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무이자 중도금 대출 알선 등을 분양조건으로 내걸었다가 대출이 안 된 사건에서, 법원은 분양계약의 착오 취소를 인정해 분양업체가 계약자에게 분양계약의 취소에 따른 부당이득 반환으로 납부된 계약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분양계약 당시 분양대금의 50%를 차지하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사정을 알았더라면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봐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70대)는 노후 준비 차원에서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E건물 지식산업센터 사무실 2개를 분양받았다. B회사는 E건물을 분양한 매도인 겸 시행수탁자. B회사는 분양대행사를 선정해 2020년 10월부터 E건물 분양을 시작했다.

A씨는 2021년 3월 분양대행사 직원(G)으로부터 E건물 분양 홍보전화를 받고 모델하우스를 방문해 설명을 들었다.

G씨는 A씨에게 E건물 분양을 권유하면서 ▲분양대금은 계약금 10%, 중도금 50%, 잔금 40%로 구성되는데, 계약금은 자기 자금으로 납입해야 하나, 중도금은 시행위탁사와 계약이 체결된 은행에서 대출받도록 알선해 주고 대출이자도 입주지정기간 전까지는 시행위탁사에서 대신 납부해 주며(무이자 중도금 대출), 잔금은 건물이 완공되면 목적물을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받을 수 있도록 알선해 주는데, 분양대금의 70% ~ 80%까지는 대출이 되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중도금 대출은 신용불량자가 아니고, 직업이나 소득만 있으면 대출이 나온다고 설명해 주면서 임대수익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주차장 경비원으로 일하던 A씨는 모델하우스 직원 G씨의 이 같은 설명 및 분양 권유를 받고 노후준비 차원에서 분양받기로 결심하고 2021년 3월, 입주예정일을 2023년 3월 부동산을 분양받기로 하는 내용의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분양계약을 체결한 후 중도금 대출 서류로 필요하다고 하여 분양대행사 직원 G씨에게 재직증명서를 발급받아 주었고, 분양대금 중 부가가치세를 환급받기 위해 필요하다는 설명에 따라 2021년 3월에 2개의 사업자등록증까지 발급받았다.

A씨는 G씨의 안내로 대출협약을 맺은 I은행에 중도금 대출 신청을 했는데, I은행에서는 시행위탁사와 사이에 체결한 대출협약상의 대출한도가 소진돼 더 이상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G씨의 안내로 대출협약이 체결된 다른 J은행에 중도금 대출신청을 다시 했으나, I은행과 마찬가지로 대출한도가 소진됐다는 이유로 대출이 거절됐다.

중도금 대출이 무산되자 G씨는 분양계약 명의자를 A씨의 딸로 변경해서 중도금 대출신청을 다시 시도해 볼 것을 제안했으나, A씨의 딸은 “노인인 아버지를 속이거나 과장되게 설명해 분양계약을 체결하게 한 것”이라며 분양계약을 자신이 인수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이에 G씨는 분양권 전매 알선도 시도해 봤으나 실패했다.

A씨의 중도금 대출이 무산돼 중도금이 납입되지 않자, B회사는 중도금 납부를 독촉하면서 2021년 8월 8일까지 미납 중도금과 연체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분양계약을 해지할 예정이라는 통지를 했다.

이에 A씨가 분양업체 B회사를 상대로 계약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고등법원 및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법원종합청사)
서울고등법원 및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법원종합청사)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최근 “B회사는 계약자 A씨에게 분양대금 431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김상근 판사는 “원고는 매매계약 체결 고령자로서 자금 조달 능력이 부족했는데, 중도금(분양 대금의 50%)을 무이자로 대출 알선해 주고, 건물 완공시 담보대출로 전환해 분양대금의 70% ~ 80%는 대출이 된다는 분양대행사 직원의 설명을 듣고 중도금 전부와 잔금 일부를 대출받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분양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근 판사는 “무이자 중도금 대출 및 잔금 담보전환 대출 안내는 분양대행사 직원 G씨가 원고에게 E건물 분양을 권유하면서 자금조달 방법으로 설명한 것일 뿐만 아니라, 분양계약 당시 별도로 작성한 계약자 유의사항 확인서 및 계약확인서에도 기재돼 있는 내용으로서 의사표시의 내용을 이루고 있었던 사실, 원고로서는 분양계약 체결 당시 분양대금의 50%를 차지하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사정을 알았더라면,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김상근 판사는 “따라서, 중도금과 잔금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 동기의 착오는 피고 측에 의해 유발된 착오로서, 분양계약인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한 부분에 관한 착오에 해당한다”며 “그렇다면 원고는 분양계약을 취소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취소 의사표시가 담긴 조정신청서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2022년 6월 14일 분양계약은 적법하게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부당이득금 반환 의무에 대해 김상근 판사는 “이 사건 분양 계약금은 부동산 2채를 합해 4310만원”이라며 “피고는 원고에게 분양계약 취소에 따른 부당이득 반환으로 431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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