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정지승 조직국장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정지승 조직국장

[로리더] 케이블ㆍ통신업 현장직 노동자의 임금체계, 노동안전 연구 조사 결과, 실적급제 구조상 노동자 스스로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속도전 압박에 안전수칙을 무시하도록 유도되고 있다는 결과가 22일 발표됐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노동건강연대는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진행한 ‘케이블ㆍ통신업 현장직 노동자 임금체계, 고용형태와 노동안전’ 토론회를 개최했다.

케이블ㆍ통신업 현장직 노동자 임금체계, 고용형태와 노동안전 토론회
케이블ㆍ통신업 현장직 노동자 임금체계, 고용형태와 노동안전 토론회

이날 ‘케이블ㆍ통신업 현장직 조합원 현황과 연구취지’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희망연대본부 정지승 조직국장은 “2022년에 진행한 노동안전보건 실태 조사에서 지부별 차이가 나타나 그 요인이 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며 “주요 문제로 제기됐던 임금구조와 원청ㆍ하청 구조, 고용 형태를 중심으로 이번 연구조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지승 조직국장은 “이번 연구는 주로 가구ㆍ기업 상품 개통, AS, 해지 업무와 유선ㆍ무선망 관리 업무를 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며 “사용자는 원청ㆍ자회사 또는 하청업체 등으로 다양해 고용 전환 과정에서 일관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료=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자료=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정지승 조직국장은 “노동자들은 보통 기본급에 작업량에 따라 실적급이 붙는 구조”라며 “대부분 실적급 허들이 있어서 그 기준에 못 미치는 양의 작업을 하면 실적급이 전혀 지급되지 않고, 그 기준을 넘어서면서부터 실적급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정지승 조직국장은 “현장직 거의 절대다수가 남성이며, 연령은 40대 중반 정도로 경력은 10년이 넘어간 경우가 많지만, 기본급이 약 230~260만원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총파업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총파업

정지승 조직국장은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는 LG유플러스의 자회사인 LG유플러스홈서비스와 아직 자회사 전환이 되지 않은 수십 개의 협력업체에 소속돼 있다”며 “LG유플러스는 그동안 임금협상 과정에서 실적급 허들을 높이고, 그만큼 기본급을 높이는 방향으로 해왔다”고 설명했다.

정지승 조직국장은 “이렇게 되다보니 사실상 허들을 넘겨 실적급을 받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비율이 늘어나고, 업무 특성상 업무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그래서 기본급만 받아가면 안 되는 조건에 있는 노동자들은 자연히 연장근로를 최대한 많이 할 수밖에 없다”고 정리했다.

정지승 조직국장은 “반면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는 상대적으로 실적급 허들이 낮다”며 “그래서 같은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실적을 쌓느냐가 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지승 조직국장은 “문제는 (SK브로드밴드와 같은 경우) 작업을 하면서 노동안전보건 수칙을 스스로 깨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현행 실적급제)는 자기 스스로 노동시간을 최대한 늘리는 전략을 선택하거나, 노동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더라도 가장 빠르게 작업을 완료하고 다음 작업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게끔 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자료=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자료=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정지승 조직국장은 “최근에 강조되고 있는 노동안전에 대한 개인 책임을 봤을 때, 실적급제를 그대로 두고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 온당하냐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실적급제가 개인뿐만 아니라 회사가 만들어 높은 방침,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하고 있는 것을 스스로 깨도록 선택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지승 조직국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논의를 거쳐 제정되고, 사회적으로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ESG 경영이 도입돼 한국에서 회자가 됐다”며 “그러면서 원청기업들은 중대산업재해가 기업 운영에 있어서 리스크 중 하나가 돼 ESG 보고서에서도 주요하게 다루는 내용이 됐다”고 전했다.

정지승 조직국장은 “ESG 보고서에 담기는 내용을 보면, 점차 더 구체적으로, 법에서 정하지 않는 것도 신경쓰기 시작했다는 제스처를 보여주기 시작한다”며 “원청 기업 입장에서도 노동안전보건이 원청ㆍ하청을 관리하는데 있어서 주요 대상이 되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정지승 조직국장은 “특히 LG유플러스는 불법파견의 소지가 있어 망관리 노동자들을 원청이 직고용했고, SK나 KT는 일부 자회사 전환을 하고 있다”면서도 “그럼 실제 현장에서도 변화가 있느냐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국장에 따르면 SK텔레콤ㆍSK브로드밴드와 KT는 망관리 및 설치AS 업무 등 주요 현장직 업무를 직접 고용하지 않아 자회사 혹은 하청업체 소속이라고 한다.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정지승 조직국장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정지승 조직국장

이에 정지승 조직국장은 “2022년 8월 진행한 ‘케이블ㆍ통신 노동자 산업안전 보건 실태 및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 정책 토론회’에서 HFC(유선망) 관리자들이 속해있던 SK브로드밴드의 하청업체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고소차 작업인원 기준, 맨홀 작업시 조치 기준, 맨홀 작업환경 측정, 직무스트레스에 의한 건강 장해 예방 조치, 특수건강진단 실시, 산재 발생 은폐 금지 및 보고 등에 있어 사용자 의무 위반을 확인한 바 있다”고 예시를 들었다.

토론을 마무리하며 정지승 조직국장은 “임금제도와 고용구조 자체가 노조의 투쟁 과정에서 형성됐기 때문에 회사도 상당히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예를 들어, 임금은 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하게 돼 있는데, 거기에 실적이 기준으로 섞이면서 문제가 계속 등장하게 돼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지승 조직국장은 “산업 변동으로 점차 이 업무 작업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 앞으로도 중요한 이슈가 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정지승 조직국장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정지승 조직국장

한편 정지승 조직국장은 “연구조사가 더 잘될 수 있으려면 노동조합이 힘이 있어서 사실관계 자료를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으면 더 높은 수준에서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데, 안 되다보니 회사가 공개하는 ESG 보고서로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어떻게 보면 ESG 경영이 유행하고 나서 회사가 이걸 공개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장점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지승 조직국장은 “(노동조합이) 자료를 축적해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케이블ㆍ통신업 현장직 노동자 임금체계, 고용형태와 노동안전
케이블ㆍ통신업 현장직 노동자 임금체계, 고용형태와 노동안전

이날 토론회에는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김석우 공동본부장, 윤진영 정책기획실장, 정지승 조직국장,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원동규 수석부지부장, SK텔레콤비정규직지부 이상민 전주지회장,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전주희 연구원, 공공운수노조 조성애 노동안전보건국장,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 백남주 연구위원 등이 발언자로 참여했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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