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주택보유조사에서 오피스텔 분양권 보유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무원을 강등 징계한 처분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경기도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관한 도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2020년 12월 고위공직자(4급 이상 공무원)에 대한 주택보유조사를 실시했다. 그 연장선에서 4급 승진후보자(5급)에 대하여도 주택보유조사를 실시했다.

지방행정사무관(5급)으로서 4급 승진후보자였던 A씨는 당시 주택 2채 및 오피스텔 분양권 2건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주택보유조사 담당관에게 주택 2채만 보유 중이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A씨는 2021년 2월 지방서기관(4급)으로 승진했다. 그런데 경기도는 주택보유조사 결과를 승진 등 인사자료로 활용했고, 그 결과 주택보유조사에 응한 4급 승진후보자 중 다주택 보유자로 신고한 사람들은 모두 4급으로 승진하지 못했다.

경기도는 2021년 6월 A씨가 주택보유조사 시 오피스텔 분양권 2건을 고의로 누락해 4급 승진인사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이유로 징계의결을 요구했다.

경기도 인사위원회는 2021년 7월 21일 A서기관에 대해 지방공무원법 제48조의 성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강등 징계’를 의결했으며, 경기도는 2021년 8월 위 의결에 따라 강등 징계처분했다.

이에 4급 서기관에서 5급 사무관으로 강등된 A씨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징계사유가 인정되나, 징계양정에 있어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수원고등법원)은 “A씨가 주택보유조사 시 오피스텔 분양권 2건에 대한 신고를 누락했기에 지방공무원법 제48조의 성실의무 위반에 따른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인사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등 비위 정도가 중해 강등 징계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경기도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A씨가 상고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이 사건의 쟁점은 지방공무원 임용권자가 5급 공무원을 4급 공무원으로 승진임용하기 위한 절차와 방법, 특히 법령상 근거 없이 ‘다주택 보유 여부’를 4급 공무원으로의 승진임용 심사에서 일률적인 배제 사유 또는 소극 요건으로 반영할 수 있는지 여부다.

대법원
대법원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1월 4일 경기도 공무원 A씨가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낸 강등 징계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거주와 무관하게 시세차익만을 목적으로 주택용 부동산에 관한 투기행위를 했다거나, 부정한 자금으로 부동산을 매수했다는 등의 사정은 공무원의 직무수행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도덕성ㆍ청렴성 등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지만, 단순히 다주택 보유 여부와 같은 공무원의 ‘주택보유현황’ 자체가 공무원의 직무수행능력과 관련되는 도덕성ㆍ청렴성 등을 실증하는 지표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관련 법령에 따라 공무원으로 하여금 주택의 보유경위, 매수자금의 출처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 그 기초자료의 확인을 위해 주택보유현황을 조사할 수는 있지만, 법령상 근거 없이 공무원에 대해 주택보유현황을 아무런 제한 없이 조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공무원이 법령상 근거가 없는 주택보유조사에 불응하거나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지방공무원법에서 정한 성실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만약 법령상 근거 없이 이루어진 주택보유조사에 성실히 임하지 아니한 것이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면, 이는 법률상 근거 없는 부당한 지시에 대해서도 공무원의 복종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령상 근거 없는 ‘다주택 보유 여부’를 4급 공무원으로의 승진임용 심사에서 일률적인 배제사유 또는 소극요건으로 반영하는 것은 그 실질에 있어서 임의의 협력을 전제로 하는 조사에 불응했다는 이유만으로 신분상 중대한 불이익 처분을 하는 경우에 해당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심과 같이 원고가 ‘누구든지 임용시험ㆍ승진ㆍ임용, 그 밖에 인사기록에 관해 거짓이나 부정하게 진술ㆍ기재ㆍ증명ㆍ채점 또는 보고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지방공무원법 제43조)을 위반했다고 본다면, 이는 피고가 법령상 근거 없이 실시한 주택보유조사의 결과를 4급 공무원으로의 승진임용 심사 또는 인사기록에 주된 평정 요소로 반영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원고로서는 사전에 다주택 보유 해소를 권고받지 못해 주택을 처분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데다가, 주택보유현황이 구체적인 경위와 내역에 대한 고려 없이 곧바로 인사에 직접 반영될 것이라고는 객관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이상, 그 조사결과를 주된 근거로 내려진 강등 징계 처분에 대해 적법한 징계사유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음은 물론 그 자체로 징계양정에 있어 재량권을 일탈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공보관실은 “지방공무원의 임용권자가 5급 공무원을 4급 공무원으로 승진임용하는 경우 법령상 근거 없이 직무수행능력과 무관한 요소로서 근무성적평정ㆍ경력평정 및 능력의 실증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을 승진임용에 관한 일률적인 배제사유 또는 소극요건으로 삼을 수 없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하면서, 4급 공무원으로의 승진임용 심사에 반영할 수 있는 요소와 반영할 수 없는 요소를 구별하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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