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비의료인인 간호조무사에게 ‘전염성 연속종(물사마귀)’의 제거 시술을 하도록 지시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에게 1심 법원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무죄로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만 3세의 아동 환자는 2016년 6월 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 증상으로 의사 A씨에게 처음 진료를 받았고, 그해 9월 같은 증상으로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A씨는 이 환자에 대해 두 차례의 진료를 실시한 결과 ‘전염성 연속종’으로 진단했고, 환자 및 전염성 연속종의 상태 등을 고려할 때 큐렛을 사용한 제거 시술만으로도 해당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고 봐 간호조무사 B씨에게 시술을 지시했다.

B씨는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한 후 2015년 5월부터 이 시술을 실시할 무렵까지 1년 4개월 간 병원에서 근무했다.

작년 8월 1심 재판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 대해 “시술 자체가 간단하며, 간호조무사가 시술했다고 곧바로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전염성 연속종을 제거하는 시술은 의료행위에 해당함에도, 의사인 피고인이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로 하여금 환자의 왼쪽 다리에 있는 전염성 연속종을 제거하는 시술을 하도록 한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주장했다.

검찰은 “이 시술은 처벌대상인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함에도, 간호조무사에게 시술을 지시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비의료인인 간호조무사가 이 시술을 할 수 있는지 여부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노현미 부장판사)는 최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A씨에 대한 항소심(2018노334)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 시술은 의학적 전문지식에 바탕한 질병의 치료행위 내지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의료법 제27조 1항에 규정된 의료행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사는 의료인인 간호사에게 진료의 보조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할 수 있다. 한편 간호조무사는 의료법상 의료인에 해당하지 않으나, 간호조무사는 간호사가 할 수 있는 간호업무를 보조하거나 진료보조 업무를 담당할 수 있다”며 “따라서 의사는 비의료인인 간호조무사에게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 진료의 보조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시술은 성격상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가 아닌 간호사 내지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적절한 지도ㆍ감독 하에 진료보조 행위로서 수행가능한 업무 영역에 포함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의료도구인 큐렛을 이용한 이 시술과 같이 전염성 연속종을 제거하는 구체적인 시술 자체는, 의학적 관점에서의 재량적 판단이나 전문적 기술을 요하지 않는 비교적 단순한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염성 연속종을 제거하는 시술은 일반적으로 두 손가락으로 해당 부위를 벌려 팽창되었을 때 큐렛을 이용해 제거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며, 한 개의 전염성 연속종을 제거하는 데 5초 이내의 매우 짧은 시간만이 소요된다.

전염성 연속종의 병변은 이차적인 박테리아 감염이 없는 이상 흉터 없이 저절로 치유되고, 의료인의 관여 없이 테이프 등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제거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관찰된다.

큐렛을 사용한 전염성 연속종 제거 시술은 비교적 안전해 피부표면의 양성병변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다른 방법에 비해 비교적 효과적이고 안전한 시술로 보고되고 있다.

재판부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진료의 보조를 함에 있어서는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가 현장에 입회해 일일이 지도ㆍ감독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가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ㆍ감독만을 하는 것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이는 보조행위의 유형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 그 행위의 객관적인 특성상 위험이 따르거나 부작용 또는 후유증이 있을 수 있는지, 당시의 환자 상태가 어떠한지,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의 여러 사정을 참작해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술은 전문적인 의학적 판단이나 기술을 요하지 않는 간단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후유증 내지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환자가 시술 이후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호소한 바 없고, 피고인이 운영하는 병원에 내원한 다른 환자의 경우에도 전염성 연속종 제거 시술 후 부작용 등이 발생했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간호조무사 B씨는 일정기간 동안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내지 간호사, 혹은 선배 간호조무사들이 실시하는 전염성 연속종 제거 시술을 참관하거나 시술 방법을 지도받는 등으로 교육을 받았고, 소정의 교육기간이 지난 후에는 피고인 등 소속 의사의 지시에 따라 다수의 환자들을 상대로 큐렛을 이용해 직접 전염성 연속종 제거 시술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결국 이 시술은 의사인 피고인의 일반적 지도ㆍ감독 하에 간호조무사에 의해 진료보조 행위의 일환으로 실시됐다고 보여 의료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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