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신종철 기자] 법무부(장관 추미애)는 5일 울산시장 등 불구속기소 사건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의 공소장 제출 요청에 대해 공소사실의 요지만 전달하고 공소장 원문 제출을 거부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른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은 전직 청와대 민정수석과 현직 울산시장 등 고위공직자 등 13명이 선거에 개입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법무부는 “공소의 요지 등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 범위에서 공개ㆍ제출하고, 이와 같은 원칙을 철저히 지켜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비공개 사유가 궁색하다”며 “법무부는 국회의 공소장 제출 요청에 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추미애 장관 / 사진=법무부
추미애 장관 / 사진=법무부

먼저 법무부는 입장문에서 “그 동안 공소장 전문을 언론에 공개한 바가 한 번도 없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 전문이 형사재판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언론을 통해 공개돼 온 것은,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잘못된 관행으로 이러한 관행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동안 법무부는 의정 활동과 행정부 감시를 위한 국회에 부여된 자료요구 권한을 존중해 조국 전 장관 사건을 비롯해 국회에서 요구한 공소장 전문을 익명처리한 후 제출해 왔으나, 유감스럽게도 의원실에 제출된 공소장 전문이 그 직후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공개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공소장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에 대해 제기한 공소의 근거가 되는 사실과 죄명, 적용법률 등을 기재한 서면으로,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와 무죄추정의 원칙 등 헌법상 보장된 형사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수소(受訴) 법원에 제출된 공소장은 소송절차상 서류로서 공개 여부는 법원의 고유 권한에 해당하고, 법원행정처도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도 불구하고 소송절차상 서류라는 이유로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그 부본을 송달하는 이외에는 제출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고 이러한 법원의 입장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의 기소로 피고인에게 공소장 부본이 송달되고 재판 절차가 개시되기도 전에 법무부가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 응해 의원실에 제출한 공소장 전문이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공개돼 온 것은 헌법상 보장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 원칙을 비롯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또한 공소사실 전문에 적시된 다수의 사건관계인들에 대하여는 그 공개가 엄격히 금지된 피의사실의 공표와 명예훼손 및 사생활침해에 해당될 여지가 크다는 점 또한 무겁게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법무부는 법원과 국회를 모두 존중하며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과 국회의 권한을 균형 있고 조화롭게 보장하기 위해 공소의 요지 등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 범위에서 이를 공개ㆍ제출하기로 결정했고, 이와 같은 원칙을 이후에도 철저히 지켜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법무부가 내놓은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 보호’라는 비공개 사유는 궁색하기 그지없다”며 “기존 관례와도 어긋나고 국민의 알권리와 이 사건에 대해 판단할 기회를 제약하는 것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이미 기소가 된 사안인 만큼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보호는 법무부가 아니라 재판부의 역할”이라며 “청와대 전직 주요 공직자가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사건관계인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나 피의사실 공표 우려가 국민의 알 권리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참여연대는 “또한 법무부는 훈령에 불과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들었으나,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국가기관은 ‘군사ㆍ외교ㆍ대북 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발표로 말미암아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서류 등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며 “법무부의 비공개 결정은 국회와 법률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공소장 공개는 잘못된 관행이라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나, 그런 판단은 일개 부서의 장인 법무부장관이 아니라 국회증언감정법의 개정권을 가진 국회가 입법의 형식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선거개입 의혹 사건은 전직 청와대 고위공직자와 현직 울산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중대한 사건이다. 반대로 검찰이 봐주기로 묻어두었던 사건을 무리하게 표적수사하고 기소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사실관계 등은 그 동안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충분히 공개되지 않아 중대한 범죄가 있었는지,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하고 기소했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며 “어차피 재판이 시작되면 공개될 사안이고, 이미 기소가 된 수사결과라는 점에서 국회와 국민에게 공개해 사건의 실체는 물론 검찰 수사 자체에 대해서도 국민이 직접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최종적으로는 법원이 엄정하게 판단할 사안으로 법무부가 나서 공소장 공개를 막을 사안도 아니고 감출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이미 일부 언론사는 공소장을 입수해 관련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며 “법무부는 국회의 공소장 제출 요청에 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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