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법원행정처로부터 사찰과 노조 와해공작까지 당해 뿔난 법원공무원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연루자들에 대해 검찰에 두 번째 고발장을 제출하며 강제수사를 촉구했다. 법원공무원들이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에 대해 무더기로 검찰에 두 번이나 고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조석제)는 2일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법원본부 사찰! 노동조합 와해공작! 관련자 형사고발 및 부당노동행위 제소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법원공무원단체로 옛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기자회견에서 법원공무원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관련자들은 법원행정권한을 남용해 법원본부 사찰과 노동조합 와해공작을 시도했다”며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조석제 법원본부장
조석제 법원본부장

이날 마이크를 잡은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지난 5월 3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및 관련자들을 직권남용죄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한 지 넉 달 만에, 오늘 저는 또다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관련자 4명을 직권남용죄 및 업무방해죄로 형사고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씁쓸해 했다.

조 본부장은 “법원 내 노동조합이 전직 대법원장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검찰에 형사고발하는 이유는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법관 블랙리스트를 작성해서 사찰하고, 재판결과를 가지고 청와대와 거래했던 양승태 대법원이 이에 그치지 않고, 노동조합(법원노조)을 탄압하기 위해 노조 간부들을 사찰하고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탄압해 왔음이 새롭게 공개된 물건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기자회견 직후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고영한ㆍ박병대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그리고 문건 작성 당사자인 정다주 판사를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조석제 법원본부장(가운데)과 윤효권 전 조직국장(좌), 이용관 영남지역 부본부장(우)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러 가고 있다.<br>
조석제 법원본부장(가운데)과 윤효권 전 조직국장(좌), 이용관 영남지역 부본부장(우)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러 가고 있다.

아울러 법원본부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해 노동청에 고발이 아닌 진정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음에 씁쓸함을 나타냈다.

이날 기자회견에 투쟁사를 하기 위해 참석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김주업 위원장은 “사측(정부)이 우리(노동조합)를 와해할 공작을 펼쳐도, 부당개입을 해도, 지배개입을 해도, 부당노동행위를 해도, 공무원노동조합관계법에는 처벌 규정도 없고, 면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정진두 법원본부 사무처장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하려고 했으나, 오늘은 진정서로만 접수하게 되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법원본부 정진두 사무처장과 고발 개요를 설명하는 전호일 교육선전국장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법원본부 정진두 사무처장과 고발 개요를 설명하는 전호일 교육선전국장

이번 검찰 고발에 대해 법원본부 전호일 교육선전국장이 설명에 나섰다.

그는 “고발인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조석제 본부장”이고, “피고발인은 양승태(전 대법원장), 박병대(전 법원행정처장 2014년 당시), 고영한(전 법원행정처장 2016년 당신), 임종헌(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차장), 정다주(판사, 2014년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 5명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31일 미공개 됐던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파일 196개가 추가로 공개되면서, 의혹으로만 있던 법원본부 사찰 및 노동조합 와해공작이 실제로 존재했음이 드러났다.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196개 문건 중 ‘2016년 사법부 주변 환경의 현황과 전망’ 문건을 보면 법원공무원단체(법원노조)에 대한 분석이 나온다.

이 문건은 가입 공무원 현황에서 “(가입률) 최근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긴 하나, 전공노 법원본부 체제에서 가입자 수와 가입률이 상당한 상승세”라며 “신규 서기보들이 거의 대부분 가입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법원노조에 대해 “각종 불법 관행, 부적절 행태가 누적되고 있음”이라며 “주로 정치적 이슈에 대해 기회주의적, 공격적, 책임 회피적 행태를 보임”이라고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법원행정처의 “대응 수위ㆍ정도의 상향 조정 여부에 관한 검토가 필요”라고 기재했다.

