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4월 26일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경우 필요한 때에는 타인의 주거 등 내에서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도록 한 형사소송법 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은 집행부의 주도로 2013년 12월 9일부터 ‘철도산업 발전방안 철회’를 요구하는 대정부 파업을 진행했다. 이에 한국철도공사는 철도노조 집행부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집행부 10여명이 경찰의 소환조사요구에 불응하자 2013년 12월 16일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경찰은 2013년 12월 22일 09:00경부터 11:00경까지 사이에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민주노총이 입주한 경향신문사 건물 1층 로비 출입구와 민주노총 사무실 출입문을 부수고 수색했으나, 이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A씨 등은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피의자 수색 과정에서 철도노조 소속 조합원 등 수백 명과 공모 공동해 다중의 위력을 보이고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상태로 경찰관들을 폭행ㆍ협박해 그들의 체포영장 집행에 관한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A씨는 항소심 계속 중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피의자 수색의 근거가 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2에 관한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그 신청이 기각되자, 2015년 10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형사소송법 제216조(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강제처분)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200조의2ㆍ제200조의3ㆍ제201조 또는 제212조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없이 다음 처분을 할 수 있다.

1. 타인의 주거나 타인이 간수하는 가옥, 건조물, 항공기, 선차 내에서의 피의자 수사

이와 관련, 헌재 전원재판부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1호 중 제200조의2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법률조항은 2020년 3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 내에서 피의자 수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별도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구별하지 않고 피의자가 소재할 개연성이 있으면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은 인정되나, 수색에 앞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헌법 제16조의 영장주의 예외 요건을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를 체포하기 위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는 경우에 피의자가 그 장소에 소재할 개연성만 인정되면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그 효력을 즉시 상실시킨다면, 수색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해 피의자를 체포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이를 허용할 법률적 근거가 사라져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2020년 3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고 합헌적인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할 때까지 심판대상조항이 계속 적용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다만 심판대상조항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이 소명되고, 그 장소를 수색하기에 앞서 별도로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헌재는 이번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6조의 영장주의 예외 인정의 필요성 및 그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는 한편,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 체포를 위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는 경우 별도의 수색영장 없이 수색할 수 있는 예외사유로서 ▲피의자가 그 장소에 소재할 개연성이 인정되고,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함으로써,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분명히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을 통해 영장주의와 관련한 향후 헌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을 다음과 같이 명확히 제시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은 근본적으로 헌법 제16조에서 영장주의를 규정하면서 그 예외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아니한 잘못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것이다. 현행범인 체포, 긴급체포, 일정 요건 하에서의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의 경우에도 영장주의의 예외를 허용하는 것으로 위 헌법조항이 개정되고, 그에 따라 심판대상조항(심판대상조항과 동일한 내용의 규정이 형사소송법 제137조에도 존재한다)이 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위 헌법조항이 개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심판대상조항만이라도 이 결정의 취지에 맞게 개정되어야 함을 지적하여 둔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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