와 직계비속이 상속을 포기했다. 2순위 법정상속인인 망인의 부모도 사망했다. 3순위 법정상속인인 망인의 형제도 상속을 포기했다.

4순위 법정상속인인 망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중 3촌 이내의 혈족은 모두 사망했다. 이에 기금은 법원에 망인의 외사촌 및 이종사촌으로 피고를 정정해 달라는 당사자표시정정신청을 했다.

이 사건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2018년 5월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4순위 법정상속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4호에 대해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재판부는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에 대해 사실상 피상속인의 적극재산보다 소극재산이 많은 경우에만 상속인이 되도록 강제하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또 “오늘날 국민들이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모두와 왕래하며 교류하는 비율이 낮고, 당사자가 모르고 있는 친족들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이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일률적으로 상속인에 포함시켜 상속채무를 승계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상속인이 될 경우 상속을 포기할 수 있으나,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예기치 않게 민사소송의 피고 등 지위에 서게 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3개월 이내에 상속포기 절차를 진행해야 하며 관련 법률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원의 실무상 생사불명 등의 이유로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또는 정신장애ㆍ구금 기타 궁박한 처지에 놓여 있어 사실상 3개월 이내에 상속포기 등의 절차를 밟을 수 없는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만이 상속포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속인이 돼 망인의 채무를 변제하게 되는바, 이는 지극히 불합리하고 국가의 사회적 약자 보호 의무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달랐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이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가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4순위 법정상속인으로 규정한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4호가 재산권이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위헌심판제청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일률적으로 4순위 법정상속인으로 규정함으로써, 경우에 따라서는 피상속인의 채무를 승계하도록 하거나 상속 포기, 소송 대응 등 상속에 관한 법률관계를 형성하도록 강제한다”고 봤다.

헌재는 “그러나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자신의 개인적 사정이나 피상속인과의 친소(親疏)관계 등 주관적 요소를 일일이 고려해 상속인의 기준을 법률에 규정하기 어렵고, 이러한 요소를 고려해 상속인의 기준을 정할 경우 상속을 둘러싼 법적 분쟁을 사전에 예방한다는 입법취지를 달성하기 어렵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또한 “오늘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등 가족 형태가 다양화됨에 따라 피상속인이 자녀나 배우자, 형제자매 없이 사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상속인이 없는 재산의 경우 법정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국가에 귀속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심판대상조항은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상속인에 포함시켜 혈족 상속을 최대한 보장하고 상속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상속인의 범위에 포함시키되 그 순위를 피상속인의 직계비속ㆍ직계존속 및 형제자매에 이어 4순위로 정하고 있을 뿐,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에게 상속의 효과를 확정적으로 귀속시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헌재는 “그렇다면 입법자가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일률적으로 4순위 법정상속인으로 규정한 것이 자의적인 입법형성권의 행사라고 보기 어렵고, 구체적 사안에서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개인적 사정으로 고려기간 내에 상속포기를 하지 못해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심판대상조항이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도 없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의 재산권 및 사적 자치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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