문건에는 법원노조 제5대 집행부 간부들의 성향을 분석한 대목도 있다. “상당히 공격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행동이 우려된다, 견해가 다를 경우 대화가 어렵다” 등이다. 법원본부를 이를 사찰의 증거로 보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 와해공작으로 법원노조의 ‘불법관행 해소 조치의 적극적 집행’ 방법으로는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명의 활동 금지 ▲휴직 없는 노조전임자 활동 금지 ▲근무 시간 중 노조 활동 금지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문건은 또 법원노조의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적 쟁점도 검토했다.

법원행정처는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노조 설립 신고를 반려한 고용노동부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법원이 전공노 측 패소 판결을 한 점을 근거로, “비록 아직 ‘법원노조의 소멸 또는 존속 여부’에 관한 판단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최소한 현재의 법원공무원단체가 전공노 법원본부를 표방하는 한, 노조로서의 실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은 법률적으로 명확해졌다”는 분석도 했다.

정리하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가 노조 설립신청이 반려된 단체이니, 전공노 산하인 법원본부(법원노조)도 노조의 실체를 인정할 수 없는 소위 ‘법외노조’라는 취지의 분석이다.

뿐만 아니다. 이 문건에는 “종래 법원행정처는 법원공무원단체의 법적 지위상 불명확성을 이유로, 또한 그에 기대어, 유보적 스탠스를 취해왔다. 특히 이를 통해 단체협약 체결 요구, 노사협의회 개최 요구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유보적 스탠스가 법원공무원단체의 비정상적 행태의 간적접인 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적었다.

문건은 “법원공무원단체는 법적 지위가 불안정함으로 말미암아 돌발적인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국면 전환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계속함”이라며 “법원행정처가 적극적으로 ‘합법 노조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 변화 검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정진두 법원본부 사무처장
정진두 법원본부 사무처장

이에 법원본부는 지난 8월 6일 자체 진상조사단(단장 정진두 법원본부 사무처장)을 구성해 문건 작성자인 정다주 판사(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와 법원행정처 노조담당 관계자 등의 면담 조사를 진행했다.

진상조사단은, 법원행정처가 법원본부 가입률이 다른 노동조합보다 월등히 높은 이유를 신규 서기보 대부분의 가입으로 분석하고, 채용 면접에서 노조 관련 질문을 해 서기보들이 노조 가입에 위축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진상조사단은 “노조탄압 시나리오를 법원행정처가 직접 작성하고 실행했던 것으로 충격적이며, 심각한 문제”라고 경악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법원본부 사찰 및 노조와해 공작으로 결론짓고, 직권남용 및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고발하기로 하면서 이날 기자회견에 이르렀다.

법원본부 전호일 교육선전국장
법원본부 전호일 교육선전국장

전호일 교육선전국장은 “이 문건을 기획하고 작성했던 당사자는 바로 법원행정처다”라고 지목했다.

그는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의 지휘를 받아 법원행정처의 사무를 관장하고 소속 직원을 지휘ㆍ감독하며 법원의 사법행정사무 및 그 직원을 감독하는 ‘처장’과 그 ‘처장’을 보좌하며 법원행정처의 사무를 처리하는 ‘차장’이 있다”며 법원조직법 제67조 제1항, 제2항을 설명했다.

전호일 국장은 “법원행정처에는 실, 국, 과를 두고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법원행정처를 총괄하며 모든 사무에 대한 지휘책임이 있는 양승태 대법원장과 그 지휘를 받아 법원행정처를 직접 관장한 처장, 차장 그리고 문건 작성 당사자인 정다주 판사인 기획조정심의관을 피고발인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고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전호일 국장은 “법원본부는 자체적인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진상조사 과정에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 법원행정처는 비공개 결정을 하고, 문건제출 요구에 대해 미제출하고, 면담조사에서 대부분은 진술 거부하는 등으로 대처했다”고 비판하면서 “이런 임의적인 조사의 방법으로 실체적 진실을 알아내기 어려워 강제조사가 필요하다”고 검찰에 고발하게 이유를 말했다.

