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한항공이 주총에서 회장인 조원태 사내이사를 재선임하고, 이사 보수 한도를 90억원으로 상정하는 것에 대해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반대를 권고했다.

대한항공이 이사들에게 지급된 보수총액 중 조원태 회장이 60%인 39억의 보수를 받는 건 과도해 합리성과 공정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해서다. 사내이사 재선임 반대는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한 이력이 지적됐다.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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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대표이사 우기홍)은 오는 3월 21일 오전 9시 대한항공 OC 빌딩 5층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사내이사 조원태 선임 안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홍영표 선임 안건 등을 상정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조원태 사내이사 추천 사유에서 “조원태 후보는 글로벌 항공산업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코로나 발생으로 인해 전세계 항공사의 위기 상황에서 창의적 발상과 리스크 관리를 주도해 재무건전성 개선, 코로나 이전을 웃도는 역대 최대의 영업실적 달성을 이끌어낸 경영인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또 “향후 성공적인 아시아나 항공 인수/합병을 통해 대한항공이 글로벌 항공업계를 선도하는 리더로서의 지위를 강화하고 주주가치를 지속 제고시킬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의 판단은 달랐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14일 ‘대한항공 정기주주총회 의안 분석’ 보고서에서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임기 3년) 재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조원태 회장은 기업집단 한진의 동일인으로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서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대한항공 한진그룹 
대한항공 한진그룹 

◆ “주주들 권익 침해하고 기업가치 훼손한 이력이 있는 조원태 사내이사 재선임 반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조원태 회장은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한 이력이 있다”며 “조원태 회장은 2020년 11월 한진칼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산업은행으로부터 5000억원을 조달하고 우호지분을 확보해 지배권 방어에 활용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당시 한진칼은 유상증자의 목적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항공산업 구조 개편이라고 밝혔으나,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점은 그로부터 약 7개월 후로 예정돼 있어 시급성이 크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반면, 유상증자를 통해 산업은행은 한진칼 지분 10.7%를 보유하게 된 바, 당시 KCGI 등 3자 연합과 지배권 분쟁을 벌이던 조원태 회장은 우호지분을 확보해 3자 연합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었다”며 “이는 조원태 회장의 지배권을 위해 다른 주주들의 의결권을 희석시키는 것으로 주주권익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2019년 4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하고 장남인 조원태 대표가 회장으로 올라서자, 사모펀드 KCGI 산하 그레이스홀딩스(한진칼 지분 17.54%), 반도건설 계열사 대호개발(17.15%),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5.71%)은 ‘3자 연합’을 꾸려 조원태 회장에 맞서 경영권을 다퉜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소는 “또한, 조원태 회장은 업무 권한이나 직책이 없는 상태에서 진에어의 내부 문서를 결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진에어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신규 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제한 등의 제재를 받는 데 원인을 제공했다”며 “따라서 주주들의 권익을 침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한 이력이 있는 조원태 후보의 재선임에 반대할 것을 권고한다”고 제시했다.

◆ 감사위원이 되는 홍영표 사외이사 선임 반대 권고 왜?

대한항공은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홍영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대한항공은 “홍영표 후보는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전문위원으로 한국수출입은행 국제협력실 실장, 여신총괄부 부장, 무역투자금융본부장 부행장, 기업금융본부 부행장, 전무이사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기업금융 및 재무 전문가로 당사의 회계 및 재무 업무를 감사하고 올바른 기업지배구조와 회계투명성 확보에 기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홍영표 이사는 제출한 직무수행계획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추천됐으며, 회사와의 거래, 겸직 등에 따른 특정한 이해관계가 없으므로 최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위치에서 의사결정 및 직무수행을 할 수 있는 자격과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사외이사 임기는 2년이며, 2023년 사외이사에 지급된 보수는 1인당 7549만원이다.

하지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홍영표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연구소는 “홍영표 후보는 수출입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2021년부터 안진회계법인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이라며 “안진회계법인은 외부감사인으로서 회사의 2020~2022 회계연도에 대한 감사를 수행한 바 있어, CGCG는 최근 3년 내 회사의 법률대리, 회계감사 등을 맡은 회사의 임직원은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부족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며, 홍영표 후보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한다”고 제시했다.

◆ “조원태 보수 39억 과도하게 높은 수준…우기홍 대표 9억 2545만원의 4.25배”

좋은지배구조연구소는 대한항공의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90억원)도 반대했다.

좋은지배구조연구소는 “대한항공이 2023년 실제 지급된 보수총액은 65억 7723만원으로 이 중 60%는 조원태 이사에게 지급됐다”며 “조원태 이사의 보수는 39억 1714만원으로 차상위 보수 수령자인 우기홍 대표이사 9억 2545만원의 4.25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좋은지배구조연구소는 “조원태 이사는 한진칼에서도 겸직하며 2023년 42억원의 보수를 수령했다”며 “다른 임원들과 비교해 지배주주 일가 임원에게만 과도하게 높은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합리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것으로 봐 반대를 권고하고 있으며, 조원태 이사의 보수는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합리성과 공정성을 결여해 책정된 보수한도에 반대를 권고한다”고 제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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