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0일 “‘고양시 저유소 화재 사건’ 이주노동자에 대한 경찰의 두 번의 구속영장신청에 대한 검찰의 기각결정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먼저 20대 이주노동자인 A씨는 지난 10월 7일 고양시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일하다가 전날 인근 초등학교 행사에서 날아온 풍등을 주워 호기심에 날린 풍등이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시설 잔디에 떨어졌고, 그 불씨에 의해 저유탱크가 폭발했다.

이에 이주노동자는 피의자로 10월 8일 경찰에 긴급 체포됐고, 경찰의 중실화 혐의 구속영장신청은 검찰에서 두 번 기각됐고, 이주노동자는 석방됐다.

이와 관련 민변 노동위원회(위원장 정병욱 변호사)는 “그는 몸이 불편한 부모를 위해 대한민국으로 건너 와, 일하게 된 20대 이주노동자이다. 체류기간 동안 성실하게 일해 직장 내의 칭찬이 자자했고, 약 3년이 넘는 체류기간 동안 대한민국의 법을 위반해본 적도 없다”며 “그는 수사를 받으며 우연히 발견한 풍등에 호기심으로 불을 붙인 자신의 행동을 자책하고 있고, 최근 대한민국에 건너와 본인과 마찬가지로 일하고 있는 동생들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변은 “피의자는 제대로 된 원인조사도 없이 전격적으로 체포됐고, 저유소 화재의 범인으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그에게 다른 점이라곤 국적과 피부색뿐이다. 수사기관과 언론의 일련의 조치는 이주민에 대한 시선이 어떠한지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민변은 “한국기자협회의 인권보도준칙 총강 제6항에는 ‘언론은 고정관념이나 사회적 편견 등에 의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용어 선택과 표현에 주의를 기울인다’라고 기술돼 있다. 또한 이주민의 인권과 관련 ‘언론은 이주민에 대해 희박한 근거나 부정확한 추측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장하거나 차별하지 않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일부 언론사는 ‘스리랑카인’이란 단어로 시작하는 기사의 제목과 함께, 화재의 모든 책임이 위 노동자에게 있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보도를 했다. 혐오와 차별은 언론의 충분한 고려 없는 보도에서 이미 싹트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수사 역시 위 노동자에게 화재의 책임이 있는 범죄자로 만드는 것에 급급했다. 경찰은 위 노동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번이나 신청했다. 위 노동자는 수사 과정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했고, CCTV 등 이미 여러 가지 증거들이 수집된 상황이었다. 즉 위 노동자에게는 인멸할 증거도, 위해의 대상인 증인도 없다. 나아가 위 노동자의 주거는 확실하고, 동생들도 한국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도주의 우려도 없다”며 “경찰의 두 번의 구속영장신청에 대한 검찰의 신속한 기각결정은 당연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위험물의 저장ㆍ취급 및 운반과 이에 따른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 공공의 안전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하는 위험물안전관리법은 위험물에 대한 안전관리와 예방, 감독, 교육 등을 규정하고 있다.

민변은 “저유시설의 폭발은 풍등이 잔디에 연소된 후 약 20여 분 후에 있었다. 연소가 쉬운 잔디가 저유탱크 주위에 심어져 있었던 점, 저유시설을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감시ㆍ관리하고 사고를 예방해야 하는 시설관리, 감독자들의 부주의가 있었던 점이 보다 엄밀하게 조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경찰은 고양저유소 화재 관련 수사 전담팀을 꾸렸고, ‘화재피해 확산 경위’와 ‘화재를 조기 발견하지 못한 이유’, ‘화재감지시설 정상 작동여부 등 시설 안전관리의 적정성’ 등 화재원인 및 안전관리 구조적 문제점 등 최근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민변은 “이주노동자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공정하고 평등하게 대우해야 마땅하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구속영장신청은 꼬리자르기식의 미봉책으로 쉽게 마무리하려는 우리 사회가 여태까지 보여준 구태의연한 자세였다”며 “지금이라도 경찰이 전담팀을 꾸려 본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인 위험 시설의 부실한 관리 및 안전 불감증을 초래한 자들에 초점을 맞추어 수사한다니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앞으로 추가 수사과정에서 경찰이 이주노동자를 ‘이주노동자 혐오’에 기초한 범죄자가 아닌 사람으로 대우하기 바란다”며 “우리 위원회는 향후 이 사건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라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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