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9일 “사법농단 관여 법관들의 재판 복귀는 부당하다”며 “국회는 하루 빨리 탄핵소추안 발의를 통해 사법농단 사태 관련 법관 탄핵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날 민변(회장 김호철)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3형사부(재판장 유영근 부장판사)는 2월 13일 피고인 신광렬ㆍ조의연ㆍ성창호에 대한 공무상비밀누설 사건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형사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2월 14일 피고인 임성근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사건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며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사실인정 측면에서도, 법리 전개 측면에서도 부당할 뿐만 아니라, 시민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제 식구 감싸기’식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법원은 피고인 신광렬ㆍ조의연ㆍ성창호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관행’과 ‘직무상 행위로서의 정당성’을 무죄의 이유로 들었다”며 “그러나 영장전담판사가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중요 사건의 영장처리 결과와 함께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수사 진행 상황을 전달한 것이 통상적 관행이었다면, 법원은 오랜 기간 동안 공무상 비밀 누설을 해 왔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법한 관행을 근거로 위법한 행위에 면죄부를 준다면, 위법한 관행은 결코 바로잡힐 수 없다”고 말했다.

민변은 또 “법원은 피고인 임성근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 형사수석부장이었던 피고인의 재판관여 행위는 인정하면서도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는 재판관여행위에 대한 일반적 직무권한이 없으므로, 직권남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된 무죄의 이유로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일반적 직무권한의 범위에 대한 법원의 모순적 판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피고인 임성근의 재판을 담당한 법원은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사법행정사무의 담당에 대해 이는 ‘관행’일 뿐, 법적 근거가 없다는 취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전했다.

민변은 “반면 피고인 신광렬ㆍ조의연ㆍ성창호의 재판을 담당한 법원은 형사수석부장판사가 사법행정업무의 수행을 위해 영장판사로부터 그 처리 결과와 내용을 사후에 보고받는 등의 ‘관행’이 존재한다는 취지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며 “법적 근거가 부족한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사법행정사무 담당이라는 ‘관행’이 정당하다는 것인지, 부당하다는 것인지에 대해, 법원의 판단은 엇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무죄) 판결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은 2월 17일 기소됐던 현직 법관 7명에 대해 재판 업무로의 복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러나 위 현직 법관 7명 중 4명에 대한 재판은 아직 1심 판결 선고만이 있었을 뿐 그 판결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이고, 나머지 3명에 대한 1심 재판은 아직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변 김호철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민변은 “대법원은 애초 사법농단 관여자로 형사소추가 돼 있는 법관이 재판업무를 지속하는 것에 부적절함이 지적되자, 재판업무에서 배제하고 이들을 ‘사법연구’ 업무에 보임했다”며 “그런데 이러한 보임 이유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없음에도, 나아가 법원에서 직무집행 과정에서의 위헌성이 확인된 법관을 포함해, 이들을 섣불리 재판 업무로 복귀하도록 결정을 내린 것은 시민의 사법 신뢰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부적절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변은 “사태 초반부터 시민사회는 사법농단 관여 법관에 대해 형사처벌과는 별도로 탄핵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며 “재판관여 행위의 위헌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나온 상황임을 고려할 때, 국회는 더 이상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관에 대한 탄핵은 법관의 형사처벌이 전제되는 것이 아니며, 법관의 위헌적 행위에 대한 헌법적 관점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국회는 하루 빨리 탄핵소추안 발의를 통해 사법농단 사태 해결에 있어 엄중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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