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미디어워치 대표고문 변희재씨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에 대해 ‘종북’, ‘주사파’, ‘마스코트’, ‘얼굴마담’, ‘아이돌 스타’라고 비방하고, 이 대표의 남편 심재환 변호사에게 ‘경기동부연합의 브레인’ ‘종북파의 성골’ 등으로 표현했더라도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1심과 2심은 변희재씨의 불법행위를 인정해 위자료 손해배상책임을 지웠으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8대 5의 의견으로 명예훼손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에 따르면 변희재씨는 제19대 총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의혹이 제기된 2012년 3월 21일부터 24일까지 이정희 대표와 남편인 심재환 변호사(법무법인 정평 대표)에 대해 비방하는 글을 트위터에 22개 올렸다.

그 중 몇 가지를 보면 변희재씨는 2012년 3월 21일 트위터에 “종북ㆍ주사파의 조직 특성상, 이정희에게는 판단할 권리조차 없을 겁니다. 조직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거죠”라고 적었다.

3월 23일에는 “이정희가 경기동부연합의 마스코트에 불과하다면”, “원래 이정희는 위에서 판단 내려주면, 이를 대중적 선동하는 기술만 배우 마스코트예요. 문제는 이정희 남편 심재환이죠. 종북파의 성골쯤 되는 인물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3월 24일에는 “경기동부연합에서 이정희를 찍었고, 남편 심재환 등이 대중선동 능력만 집중적으로 가르쳐서, 아이돌 스타로 기획했다”, “이정희 남편 심재환이 경기동부연합의 브레인이자 이데올로그라는 점은 다들 알고 있다”는 글도 트위터에 게재했다.

또한 변희재씨는 소송을 예상하면서 “심재환이 경기동부의 핵심 브레인이라는 주장과, 심재환이 머리고 이정희가 입이라는 주장은 형사적으론 큰 문제없을 겁니다. 민사는 판단이 좀 다를 수 있지요”라는 말도 트위터에 남겼다.

이에 이정희 대표와 심재환 변호사는 “경기동부연합이라는 단체에 가입한 사실이 없음에도, 변희재는 트위터에 원고들이 경기동부연합에 속해 있고, 심재환이 위 단체의 우두머리 역할, 이정희는 얼굴마담 역할을 하는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했고, 특히 종북ㆍ주사파로 지목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로 변희재씨를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 대표와 심 변호사는 “변희재는 트위터 글에서 이정희를 마스코트, 아이돌스타, 입 역할, 얼굴마담, 판단할 권리조차 없다는 등으로 성차별적인 모욕을 했다”며 “따라서 변희재는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4민사부(재판장 배호근 부장판사)는 2013년 5월 15일 “변희재의 트위터 글은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해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피고 변희재는 원고들(이정희, 심재환)에게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변희재는 이정희가 통합진보당 대표임에도 ‘판단할 권리조차 없는 자’, ‘경기동부연합의 마스코트’, ‘경기동부연합에서 남편 심재환 등이 대중선동 능력만 집중적으로 가르쳐서 기획한 아이돌 스타’ 등의 표현을 사용해 이정희를 평가하고 있다”며 “이는 표현행위의 형식 및 내용 등에 비춰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므로, 이정희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판결에 불복해 변희재씨는 물론 이정희 대표와 심재환 변호사도 항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고의영 부장판사)는 2014년 8월 8일 양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변희재는 원고들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들은 변희재가 이정희를 마스코트, 아이돌 스타, 입 역할, 얼굴마담, 판단할 권리조차 없다는 등으로 성차별적인 모욕을 했다고 주장하나, 이정희가 공적인 존재인 정치인임에 비춰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변희재씨가 대법원의 판단을 받고자 상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사진=대법원)
대법원 전원합의체(사진=대법원)

◆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은? 대법관 8대 5 의견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변희재가 트위터에 올린 게시글의 ‘종북’, ‘주사파’, ‘경기동부연합’ 등의 표현행위가 사실 적시에 해당해 원고들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여부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사건을 검토하던 중 지난 6월 대법관 전원 참여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대법원 전원재판부(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0월 30일 “변희재가 이정희와 심재환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게시하거나 기사를 작성한 행위 등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 변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 판결을 일부 파기환송하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에는 “명예훼손으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대법관 8명의 다수의견이 있었고, 반면 “명예훼손으로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된다”는 5명 대법관(박정화,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대법관 다수의견(8명)은 결론적으로 “정치적 표현에 의한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며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수의견은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허용되지 않지만,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과도한 책임 추궁이 정치적 의견 표명이나 자유로운 토론을 막는 수단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며 “정치적 표현에 대하여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거나 그 경계가 모호해지면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공허하고 불안한 기본권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타인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다수의견은 “언론에서 공직자 등에 대해 비판하거나 정치적 반대의견을 표명하면서 사실의 적시가 일부 포함된 경우에도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짚었다.

다수의견은 “정치적ㆍ이념적 논쟁 과정에서 통상 있을 수 있는 수사학적인 과장이나 비유적인 표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금기시하고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표현행위는 의견표명이나 구체적인 정황 제시가 있는 의혹 제기에 불과해 불법행위가 되지 않거나 원고들이 공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위법하지 않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수의견은 “‘종북’, ‘주사파’ 등의 용어가 사용됐으나 이 사건 표현행위의 의미를 객관적으로 확정할 경우 사실 적시가 아니라 의견표명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이 사건 표현행위 당시 원고 이정희는 국회의원이자 공당의 대표로서 공인이었고, 그의 남편인 원고 심재환도 사회활동 경력 등을 보면, 공인이나 이에 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 박정화,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대법관 “불법행위 성립” 소수의견

반면 박정화,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대법관 등 5명은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는 반대의견(상고기각)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 대법관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특히 공적인물이나 정치적 이념에 대한 비판과 검증은 더욱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종북’, ‘주사파’,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용어는 그러한 입장으로 규정된 사람들을 민주적 토론의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돼 온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이들은 “피고 변희재 등이 주사파라는 표현을 사용한 맥락과 글 전체의 취지를 보면, 원고들이 주사파 또는 종북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는 경기동부연합에 속해 있음으로써 북한 정권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세력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대법관들은 “원심이 피고 변희재의 표현행위 중 부부인 원고들이 대등한 관계가 아니고 이데올로그인 심재환이 이정희를 조종하고 이용했다는 인상을 주는 것으로 평가한 부분은 여성비하적인 관점을 전제로 원고 이정희가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사고능력이 없다고 폄훼하는 것으로서 이정희의 인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정치적ㆍ이념적 논쟁이라 하더라도 이 사건 표현행위에 나타난 것과 같은 여성비하적 관점에서 인격을 침해하는 표현은 그 허용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대법원 관계자가 밝힌 이번 판결의 의미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언론인 등이 공인을 상대로 정치적 비판을 하는 경우에 표현의 자유의 보장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문제되는 사안”이라며 “이 판결은 정치적 표현에 대해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거나 그 경계가 모호해지면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공허하고 불안한 기본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기존 대법원 판례에서 판시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용하면서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에 의의가 있다”며 “유사한 사례에 대한 법적 판단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명예훼손이나 인신공격적 표현을 이유로 법적 책임을 지우는 범위를 좁히되, 법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한계를 명백히 넘는 표현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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