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성폭력범죄 전담재판부의 전문성 부족으로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의 신분이 노출되거나, 판사가 왜곡된 성인식을 드러내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입히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검사 출신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주장이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성폭력범죄 등 사건의 심리ㆍ재판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칙’에 따라 법원은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의 주소ㆍ성명ㆍ나이ㆍ직업 등 피해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 공개되거나 타인에게 누설되지 않도록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가 진행한 모니터링 사례를 보면, 판사가 피해자의 법정 참석 여부 확인 과정에서 피해자 이름을 노출하기도 하고 진술이나 변론과정에서 피해자 이름을 부르는 것은 물론 피고인이나 변호사를 제지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뿐만 아니라, 판사가 피해자에게 “개인적으로 여성이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맺는 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성경험 여부는 성폭력 판단에 영향을 준다”는 성폭력 통념에 입각한 발언을 하거나, “외모가 예쁜 학생들만 만졌나요?”, “성인 전부터 음주를 해왔죠?” 등 성폭력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피해자의 추궁하는 질문에 대한 변호인과 검사에 대해서 적절한 제지도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백혜련 의원은 전했다.

실제로 한국여서민우회 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법정에서 판사, 검사 그리고 피고인의 변호사가 피해자의 이름을 노출시키는 경우는 다수 있었다.

2015년 3월 서울고등법원 모 재판부에서는 판사가 피해자 증인 요청하고, 참석 여부 확인 과정에서 피해자 이름을 노출시켰다. 2015년 4월 서울서부지방법원 모 재판부에서는 피고인의 변호사, 판사, 검사는 피해자와 피해자 친구 이름을 여러 번 언급하기도 했다.

또 2015년 5월 의정부지방법원 모 재판부에서는 피고인의 변호사가 합의를 위해 피해자를 증인 신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사가 제기했다. 그러나 이후 진술 및 변론에서 계속 피해자 이름이 언급됐고 제지되지 않았다.

2016년 6월 서울고등법원 모 재판부에서는 판사가 피해자 부모님과 변호사에게 발언기회를 주는 등 적극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계속해서 피해자 실명을 거론했다.

심지어 2016년 7월 광주지방법원 모 재판부에서는 피고인의 변호사가 피해자의 이름과 근무지를 언급했다. 지역사회 내에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기에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됐다.

백혜련 의원은 “성폭력 사건을 전문적으로 심리하고 피해자의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성폭력범죄 전담재판부가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문성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성폭력범죄 등 사건의 심리ㆍ재판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칙’ 제2조(보호와 배려)

①법원,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 그 밖의 소송관계인은 심리ㆍ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주소ㆍ성명ㆍ나이ㆍ직업ㆍ학교ㆍ용모 그 밖에 피해자를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 등이 공개되거나 타인에게 누설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법원,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 그 밖의 소송관계인은 심리ㆍ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과 특성을 배려하고, 당해 사건과 무관한 피해자의 사생활에 관한 신문 또는 진술이 이루어지거나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 또는 공포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백혜련 의원은 “현재, 성폭력범죄 전담재판부는 본 재판부에서 처리되고 있는 성폭력범죄 사건에 대한 통계조차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못하며, 소속 판사들에 대해 신청한 자에 한해 1년에 한 번 신임법관 연수에서 1박2일 과정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것 외에는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 또한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심지어 작년에는 성폭력범죄 전담재판부 소속 판사가 몰카 범죄를 저지르고도 한 달여간 해당재판부에서 계속 재판을 진행하는 사태도 발생한 바 있다”고 말했다.

백혜련 의원은 “성폭력범죄가 다양해지고 국민들의 관심도 높은 상황에서, 성폭력전담재판부의 떨어지는 성의식 수준과 전문성은 심각한 문제”라며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내실 있는 교육과, 재판과정에서 피해자 인권보호가 잘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모니터링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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