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고등학교가 김밥을 사기 위해 잠시 무단 외출한 학생에게 2주 단기퇴사 조치한 것과 관련, 이는 과도한 제재로 판단해 학교장에게 유사한 인권침해 예방을 위해 기숙사 운영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경기도 소재 〇〇고등학교 3학년인 A군은 지난 8월 21일 정규수업시간이 끝나고 자기주도 학습시간인 오후 6시경 지도교사에게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후 친구와 함께 김밥을 사기 위해서교문 밖으로 나갔다.

5분 뒤 학교 정문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사거리에서 기숙사 사감에게 발각됐다. 사전허가를 받은 외출이라고 거짓말을 했으나, 사감이 전화로 확인한 결과 무단외출로 확인됐다.

이에 학생들은 편의점에서 김밥을 사먹기 위해 무단 외출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학교 기숙사 운영규정에 의하면, 허락 없이 무단으로 외출할 경우 2주간 기숙사 퇴사가 이뤄진다. 단기퇴사가 2주로 규정돼 있는 이유는 2주마다 귀가하는 주말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자택에 방문하는 주기에 맞추어 2주의 단기퇴사를 정하고 있다.

이 고등학교는 특수목적고로 전국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며 전교생이 기숙사에 입사해 생활한다.

그런데 A군은 지난해의 단기퇴사 전력 때문에 이번에는 4주간의 장기퇴사가 결정됐다.

A군은 기숙사 퇴사 기간 동안 자택에서 통학해야 하는데, 안양시에 거주하는 부모 모두 직장에 다니고 있어 통학을 도와주기도 어렵고, 통학을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자택에서 학교까지 왕복 2시간이 소요돼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A군은 부모는 “무단외출에 대한 선도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더라도, 개별 사정이나 무단외출 사유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2주간의 기숙사 퇴사 조치를 시키는 것은 과도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해 학교가 학생들의 학업과 생활 전반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고, 학부모들도 학교를 신뢰해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것이므로, 학생들의 기숙사 생활에 대해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생들이 무단으로 외출이나 외박을 하면 학교의 관리감독 범위는 넘어서는 것이기에 학교 밖에서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이런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학교에서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단기퇴사 조치 등으로 사전에 예방하고 엄중히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 아동권리위원회(위원장 정문자)는 “기숙사에서 단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규율이 필요하고, 규율 위반 시 제재를 가하는 선도 조치를 통해 규율을 준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다른 선도수단이 있음에도 일률적인 2주간 기숙사 퇴사 조치는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학생의 규칙 위반정도와 단기퇴사를 통한 선도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무단외출 시간과 목적 등 위반의 구체적인 행태와 정도에 따라서 2~3일 또는 1주일간 단기퇴사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위반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에는 학부모 호출이나 반성문의 제출 등 다른 방법을 통해서도 피진정학교가 기대한 선도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권위는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하고 있어 재학생 상당수가 다른 지역에 주소지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므로, 기숙사 규칙을 위반해 선도가 필요한 경우에도 단기퇴사 등을 포함한 퇴사조치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부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무단외출 후 수분 만에 적발돼 학교로 복귀했는데, 그 결과로 4주간의 장기퇴사 조치를 받은 피해자(A)는 기숙사에서 퇴사가 결정되는 경우 학교주변에 친척 등이 없으므로, 안양의 자택에서 통학을 해야 하는데, 부모가 모두 직장을 가지고 있어 4주 동안 통학을 지원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피해자 스스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통학을 하는 경우에는 왕복 2시간 이상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통념상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은 대학입시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시기이며, 특히 2학기는 대학입시를 준비함에 있어 가장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기로 인식되는데, 4주간 왕복 2시간 이상 장거리 통학은 대학입시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현저히 예상된다”는 점을 짚었다.

인권위는 “나아가 학교는 학생들의 생활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고, 학교 외부 환경을 고려할 때 사고 발생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엄격히 통제할 필요성이 있음을 주장하는데, 만약 퇴사조치를 받은 학생의 부모 등 보호자가 통학을 도와줄 환경이 되지 못해 학생 스스로 원거리를 통학한다면 학교가 주장한 학교 외부의 위험에 학생이 노출되는 결과로 이어지므로, 결과적으로 학교가 강조한 학생 생활과 안전에 대한 책임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따라서 무단외출에 대해 학교의 선도조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전국에서 학생들을 모집하는 학교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단기퇴사 등으로 인한 학생 및 학부모들의 부담의 정도가 과도하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학교의 선도조치 규정의 수준은 피해자의 위반의 정도를 넘어선 과도한 제재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그러면서 “이러한 판단을 종합할 때, 학교의 기숙사운영규정 중 무단외출에 대한 단기퇴사 등의 선도규정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헌법 제10조에서 보호하는 피해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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