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3대 통신사인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원동규 수석부지부장이 저임금을 받고 과도한 노동시간에 내몰리는 현장기사들의 고충을 털어놨다.

위험업무가 있더라도 당장 실적급의 허들이 높아진 상황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급여 차이가 눈앞에 보이기 때문에 설치 작업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부산에서 고객 창문으로 내린 케이블을 잡으려다 사망한 산업재해도 이런 조건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노동건강연대는 지난 11월 21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진행한 ‘케이블ㆍ통신업 현장직 노동자 임금체계, 고용형태와 노동안전’ 토론회를 개최했다.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원동규 수석부지부장은 현장발언을 위해 토론회에 참석했다. 그는 '설적급 허들, 위험을 무릅쓰고 저임금 벗어나기'라는 주제로 LG유플러스 설치기사들이 겪는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했다.

원동규 수석부지부장은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는 LG유플러스 고객센터 노동자들로, 절반은 자회사에, 절반은 다수의 협력업체에 고용돼 있다”며 “현장직들의 주요업무는 인터넷과 IPTV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IOT를 개통ㆍAS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동규 수석부지부장은 “임금구조는 기본급과 실적급으로 이루어져 있고, 실적급은 일정 마일리지를 넘어야만 받을 수 있게 돼 있다”며 “현장기사들이 상품을 개통하거나 AS를 하게 되면 각 상품의 정해진 마일리지를 받게 되고, 이를 합산해서 주 5일 동안 32.5마일리지 이상 채우게 되면 실적급을 받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원동규 수석부지부장은 “하루에 6.5마일리지를 해야 주 5일 동안 32.5마일리지를 채우게 되고, 그때부터 1마일리지 초과 시 1만 2500원이 실적급으로 지급된다”며 “1마일리지 상품 설치 시간을 통상 1시간으로 보고 있지만, 설치 1개에 최소 0.1마일리지의 상품도 있다”고 전했다.

원동규 수석부지부장은 “따라서 고객과 통화하고 이동하는 시간 등을 따져보았을 때 현실적으로 하루에 6.5 마일리지 채우는 건, 주 5일 동안 운이 잘 따라줘야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원동규 수석부지부장은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는 이런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임금 정책을 제시해 왔다”며 “간단히 설명드리면, 2014년도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에 설치기사는 100% 실적급. AS기사는 전국의 모든 업체별로 다른 급여를 받아왔으며, 이후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서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현장기사에게만 적은 양의 일이 주어져 저녁에는 대리운전 일을 겸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렸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약 10년간 지부는 고정급 확대 정책 기조를 유지해 왔다”며 “고정급 확대 요구를 하는 과정에서 산업변화를 고려해 직군 구분을 없애고, 설치, AS 등 모든 업무를 하는 ‘멀티’ 직군 체계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원동규 수석부지부장은 “멀티 업무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마일리지의 허들은 높아지고, 높아진 만큼 수당을 신설하게 됐다”며 “하지만 동시에 허들을 넘겨 실적급을 받아가기 상당히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원동규 수석부지부장은 “현장직의 경우 멀티 수당을 포함하면 고정급이 약 280만원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 상용직의 평균 입금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라며 “사실상 실적급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지면서, 돈이 필요한 가정일수록 야간근무를 허거나, 주말근무를 하게 되고, 프로모션이 걸려있는 휴무일에 더 일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래서 더 과도한 노동시간으로 내몰리게 된다”며 “연구결과를 보면 자회사 소속 LG유플러스지부 조합원 평균 노동시간이 49.2시간으로 다른 지부보다 긴 것으로 나타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동규 수석부지부장은 “현장 기사들은 대부분 동종업계 경력이 10년이 넘어, 급여 없이 건당 수수료를 받는 방식에 길들여진 삶을 살아온 터라 기본적으로 일이 있으면 해버린다”며 “위험업무가 있더라도, 이사 와서 오늘 인터넷이나 TV 시청이 급한 고객을 만나면, 그냥 작업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원동규 수석부지부장은 “그리고 당장 실적급의 허들이 높아진 상황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당장 처리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의 급여 차이가 눈앞에 보이기 때문에 설치하게 되는 것”이라며 “더 많은 작업을 하기 위해서 1시간 동안 처리를 하던 설치 업무를 빠르게 30분 만에 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4년 전 부산에서 고객 창문으로 내린 케이블을 잡으려다 사망한 산업재해도 이런 조건에서 발생한 것이었다”고 했다.

원동규 수석부지부장은 “임금 구성 중 고정급 비율을 높이는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며 “8시간 안에서 열심히 일하고, 적정한 임금을 받아 가야 노동자들이 무리하면서 일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에 이상이 생길 때까지 너무 긴 노동을 하거나, 실적급보다 안전이 뒷전이 되는 경우는 없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원동규 수석부지부장은 “현황자료를 보면 알다시피 동일한 업무를 하지만 고용은 협력사와 자회사로 반반씩 나뉘어 있다”며 “아직도 협력사(하청업체)에서는 법 위반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부는 노동안전만큼은 자회사와 협력사가 같은 수준이 되도록 챙기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협력사들은 수십 개의 개별적인 입체다 보니 상황이 다 다르고 노동안전보다 이윤이 먼저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원동규 수석부지부장은 “일례로 하청업체의 경우 업무가 있는 날은 연차를 제한하고, 업무가 없는 날 연차를 쓰도록 하는 연차 통제도 심하다”며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어 연차 신청을 했음에도 처리해야 할 작업이 많다며 업무지시를 내린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원동규 수석부지부장은 “이 노동자는 출근해서 작업을 모두 마무리 한 이후에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을 확진 받을 수 있었다”며 “하루 종일 고객을 대면해야 하는 업무이기에 이런 일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원동규 수석부지부장은 “올해 LG유플러스 ESG보고서 안전보건경영점책 5대 핵심과제에 ‘컨슈머 홈매니저 개인보호구 착용률 95% 달성’. ‘패트롤 점검 확대’가 있는 것을 봤다”며 “안전장비를 잘 착용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데, 단 사전에 현장 작업자들의 견해를 충분히 든고 소통하는 과정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원동규 수석부지부장은 “현장에서 징계하기 위한 단속 중심의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현장의 반감을 키울 뿐 노동안전을 강화하지 못한다”며 “장비가 전부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동규 수석부지부장은 “그런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지부는 남은 협력사 조합원의 자회사 직고용을 요구하고, 고정급 확대 정책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김석우 공동본부장, 윤진영 정책기획실장, 정지승 조직국장,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원동규 수석부지부장, SK텔레콤비정규직지부 이상민 전주지회장,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전주희 연구원, 공공운수노조 조성애 노동안전보건국장,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 백남주 연구위원 등이 발언자로 참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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