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청주시의원 선거 공천을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이른바 ‘공천헌금’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기중 충북도의원에게 대법원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임기중 도의원은 받은 돈을 도당위원장에게 전달하기 위한 단순 심부름꾼이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됨에 따라 임기중 도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과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전 청주시의원)는 2018년 4월 16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사무실이 위치한 청주시 청원구의 한 빌딩 앞 주차장에 세워진 승용차 안에서 임기중 충북도의원에게 “제7회 지방선거 청주시의회 의원선거 관련 공천을 도와달라”며 현금 2000만원을 제공했다.

그런데 며칠 뒤 임기중 도의원은 A씨에게 공천이 힘들다면서 받은 돈을 돌려줬다. 이른바 ‘공천헌금’은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A씨가 폭로했다.

검찰은 이로써 A씨는 정당이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금품을 제공하고, 임기중 충북도의원은 그 제공을 받았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공직선거법 제47조의2(정당의 후보자추천 관련 금품수수금지) 누구든지 정당이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하여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 또는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제공을 받거나 그 제공의 의사표시를 승낙할 수 없다.

폭로한 A씨는 범행사실을 모두 자백했고,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임기중 충북도의원은 A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특별당비로 충북도당 위원장에게 전달하기 위해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자신은 ‘심부름꾼’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민주당 도당위원장은 이 돈을 받지 않았다.

1심인 청주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소병진 부장판사)는 지난 2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기중 충북도의원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단순히 심부름을 하기 위해 금품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임기중 도의원과 검사가 각각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인 대전고등법원 청주제1형사부(재판장 김성수 부장판사)는 지난 5월 양측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단순한 전달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공직선거법 입법취지 등을 고려할 때 금품을 제공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단순 심부름꾼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임기중 충북도의원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의 판단도 하급심과 같았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7월 2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기중 충북도의원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임기중 도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는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제공’은 반드시 금품을 ‘상대방에게 귀속’시키는 것만을 뜻하는 것으로 한정 해석할 것은 아니고, 중간자에게 금품을 주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중간자가 단순한 보관자이거나 특정인에게 특정금품을 전달하기 위해 심부름을 하는 사자(使者)에 불과한 자가 아니고 그에게 금품배분의 대상이나 방법, 배분액수 등에 대한 어느 정도의 판단과 재량의 여지가 있는 한 비록 그에게 귀속될 부분이 지정돼 있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제공’에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당 후보자 추천 단계에서부터 금권의 영향력을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공명정대한 선거를 보장하고자 하는 공직선거법 제47조의2 제1항의 입법 취지와 규정 형식, 공직선거법의 다른 규정 등을 고려하면, 대법원 판결의 법리는 공직선거법 제47조의2 제1항의 ‘제공’의 의미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금품제공자이자 1심ㆍ2심 공동피고인인 A의 법정진술은 신빙성이 있다”며 “A의 1심ㆍ2심 법정진술을 포함해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A로부터 공소사실과 같이 2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고, 당시 피고인에게는 위 돈을 충북도당위원장에게 전달할지 여부, 금액, 방법 등에 관한 판단과 재량의 여지가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단순히 위 돈을 전달하기 위한 ‘심부름꾼’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에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공보관실은 “원심의 사실인정 및 ‘정당의 후보자추천 관련 금품수수’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죄에서의 ‘금품 제공’에 관한 법리해석을 수긍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