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참여연대는 “국회에서 반복되는 소모적 정쟁”은 별개로 “적어도 청와대가 인사검증을 소홀히 해 후보자의 도덕성ㆍ공직윤리 논란이 발생하는 것은 예방할 필요가 있다”며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제안했다.

또한 인사청문회 과정을 거쳐 임명하는 고위공직자 후보자는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이 1차로 인사검증을 실시한 후에, 외부인사 참여로 구성된 ‘검증위원회’가 비공개로 2차 검증절차를 거치도록 해 청와대 외부의 시각이 일부 반영되게 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제안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소장 이광수 변호사)는 5일 ‘문재인 정부 2년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평가 및 제안’ 이슈리포트를 발표하면서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3월~ 4월에 진행된 국무위원,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과정에서 몇몇 후보자들에게서 공직윤리 논란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현재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의 문제점 진단과 개선방안 제안을 위해 작성됐다.

참여연대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정책 질의를 중심으로 합리적인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위공직 후보자의 도덕성, 공직윤리 부분에 대한 사전검증을 강화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참여연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년 동안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주요 고위공직 후보자(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위원, 행정부 소속 공공기관장) 59명 중 최종 임명된 사람은 52명이고, 임명되지 못한 사람은 7명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 고위공직에 지명됐으나 결국 임명되지 못한 후보자 중 1명은 국회 임명동의안 부결로 임명되지 못했고, 자진사퇴한 후보자가 5명, 공직자 자질 논란에 끝에 후보 지명이 철회된 경우가 1명이 있었다.

국회에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음에도,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를 통해 임명된 고위공직자는 13명이었다.

참여연대는 “국회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임명동의안 부결로 인해 임명되지 못한 1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6명은 재산형성 과정에서의 논란, 허위 혼인신고서 제출, 음주운전, 임금체불 의혹, 종교ㆍ가치관 문제, 연구윤리 문제 등 문제가 논란이 돼 자진 사퇴하거나 지명 철회된 경우다”라고 밝혔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 고위공직자 52명에게서도 학교 배정 관련 위장전입, 재산축적 과정에서의 논란, 이해충돌, 세금 미납 등 다수의 문제 사례가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전 대통령 공약에서 ‘병역기피, 부동산 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에서 배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후 첫 고위공직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5대 비리에 해당됨에도 공직 후보자로 지명된 경우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첫 인사청문회 이후 인사검증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서’ 질문 문항을 확대해, 7대 비리(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등)를 중심으로 한 인사검증 기준을 개편하고, 인사수석실 산하 인사자문회의 구성 등 인사검증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여기에다 음주운전, 불법적 재산증식, 미투운동 관련 사항, 사외이사 재직 시 논란이 될 의사결정 참여 여부, 정치후원금 사용, 외유성 출장 여부 등 새로운 검증 항목을 추가했다.

청와대가 이렇게 인사추천 및 검증을 내실화하기 위한 개선안을 내고 실행하고 있지만 인사검증 절차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고위공직 후보자의 도덕성, 공직윤리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국회 여야의 정치적 갈등에 따라 공직 후보자의 의혹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경우도 있으나, 공직윤리의 측면에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인사가 지명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청와대의 책임도 작지 않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 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7월 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 사진=청와대

참여연대는 문재인 정부 2년간의 인사검증을 살펴본 결과,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짚었다.

참여연대는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됐던 문제들에 대응해 인사검증 항목 및 고위공직 임명 가이드라인을 7대 비리를 중심으로 수정ㆍ구체화하고 사전 질문서(검증항목)를 개편한 점, 인사자문회의 구성 등 인사추천 및 검증을 내실화하기 위한 개선안을 내고 실행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청와대가 과거와 같이 국가정보원, 정보경찰의 인사자료(소위 ‘존안자료’)를 인사검증 자료로 사용하지 않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여러 문제점도 짚었다.

첫째,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검증이 고위공직자 임용의 최소 기준인 7대 비리 기준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해충돌 여부는 7대 비리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중요한 검증항목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그에 따라 방산업체로부터 고액 자문료를 받고 활동한 국방부장관 후보자, 영화산업ㆍ방송콘텐츠 독과점이 우려되는 사기업의 사외이사로 재직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 등이 지명됐다.

이외에도 몇몇 후보자들은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6500만원까지 종합소득세, 증여세 등을 늑장 납부했음에도 7대 비리 기준 상 세금 탈루에 해당하지 않아 공직 후보자로 지명되는데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세금 탈루는 고위공직자 임명에서 분명 결격사유이지만, 세금체납 사실이 있어도 고위공직 후보자로 지명되는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둘째, 임용예정 직무와 관련된 공직윤리 사항에 대한 검증이 미흡했다는 점을 꼽았다.

임금체불 논란이 불거진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의 사례는 정부 출범 초에 있었던 것으로 예외로 한다고 해도, 가장 최근인 2019년 상반기 개각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돼 중도 사퇴한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 연구윤리와 관련된 논란으로 지명이 철회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사례가 있었다고 제시했다.

셋째, 7대 비리 외의 검증 항목에서는 인사검증을 통과하거나 탈락하는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참여연대의 정보공개청구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각 인사검증 항목별 통과 또는 탈락기준이 무엇인지를 비공개했고, 인사검증의 절차와 매뉴얼도 알려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청와대의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를 보면, 인사검증 항목은 청와대가 7대 비리 기준 외에도 후보자의 재산ㆍ수입, 상속ㆍ증여, 납세, 이해충돌, 직무윤리, 사생활과 도덕성 등 폭넓은 영역을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충돌이 우려되거나 직무와 관련된 공직윤리 영역에서 논란이 예상되는 인사가 지명됐다.

참여연대는 “결국 다양한 검증 항목과 검증시스템이 마련돼 있어도 7대 비리 외 나머지 항목에 대한 검증은 인사의 결정적 고려 요소로 삼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일관된 기준에 따라 인사검증 절차ㆍ강도ㆍ기간 등이 진행될 필요가 있으므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인사검증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가 인사검증 법안 제정을 대안으로 제시한 이유는, 여야 대립에서 비롯하는 과도한 의혹 제기와 정쟁은 정치적 차원의 해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청와대가 인사검증을 소홀히 해 후보자 도덕성 논란이 발생하는 것은 예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참여연대는 ‘외부기관과 인사가 참여ㆍ협력하는 인사 검증’도 인사검증 개선 방안으로 제안했다. 이는 인사검증에 외부의 시각이 반영되게 하여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의 객관성을 높이고,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고 검증이 철저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참여연대는 우선 현재 구성된 인사자문의의 전문가 풀을 더욱 잘 활용하는 방안을 주문하고, 더 나아가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검증위원회가 1차 인사검증 기관에 의한 사전검증에 이어 2차 검증을 맡는 방안도 제시했다.

참여연대는 “오는 8일 예정된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가 끝나도 대통령의 고위공직자 후보자 지명은 계속된다. 공석인 공정거래위원장을 새로 지명하는 것은 물론 법무부장관 등을 교체하는 개각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라며 “고위공직자 인사가 정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지는 못할망정 도덕성이나 공직윤리 논란으로 정부의 발목을 잡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더욱 철저한 사전 인사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이슈리포트 발표 이후에도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강화하는 제도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