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유방암 수술을 받은 후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받고, 이후에도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484일간 입원했던 환자에게 1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지급했던 보험회사가 “입원할 필요가 없음에도 허위 또는 과장 입원하며 보험금을 탔다”며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특히 이 사건에서 진료기록감정은 ‘통원치료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판단했으나, 법원은 “환자를 직접 대면해 계속 면담과 진찰을 통해 치료방법과 입원기간을 결정한 담당의사의 판단보다 객관적으로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담당의료진의 판단을 중시했다.

부산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08년 12월 H해상화보험과 질병으로 입원 치료를 받는 경우 보험금(수술비, 입원비용, 입원실료 등)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2016년 11월 조직검사 결과 유방암 진단을 받고, 유방암 수술 등을 받았다. 이후 2017년 5월까지 8회에 걸쳐 항암치료를 받았고, 2017년 6월부터 2018년 6월까지 33회에 걸쳐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A씨는 2018년 10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요양병원 등에서 기력저하, 피로감, 식욕부진 등의 이유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 합계 484일간 입원을 하고, A화재보험사로부터 질병입원의료비, 질병 입원 일당 보험금 등으로 합계 1억 1196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그런데 H해상화재보험사는 “A씨가 입원할 필요가 없음에도 허위 또는 과장 입원을 한 후 보험금을 수령하는 이익을 얻었고, 그로 인해 보험사에게 같은 액수 상당의 손해를 입혔으므로, 부당이득금 1억 1196만원을 반환하라”는 요구했다.

또한 보험사는 “A씨의 허위 또는 과장 입원 등으로 인해 계속적 계약인 보험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었고, 이를 해지한다는 준비서면을 송달했으므로 보험계약은 적법하게 해지됐다”는 확인을 구했다.

이에 A씨는 보험전문 한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앤율)에 사건의 의뢰하며 대응했다.

법원은 보험사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송비용도 패소한 H해상화재보험사가 부담하도록 했다.

부산지법, 부산가정법원, 부산고법 
부산지법, 부산가정법원, 부산고법 

부산지방법원 제9민사부(재판장 신형철 부장판사)는 지난 1월 24일 H해상화재보험이 B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보험사에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입원의 필요성이 없음에도 보험금을 받기 위해 허위 또는 과장 입원을 해, 피고가 원고로부터 수령한 보험금이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입원은 환자가 원하는 경우 곧바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진료를 담당한 의사가 입원치료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입원의 필요성은 입원 당시 환자의 건강상태나 상황 등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질병의 종류에 따라 획일적으로 결정되는 것도 아니며, 환자에 대한 입원치료에 따른 진료 및 약물 처치, 경과 관찰은 전문가인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기초한 것이어서 의사의 판단을 신뢰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기초해 이루어진 피고에 대한 입원치료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사건에서 대학병원의 감정촉탁의는 A씨의 입원치료와 관련해 “진료기록상의 증상들과 진료 내용으로는 통원치료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으나, 법원은 다른 판단을 했다.

재판부는 “진료기록감정은 실제 입원 기간으로부터 상당한 시일이 지난 후에 진료기록만을 가지고 사후적으로 치료방법 및 입원일수의 적정성 여부를 분석한 것일 뿐이어서 사후적인 판단이 피고와 직접 대면해 계속적인 면담과 진찰을 통해 치료방법과 입원 기간을 결정한 담당의사의 판단보다 객관적으로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환자의 진료기록에 드러나는 진단명에 대한 통상적인 치료방법 및 입원 일수보다 장기간 입원했다고 하더라도, 입원의 필요성은 환자 개인의 건강상태 및 담당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질병의 종류에 따라 획일적으로 정해지는 것도 아니므로, 입원의 필요성을 진료기록이나 통계적 임상자료 등에 기초해 사후적으로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정확도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의 입원치료내역에 관해 진료기록이나 통계적 임상자료 등에 의존해 사후적으로 적정성 여부를 심사한 진료기록감정 결과만으로 입원치료 당시 피고의 건강상태에 비춰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없었다거나 실제 입원한 일수보다 단기간의 입원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치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담당 의료진의 지시 및 판단에 따라 입원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먼저 담당 의료진에게 입원치료를 요구했다고 인정할만한 자료도 없으며, 피고가 입원 기간에 병원을 무단으로 이탈하는 등 치료에 전념하지 않았다거나 의사가 퇴원이나 통원 치료를 권유했음에도 입원을 계속했다거나 또는 의사와 담합해 불필요한 입원을 계속햇다는 사정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보험사가 그동안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보험금을 지급해 왔던 점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보험업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서 통상 보험금청구를 받을 때마다 입원내역을 확인하는 등 자체적인 심사 및 결재를 거쳐 보험금을 지급해 왔을 것인데, 그 과정에서 피고가 특별히 증상을 과장하는 등과 같이 입원치료의 필요성에 관해 담당의료진 내지는 원고를 기망했다는 사정이 없고, 원고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전에 자체 심사를 통해 부당한 입원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방법이 있었음에도 이 사건 청구에 이르기 전까지 보험금을 그대로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험계약 해지 확인 청구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가 한 입원이 허위 또는 과장 입원이라고 보기 부족하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보험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됐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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