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과실로 가수 신해철씨를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수술 집도의에게 대법원이 징역 1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서울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는 2014년 10월 17일 자신의 병원에서 가수 신해철씨를 상대로 복강경을 이용한 위장관유착박리 수술을 했다.

그런데 수술 후 강한 통증을 호소하는 등 신해철씨에게 복막염 등이 발생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A씨는 단순히 수술에 따른 통상적 회복과정인 것처럼 판단해 신해철씨에게 필요한 적절한 진단과 처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신해철씨는 열흘 뒤인 10월 27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범발성복막염에 의한 심낭압전에 따른 저산소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A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A씨는 2014년 12월 국내 의사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의료계 해명자료’란 제목으로 글을 올리면서 이 사건 수술과 과거 수술 이력, 관련 사진과 같은 신해철씨의 개인정보를 임의로 게시한 위료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1심인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이상윤 부장판사)는 2016년 11월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의사 A씨에게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의료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금고는 징역과 같이 교도소에 수감되지만, 강제노동은 하지 않는 형벌을 말한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재판장 윤준 부장판사)는 지난 1월 30일 업무상과실치사ㆍ업무상비밀누설ㆍ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 대해 1심 형량을 깨고,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사건은 의사 A씨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의사인 피고인에게 수술 후 피해자에게 발생한 복막염에 대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해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진단과 처치를 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또 구 의료법상 누설하지 말아야 할 ‘다른 사람의 비밀’에 ‘사망한 사람의 비밀’도 포함되는지 여부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5월 11일 가수 신해철씨의 수술을 집도했다가 사망에 이르게 하고 진료기록 등을 인터넷에 공개한 의사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의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수술 이후 피해자가 강한 통증을 호소했고, 흉부 엑스레이 사진 상 종격동기종과 심낭기종의 소견이 확인됐으며, 피해자에게 고열, 메슥거림, 심한 복통, 높은 백혈구 수치, 빈맥 증상 등이 있었던 점에 비추어 의사인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에게 복막염이 발생했다는 점을 예견하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봤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복막염을 예견해 이에 필요한 적절한 치료를 하거나 그러한 조치를 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키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에게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술 후 피해자에게 발생한 복막염에 대한 진단과 처치를 지연함으로써 피해자가 제때 필요한 조치를 받지 못했으므로, 피해자의 사망과 피고인의 과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의료법상 의료인에게 의료과정에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지 못하게 한 것은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이로써 국민의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높여 수준 높은 의료행위를 통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한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이와 같이 형성된 신뢰관계는 환자가 사망한다고 하여 그 본질적인 내용이 변하는 것은 아니므로, 의료인은 환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여전히 환자의 비밀을 누설하지 말아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의료정보와 같은 환자의 비밀은 원칙적으로 공개되어서는 안 될 비밀스러운 생활영역으로서 보호되어야 하고, 이러한 보호의 필요성은 사람이 사망했다고 곧바로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고 봐야 하는데, 이러한 점은 의료법의 해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의사에게 일반적인 의학 수준, 의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이를 회피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종전 판례의 내용을 재확인하면서, 이 사건에서는 의사인 피고인이 그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과 이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 사례”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의료인에게 비밀누설금지 의무를 부과해 의료인과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높인다는 공공의 이익이 있다는 점과 사람이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의료정보와 같은 비밀스러운 생활영역이 원칙적으로 보호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근거로, 의료법상 누설하지 말아야 할 ‘다른 사람의 비밀’에 ‘사망한 사람의 비밀’도 포함된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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