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약식명령 불복해 정식재판 청구한 여성에 ‘반성 없다’ 벌금 10배
법원, 약식명령 불복해 정식재판 청구한 여성에 ‘반성 없다’ 벌금 10배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0.01.07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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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신종철 기자]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40대 여성에게 법원이 자신의 억울함만을 하소연할 뿐 반성하지 않고 있다면서 약식명령 벌금의 10배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검찰의 범죄사실과 법원에 따르면 A씨(40대)는 작년 3월 B씨로부터 “계좌에 입출금을 반복해 거래실적을 올려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승낙해 자신의 통장계좌를 사진 촬영해 보내줬다.

컨설팅의 팀장이라는 B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자다. B씨는 전화금융사기를 통해 C씨로부터 500만원을 A씨의 통장계좌로 송금 받았다. B씨는 피해자들을 속여 A씨의 계좌에 돈을 이체하게 했다. 피해자는 13명이었고, 피해금액은 2억원이 넘었다.

A씨는 자신의 계좌에 송금된 돈으로 B씨가 지시하는 대로 백화점상품권을 구매해 지시받은 사람에게 전달했다. A씨는 보이스피싱 사기 혐의로도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리됐다.

검찰은 A씨에게 금융실명법위반의 방조죄로 벌금 1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법원은 검사의 구형에 따라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발령했다.

그런데 A씨가 이에 불복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A씨는 “B씨가 나의 계좌를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사용할 것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정식재판을 담당한 재판부는 피해자 수가 많고 피해금액도 거액이며 피고인이 자신의 억울함만 하소연할 뿐 제대로 반성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약식명령 벌금의 10배 상당액을 벌금형으로 선고했다.

대구지방법원

대구지방법원 형사5단독 김형한 부장판사는 최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금융실명법위반죄) 방조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김형한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B로부터 들은 내용은 ‘피고인의 계좌에 입출금을 반복해 거래실적을 올려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주겠다’는 것으로, B가 피고인의 계좌에 자신의 돈을 입금하고, 피고인이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돈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해 B가 지시하는 사람을 만나 전해주는 방식으로 허위의 거래실적을 만들고, 이를 금융기관에 제시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이를 피고인에게 주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달리 표현하면, 가장된 허위의 계좌입출금 거래내역을 만들고, 이를 진실한 거래내역인 것처럼 금융기관에 제출해 이에 속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겠다는 것인데, 이러한 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자신의 계좌가 이용되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유 없다”고 지적했다.

김형한 부장판사는 “B는 피고인에게 금융기관을 속여 대출금을 편취해서 피고인에게 주겠다고 제안했고, 이후 보이스피싱 피해자 13명을 속여 피고인의 계좌에 2억원이 넘는 금원을 송금했으며, 피고인은 이 돈으로 B가 지시하는 대로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한 다음 B가 지시하는 사람을 만나 상품권을 넘겨주었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결국, 피고인은 B의 사기범행제안에 동의해 B에게 자신의 계좌 정보를 알려 준 것뿐만 아니라 그 계좌에 입금된 보이스피싱 피해금(사기죄의 피해금)을 인출해 사기범에게 넘겨준 셈”이라며 “피해자 수가 많고, 피해금액이 거액인 점에 비추어 피고인의 죄책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형한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미용실을 운영하는 40대 여성으로서, 일반적으로 피고인과 같은 경력과 연령의 사람이 B의 위와 같은 설명을 듣고 이에 따른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라며 “잘 알지 못하는 ‘대출을 중개하는 사람’임을 자처하는 사람(B)이 대출이 필요한 사람의 계좌(피고인의 계좌)에 2억원이 넘는 돈을 입금해 준다는 것은 비상식적이고, 조금의 사려만 있더라도 이러한 행위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알 수 있고,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면 이에 관한 의문을 품고 타인에게 상의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의 행동방식”이라고 봤다.

김 부장판사는 “또한, 통장거래내역을 조작해 거래실적을 만들어 대출을 받는다는 말의 의미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타인을 속여 금품을 편취하는 일이라는 점을 모를 수가 없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아무런 의문을 가지지 못했다며 자신의 억울함만을 하소연할 뿐, 자신의 행동으로 발생한 피해자들의 피해에 대하여는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며 “이런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고인에 대한 약식명령의 벌금은 지나치게 가벼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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