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상속으로 취득한 10.000㎡(1만 제곱미터, 3030평) 이하의 농지는,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농지법상 농지처분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현행 농지법상 농지에 대한 상속이 계속되면 비자경(스스로 농사를 짓지 않음) 농지가 향후 점차 늘어나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으나, 이러한 문제는 재산권 보장과 경자유전(농사를 짓는 사람이 땅 소유)의 원칙이 조화되도록 입법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봤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08년 8월 개발제한구역 내에 있는 부산 강서구에 있는 논 2158㎡를 상속받았다. 부산 강서구청은 농지이용실태조사 결과 A씨가 이 농지를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고 무단으로 공장부지나 물건적재 등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사실을 적발했다. 이에 2016년 6월 강서구청은 1년 내에 농지를 처분하라는 내용의 농지처분의무를 통지했다.

A씨가 불복해 “농지법 제6조와 제7조 등에 따르면 상속으로 받은 농지는 농업 경영을 하지 않더라도 1만㎡까지 소유할 수 있어 농지처분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며 취소 소송을 냈다.

농지법 제6조(농지 소유 제한) 제1항은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2항 4호는 “상속(상속인에게 한 유증(遺贈) 포함)으로 농지를 취득해 소유하는 경우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아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농지법 제7조(농지 소유 상한) 제1항은 “상속으로 농지를 취득한 자로서 농업경영을 하지 아니하는 자는 그 상속 농지 중에서 총 1만 제곱미터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과 항소심(부산고등법원)은 부산 강서구청의 농지처분의무통지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상속으로 적법하게 취득한 농지이고 취득한 농지의 면적이 1만㎡를 초과하지 않더라도, 해당 농지를 직접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거나, 임대차 또는 사용대차를 통해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으면서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농지법 제10조에 의한 농지처분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판결했다.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는 농지 등의 처분을 규정한 농지법 제10조 제1항은 ‘농지 소유자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되면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 이내에 해당 농지를 처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소유 농지를 자연재해ㆍ농지개량ㆍ질병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아니하거나 이용하지 아니하게 되었다고 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이 인정한 경우(제1호)’, ‘제7조에 따른 농지 소유 상한을 초과하여 농지를 소유한 것이 판명된 경우(제6호)’ 등을 열거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최근 A씨가 부산 강서구청을 상대로 낸 농지처분의무통지취소 청구소송 상고심(2017두65357)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부산고등법원으로 환송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상속으로 취득한 1만 제곱미터(㎡) 이하의 농지에 대해서는 농지법 제10조 제1항 제1호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아니하더라도 처분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재판부는 “농지법 제6조, 제7조는 별다른 조건 없이 상속한 비자경 농지의 소유를 허용하면서 면적 상한을 두고 있을 뿐이고, 이에 대응해 제10조 제1항 제6호는 소유 상한을 초과한 농지에 대한 처분의무를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며 “일정한 면적 범위 내에서 상속한 비자경 농지의 소유를 인정하는 근거는 재산권을 보장하기 위함인데, 상속 농지를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는다고 하여 소유 상한 범위 내의 농지를 소유할 근거가 사라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상속 농지의 소유 상한을 정한 농지법 제7조 제1항은, 자기의 농업경영, 임대를 통한 경영을 구분하지 않고 ‘농업경영을 하지 아니하는 자’에게 1만 제곱미터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따라서 상속 농지 중 1만 제곱미터까지는 농업경영을 하지 않더라도 소유할 수 있고, 이를 초과하는 면적은 요건을 갖춘 경우 계속 소유가 허용된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을 경우 모든 상속 농지가 처분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본다면 굳이 제7조 제1항에서 소유 상한을 둘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제7조 제1항에서 농업경영을 하지 않는 자에 대해 1만 제곱미터의 소유 상한을 두는 취지는 1만 제곱미터까지는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더라도 계속 소유할 수 있고, 처분의무의 대상도 되지 않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행 농지법상 농지에 대한 상속이 계속되면 비자경 농지가 향후 점차 늘어나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재산권 보장과 경자유전의 원칙이 조화되도록 입법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농업생산성을 높인다거나 경자유전의 원칙을 관철하기 위해 상속으로 취득하는 1만 제곱미터 이하의 농지에 대해서도 농업경영을 하지 않으면 농지처분의무가 있다고 새기는 것은 입법론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현행 농지법의 해석론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게다가 농업인이 아닌 자가 상속으로 취득하게 된 비자경 농지는 그 지목이 여전히 ‘농지’이므로, 농업인이 아닌 자가 계속해 보유하더라도 그 농지로서의 성격을 잃게 되는 것도 아니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원심은 상속으로 취득한 1만 제곱미터 이하의 농지에 대해서도 농지법 제23조 제1항에 의해 임대 등을 하지 않는 한 농지법 제10조 제1항 제1호가 적용된다고 봐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농지법상 농지처분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 민중당 “대법원 상속농지 판결 규탄…국회는 즉각 농지법 개정해야”

한편 민중당(대표 안주용)은 4일 ‘상속농지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통해 “대법원은 최근 상속받은 농지에 농사를 짓지 않아도 소유가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상속농지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중당은 “대법원은 현행 법리 해석에만 치우쳐 경자유전의 원칙 및 자경의무 원칙 등 헌법정신을 훼손했다”며 “경자유전의 헌법정신 실현을 위해 농지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민중당은 “대법원의 판결대로라면 상속받은 농지는 휴경을 하든, 공장건물을 짓든, 산업폐기물을 쌓아 놓든 처분통지를 할 수 없게 된다”며 “이것은 경자유전을 명시한 헌법정신 위반이다. 아울러 농지를 불법 전용한 행위에 면죄부를 준 위험천만한 판결”이라고 규탄했다.

민중당은 “정부와 국회는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경자유전의 원칙이 온전히 실현될 수 있도록 농지법 개정에 즉각 돌입해야 한다”며 “농지는 농사짓는 사람만 소유하고, 비농민의 농지소유는 엄격히 규제하는 방향으로 농지법을 개정해야 경자유전의 헌법정신을 지킬 수 있고 농업의 근간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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