전 국장은 “(법원행정처의 사찰 및 노조 와해공작) 해당 문건과 법원본부의 진상조사 결과를 보면 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해 충분히 형법 직권남용죄와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 혐의가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법원본부는 “고발인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를 ‘법원공무원단체’라는 별도의 항을 만들어서 독립적으로 대응을 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위 문건을 작성한 주체가 고발인 노동조합에 대해 법원행정과 관련한 권한을 남용해서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 및 형법 제314조 제1항 업무방해죄를 범했다는 혐의가 뚜렷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발내용도 자세히 전했다.

전호일 법원본부 교육선전국장
전호일 법원본부 교육선전국장

전호일 국장은 “첫째, 부당한 사찰행위”를 꼽으며 “노동조합(법원본부)의 현황에 대해 사찰하고, 법원본부 집행부의 성향에 대해 분석하고 사찰한 내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두 번째로, 대응 전략의 기초로써 고발인(법원본부) 조합의 법적 지위에 대한 공격들이 있다”고 말했다.

전 국장은 “세 번째로,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와 개입에 대해 직접적으로 시행했다”며 “합법노조 전환을 유도할 목적으로 법원본부 명의사용을 금지하고, 휴직 없는 집행부 전임을 금지하고, 업무시간 중 노조활동을 금지하는 내용들이 계획에 구체적으로 포함돼 있다”고 제시했다.

전호일 국장은 “네 번째로, 위 문건의 대응방안의 구체적인 집행이 있다”며 “법원본부 명의 코트넷(법원내부통신망) 게시글에 대해 무단으로 훼손하고, 신규 서기보 면접시 노조 관련 질문을 통해서 노조에 가입하는 것에 대한 위축하려는 목적과 실행들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죄목은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 형법 제314조 제1항 업무방해죄를 적용했다”며 “특히 형법 제314조 제1항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는 이번에 새롭게 저희들이 제기한 내용”이라고 전했다.

형법 제314조(업무방해) ①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양파 껍질만큼이나 사법농단, 사법적폐가 끊임없이 나오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시키는 퍼포먼스를 하는 법원본부.<br>
양파 껍질만큼이나 사법농단, 사법적폐가 끊임없이 나오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시키는 퍼포먼스를 하는 법원본부.<br>

전 국장은 “제314조 제1항을 보면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행해지는 업무를 방해하는 것을 말하는데,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저희들은 그동안 분석한 내용을 보면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사용할 수 없다고 위계에 의한 방법으로 전공노 법원본부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는 위계의 수단을 통해 그동안의 노조 활동을 방해했다고 314조까지 적용을 했다”고 설명했다.

법원본부는 “피고발인들은 법원행정권한을 남용해 고발인 노동조합의 구성원들을 사찰했고, 노동조합의 활동을 감시했다”며 “나아가 (양승태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인) 상고법원의 설치를 위해 법원이 단일한 의사를 표출해야 한다는 관료적인 목적을 수립하기 위해서 법관들과 법원공무원단체를 길들이기를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법원본부는 “이런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고발인 노동조합이 다른 공무원노동조합과 통합공무원노동조합을 신설해 합병하는 방식으로 결의하고, 그 결의에 따른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 있어서 ‘노동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는 관련 노동조합법령에 따른 법적 지위에 있는 것을 알면서도 ‘전공노 법원본부’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는 위계의 수단을 통해서 고발인 조합의 활동을 방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좌측부터 전국공무원노조 김주업 위원장, 조석제 법원본부장, 민주노총 차진각 서울본부 사무처장
좌측부터 전국공무원노조 김주업 위원장, 조석제 법원본부장, 민주노총 차진각 서울본부 사무처장

한편,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이날 “법원본부는 오늘 기자회견을 마치고 양승태와 관련자들을 검찰과 노동청에 직권남용죄, 업무방해죄와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하고, 오는 10월 20일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주최로 진행하는 ‘사법적폐 청산 국민대회’에 적극 결합할 것이며, 오는 11월 9일 전국의 법원공무원들이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과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법원공무원 결의대회’를 개최할 것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본부는 완전한 사법적폐 청산과 사법개혁을 위해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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