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건 수사 외압을 폭로한 안미현(사법연수원 41기) 춘천지검 검사가 24일 정치권의 국정조사 움직임에 ‘열악한 수사환경’을 언급하며 “‘도대체 몇 번을 수사하냐’고 외치는 이들에게 말 하고 싶다”며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고! 영원히 제대로 못 밝혀질 수도..”라고 말했다.

이날 안미현 검사는 페이스북에 <정의당 “강원랜드 채용도 국조”…한국당 “못할 것 없다”>라는 기사를 링크하며 장문을 글을 올렸다.

안미현 검사는 “강원랜드 신규직원 채용비리, 1ㆍ2차 각 응시생만 2천여 명, 서류점수 조작 등 부정하게 면접장에 들어간 인원이 수백명, 인사팀장이 작성한 해당 응시생을 청탁한 청탁자명단에 기재된 이름도 수십 명에 이른다”고 사건을 간략히 설명했다.

또 “강원랜드 경력직 직원 채용비리(모 국회의원 비서관 특혜채용)가 단 1명 선발에 연루자만 10여명이 넘었으니, 강원랜드 신규직원 채용비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조사해야 하는지 견적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안미현 검사는 “그런 사건을 한 달에 100여 건을 처리하는 검사 1명, 그 방 수사관 1명에 배당해(2016년 2월 2일) 놓았다. 그렇게 선배(사법연수원 36기)가 1년을 가지고 있다가 인사이동으로 가 버리고 내게(연수원 41기) 인계(2017년 2월 20일) 되었고”라면서 “6.25 전쟁에서 칼 한 자루 주고 벌떼같이 밀려오는 중국 인민군과 맞서 싸우라는 꼴”이라고 열악한 수사환경을 이렇게 비유했다.

안 검사는 “나중에 사실상 재수사에 돌입을 하고서야 수사관(2017년 8월, 11월)과 다른 검사가 충원(2017년 10월 18일) 됐으며, 여전히 다른 사건도 배당 받다가 국감 직전에서야 ‘강원랜드 사건에 집중하라’며 다른 사건 배당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그는 “원시적 불능의 사건을 쥐고 대상포진에도, 장염에도 주말도 없이 출근해서 수사했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안미현 검사는 “(검사실에) 출석한 사람들이 의자에 앉자마자 자백을 해도 감당이 안 되는 분량의 수사인데,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핵심 인물들은 부인하거나 귀하신 의원분은 그 보좌진 조차 불러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 검사는 “(검찰) 조직 내 미친 X 취급을 받는 것을 감수하고, 내가 TV에 나오고 나서야 별도의 수사단이 꾸려졌다”며 “사실 특검을 바랬으나 수사단이 꾸려지는 바람에 특검은 이뤄지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사진=참여연대
사진=참여연대

안미현 검사는 “지금 중앙지검에서 사법농단 사건에 투입된 검사가 수십 명인 것에 반해, 조사인원 수만 놓고 보자면 그야말로 역대급인 사건에서 검사 10명도 안 되는 강원랜드 수사단이 얼마나 더 진척된 수사를 했을지 나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검사는 “이 사건을 국정조사에서라도 제대로 파헤칠 수 있을까?”라면서 “‘도대체 몇 번을 수사하냐’고 외치는 이들에게 말 하고 싶다.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고!(영원히 제대로 못 밝혀질 수도...)”라고 적었다.

한편, 안미현 검사는 2017년 2월 춘천지검으로 발령 받아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담당하게 되자 당시 최종원 춘천지검장이 보완수사를 지시했다. 그런데 안미현 검사가 보완수사에 제대로 착수하지 못한 시점에 최 지검장이 2017년 4월 17일 안미현 검사에게 사건처리예정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하고, 18일 김수남 검찰총장을 면담한 후 19일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을 불구속 기소하라는 대검찰청의 의견을 전달하며 수사종결을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2017년 9월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이 다시 불거지자 2차 수사가 시작됐다. 안미현 검사에 따르면 수사팀은 채용비리 핵심 브로커로 지목된 최OO씨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대검에 사전보고 했지만 대검은 이를 반려했고, 최흥집 전 사장에 대한 구속방침을 10월 두 차례, 11월 한차례 보고했지만 대검은 이 또한 반려했다.

또 2017년 12월 8일 이영주 춘천지검장에게 피고발인 권성동 의원을 소환해야 한다는 취지의 1차 보고서를 올렸지만 대검은 이를 반려했고, 윗선으로부터 ‘현재까지 조사 결과 권성동 의원은 실제 청탁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인정하기 어렵다’는 보고서를 올리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안미현 검사는 2017년 12월 13일 염동열 의원만 소환조사하는 것으로 수사계획을 변경해 2차 보고서를 대검에 제출했고 2018년 1월 27일 염동열 의원 조사가 이뤄졌지만 안 검사가 “기수가 낮다”는 이유로 이 과정에서 배제됐다.

또한 안 검사는 윗선을 비롯해 여러 경로로 최흥집 전 사장 재판에 제출한 증거 중 최흥집 전 사장의 대포폰 녹취록 내용 및 통화내역 등 권성동 의원, 염동열 의원, 오OO 당시 고검장 등과 관련된 증거를 철회하라는 지시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폭로했다.

안미현 검사가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안미현 검사가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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