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대법원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현역 입영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서 2018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 판단기준에 따라 정당한 사유를 인정해 원심 무죄판결을 수긍한 최초의 사례라고 대법원은 전했다.

대법원 청사
대법원 청사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2월 13일 현역입영 통지를 받고도 입영을 거부한 혐의(병역법위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자 A씨에 대한 상고심(2019도9651)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날 다수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6년 11월 육군훈련소에 입대하라는 입영통지서를 수령하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2017년 5월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입영거부에 병역법 제88조 제1항이 규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처벌되지 않는다. 종전 대법원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해 왔다.

그런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1월 1일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새로운 판례(2016도10912)를 정립했다. 전원합의체는 “진정한 양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1심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에 판결을 선고하면서, 종전 대법원 판결에 따라 ‘피고인이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행위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유죄를 인정했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2019년 6월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 판결을 선고하면서,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와 판단기준에 따라 심리한 결과 ‘A씨는 진정한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다’고 판단하고 정당한 사유를 인정해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인정에 따르면 A씨는 어렸을 때부터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부모의 영향을 받아 성서를 공부했고, 2010년 8월 침례를 받아 정식으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돼 신앙에 따라 생활해 왔다.

A씨는 침례를 받은 이후 현재 교회 성원으로서 정기적으로 집회에 참석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전도 및 봉사 활동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종교 활동을 하고 있다.

A씨는 입영통지를 받고 병무청에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양심에 따라 입영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병무청에 보내는 통지문’과 여호와의 증인 신도라는 ‘사실확인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A)의 생활기록부에는 피고인의 성품에 관해 ‘교우관계가 원만하며 리더십이 강하고 정의로운 학생으로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함’이라고 기재돼 있고, 이와 달리 피고인이 성장 과정에서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폭력적인 성향을 보였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A씨는 ‘다시는 전쟁을 배워 익히지도 않을 것이다’,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십시오’ 등 성서 구절의 영향을 받아 살상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스스로의 종교적 신념 내지 양심의 자유에 반해 현역병 입영을 거부하게 됐다고 진술하고 있고, 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당심에서 일관되게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으며, 순수한 민간 대체복무제도가 시행되면 이를 이행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무죄 판단 근거를 제시했다.

항소심의 무죄 판결에 대해 검사가 상고했으나, 대법원도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고 무죄를 확정했다.

무죄 확정으로 A씨는 2019년 12월 31일 신설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체복무요원으로 근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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