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호 헌법재판관 “헌재 결정 선고되면, 재판관이 역사의 심판” 퇴임사 전문
조용호 헌법재판관 “헌재 결정 선고되면, 재판관이 역사의 심판” 퇴임사 전문
  • 신혜정 기자
  • 승인 2019.04.1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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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조용호 헌법재판관이 18일 임기 6년을 마치고 퇴임했다. 1978년 사법연수생으로 시작으로 판사와 재판관 등 41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퇴임식은 이날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 그리고 전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조용호 헌법재판관 퇴임식(사진=헌법재판소)
조용호 헌법재판관 퇴임식(사진=헌법재판소)

조용호 재판관은 퇴임사에서 “언제나 날선 헌법적 감각과 신독(愼獨)하는 자세, 균형 잡힌 시각과 열린 마음으로 헌법재판에 임하고자 했다”며 “국가권력을 통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한편,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라는 헌법 전문(前文)의 정신을 늘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조 재판관은 “‘입법부 또는 행정부가 헌법을 위반하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지만 재판관이 이를 승인하면 이는 헌법의 원칙으로 된다’는 경구(警句)를 되새기면서, 입법 또는 행정의 목적이 선의(善意)에 기인한다거나 ‘더 높은 정의를 위하여’라는 명분을 경계했다”고도 했다.

그는 “그래서 과잉금지 심사를 함에 있어서는 다수의 사건에서 입법목적의 정당성부터 의심해 보았고, 법익의 균형성과 관련해서는 무엇이 공익이고, 공익과 사익의 비교는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할 것인지에 대하여 보고연구관들과 자주 토론을 하면서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조용호 재판관은 “우리 헌법의 궁극의 이념인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실천 원리인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시장경제 등의 헌법질서와 가치를 헌법재판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천착하면서, 법논리의 전개뿐만 아니라 당해 사안의 본질적인 문제를 깊이 성찰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조 재판관은 “최종적으로 결정문을 작성함에 있어서도 폭넓은 설득력과 미래에도 생명력을 가진 균형 잡힌 결정문을 작성하고자 노력했다”며 “법정의견을 집필하든 소수의견이나 반대의견을 집필하든 무미건조한 법논리만의 전개에 그치지 않고 저 나름의 멋내기 등 새로운 시도도 해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선고되면 이제는 재판관이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된다”며 “6년 동안 내린 많은 결정에 대해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두려움이 앞서는 한편, 이제는 그 무거운 짐을 벗는다는 홀가분한 느낌도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꽃다발을 받는 조용호 헌법재판관(사진=헌법재판소)
꽃다발을 받는 조용호 헌법재판관(사진=헌법재판소)

조용호 재판관은 “재판소 가족 한분 한분이 헌법 수호의 의지를 가지고 지금까지 해오신 대로 헌신한다면, 헌법재판소는 계속해서 국민으로부터 최고의 신뢰를 받는 국가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마무리했다.

한편, 조용호 헌법재판관은 지난 4월 12일 낙태죄에 대한 위헌소원 심판사건 등의 심리를 끝으로 재판관 임무를 마무리했다. 조 재판관은 이종석 재판관과 “우리는 자기낙태죄 조항 및 의사낙태죄 조항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합헌의견을 제시했으나 소수에 그쳤다.

조용호 재판관은 “지금 우리가 자기낙태죄 조항에 대한 위헌, 합헌의 논의를 할 수 있는 것도 우리 모두 모체로부터 낙태당하지 않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태아였다” 또 “낙태는 자유로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에 어긋나는 생명침해행위이다. 태아가 모체의 일부라고 하더라도 임신한 여성에게 생명의 내재적 가치를 소멸시킬 권리, 즉 태아를 적극적으로 죽일 권리가 자기결정권의 내용으로 인정될 수는 없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헌법재판소 조용호 재판관 퇴임사 전문>

사랑하는 재판소 가족 여러분!

제가 1978년 사법연수생으로 시작한 41년간의 공직생활을 오늘 헌법재판관으로 마감할 수 있게 되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헌법재판관으로서 명예롭게 퇴임할 수 있는 것은,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사무처 직원들과 비서실 직원들이 열과 성을 다하여 도와주셨기 때문이고, 뛰어난 능력과 우수한 자질을 갖춘 헌법연구관들이 많은 지혜를 빌려주었기 때문이며, 동료 재판관님들의 풍부한 경륜과 재판소의 사명에 대한 굳은 신념을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평생을 공직자의 아내로서 함께 조심스럽게 살아오면서 저의 건강과 가정을 지켜주신 아내 안혜영 님께 이 자리를 빌어 깊이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두 딸 혜원아, 현정아! 너희들이 있어서 행복했고 너희들이 바르고 건강하게 성장해주어서 고맙다.

존경하는 재판소 가족 여러분!

“취임사는 꿈으로 쓰고 퇴임사는 발자취로 쓴다”고 합니다. 돌이켜보니 저는 부끄럽게도 특별히 발자취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재판관으로 재직하면서 지향해왔던 바를 말씀드리는 것으로 부족한 발자취에 갈음하고자 합니다.

저는 취임사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언제나 날선 헌법적 감각과 신독(愼獨)하는 자세, 균형 잡힌 시각과 열린 마음으로 헌법재판에 임하고자 하였습니다. 국가권력을 통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한편,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라는 헌법 전문(前文)의 정신을 늘 염두에 두었습니다.

‘입법부 또는 행정부가 헌법을 위반하는 것은 하나의 사건이지만 재판관이 이를 승인하면 이는 헌법의 원칙으로 된다’는 경구(警句)를 되새기면서, 입법 또는 행정의 목적이 선의(善意)에 기인한다거나 ‘더 높은 정의를 위하여’라는 명분을 경계하였습니다. 그래서 과잉금지 심사를 함에 있어서는 다수의 사건에서 입법목적의 정당성부터 의심해 보았고, 법익의 균형성과 관련해서는 무엇이 공익이고, 공익과 사익의 비교는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할 것인지에 대하여 보고연구관들과 자주 토론을 하면서 고민하였습니다.

우리 헌법의 궁극의 이념인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실천 원리인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시장경제 등의 헌법질서와 가치를 헌법재판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천착하면서, 법논리의 전개뿐만 아니라 당해 사안의 본질적인 문제를 깊이 성찰하고자 하였습니다.

최종적으로 결정문을 작성함에 있어서도 폭넓은 설득력과 미래에도 생명력을 가진 균형잡힌 결정문을 작성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법정의견을 집필하든 소수의견이나 반대의견을 집필하든 무미건조한 법논리만의 전개에 그치지 않고 저 나름의 멋내기 등 새로운 시도도 해보았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선고되면 이제는 재판관이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6년 동안 내린 많은 결정에 대하여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두려움이 앞서는 한편, 이제는 그 무거운 짐을 벗는다는 홀가분한 느낌도 있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재판소 가족 여러분!

재판소 가족 한분 한분이 헌법 수호의 의지를 가지고 지금까지 해오신 대로 헌신한다면, 헌법재판소는 계속해서 국민으로부터 최고의 신뢰를 받는 국가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능력과 자질, 그리고 열정을 믿습니다. 퇴임 이후에도 저는 늘 여러분들을 성원할 것입니다. 우리 재판소의 무궁한 발전, 그리고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근무한 6년이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2019. 4. 18. 헌법재판관 조용호

[로리더 신혜정 기자 shin@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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