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증언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증언하고 있다.

“올해 7월 이후 저에게 직장 내 괴롭힘이 시작됐습니다. 그전부터 행해왔던 회사의 잔인한 구조조정 수법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30년 이상 근무했다는 B씨는 7일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단지 고연차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퇴직을 강요했다”며 “이 과정에서 159명이 울면서 퇴사했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날 11시 40분,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아모레유니온)는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아모레퍼시픽 희망퇴직 강요 직장 내 괴롭힘 노동부 진정 및 책임자 처벌 요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아모레유니온은 2022년 5월부터 특정 사업부 임원 교체 후 기존 팀장(15명) 전원 강등 후 희망퇴직 처리하고 2023년 7월 해당 사업부 인원의 절반인 159명의 ‘반강제적’ 희망퇴직을 받은 것을 계기로 2023년 9월 설립됐다.

화섬노조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
화섬노조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

아모레유니온은 설립 당시 “기존 노동조합(아모레퍼시픽노동조합)은 회사 측의 부당한 인사조치에 조합원들을 보호하기는커녕 방관하는 모습을 보여줘 직원들의 분노와 실망을 자아냈다”며 “기존 노동조합은 관례적으로 일반직을 조합원으로 가입시키지 않아 대표성이 결여돼 있으며, 전체 직원의 요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아모레유니온은 “기존 노동조합이 노동조합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상실했다고 판단됨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지회장 김민환)는 아모레퍼시픽 구성원 전체를 대표하고, 상시적인 고용불안을 해소하며 회사의 올바른 성장과 직원을 소중히 여기는 직장문화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설립된 아모레유니온은 일반사무직들과 연구소 연구원들도 가입할 수 있다.

노동조합 설립 이후 10월 24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중단, 복수노조 활동 보장, 합리적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장외 피켓팅 선전을 진행하던 아모레유니온은 이날 희망퇴직 강요 직장 내 괴롭힘을 밝히고 기자회견 후 서울 서부 고용노동지청에 신고서를 접수했다.

아모레유니온이 서울 서부 고용노동지청에 신고서를 접수했다.
아모레유니온이 서울 서부 고용노동지청에 신고서를 접수했다.

이날 피해자 증언을 위해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은 B씨는 “30년 넘게 아모레퍼시픽에 몸 담고 있으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고, 있을 거라 상상조차도 안 해봤다”며 “대부분이 저와 같은 생각으로 오늘도 애사심으로 현업에 충실하고 계실 거라 생각한다. 나도 불과 5개월 전까지는 그랬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B씨는 “하지만 회사를 사랑한 나의 착각이었다”며 “올해 7월 이후 저에게 직장 내 괴롭힘이 시작됐고, 그전부터 행해왔던 회사의 잔인한 구조조정 수법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B씨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저에게 단지 고연차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퇴직을 강요했고, 업무 재배치라는 명목으로 방문판매원이 그룹원을 모집하는 리크루팅 업무를 하게 했다”며 “회사는 방문판매원 인원 늘리기가 중요하다면서 방문판매원을 모집해서 거래처에 등록시키는 일을 회사 직원에게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B씨는 “이 과정에서 159명이 울면서 퇴사했다”며 “30년 넘은 노동조합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모레퍼시픽 노동조합은 회사 일에 관여할 수 없다고 일관되게 얘기하더라”고 비판했다.

아모레퍼시픽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증언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증언하고 있다.

B씨는 “조합원이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다고 해도 (아모레퍼시픽노조는) 회사 소관이라 모른다고 한다”며 “이제 노동조합도 회사와 한 몸이 돼 더이상 의지할 곳이 없었다”고 허탈해했다.

B씨는 “7월부터 회사가 하라는대로 했고, 회사는 리쿠르팅 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 나를 리쿠르팅 전문가라고 한다”며 “비가 와도, 태풍이 불어도, 폭염에 외출 자제령이 떨어진 날에도 매일 외근을 나갔고 아무 잘못도 없는데 지금까지 겪어보지도 못한 막말과 감시, 무시, 모욕, 퇴직 종용 등을 당했다”고 울먹였다.

B씨는 “팀장은 회의실에서 처음 현장 리쿠르팅을 나갔다 온 자료를 보면서 책상을 팍팍 치며 고함에 주눅이 들 정도로 모멸감을 줬다”며 “퇴근 무렵인 주위 동료들도 다 듣고 있는 자리에서 쩌렁쩌렁한 큰소리로 모욕감을 주며 일 보고 주간 보고, 상품의 내용을 지속적 수정, 추가 반려로 재작성 요청 등 반복적인 업무 괴롭힘이 있었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 기자회견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 기자회견

B씨는 “괴롭힘으로 면역력은 현저히 떨어져 염증, 감기, 몸살 등 수차례 병원 방문과 두 차례의 코로나 검사 등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주사와 약물치료 없이는 견딜 수가 없었다”며 “그래도 아픈 몸을 이끌고 현장 활동을 해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B씨는 “출근하면 가슴이 쿵쿵 뛰었으며 몸이 천근만근인데 밤에는 두려움에 잠이 오지 않아 불면증에 시달렸다”며 “그래서 난생처음으로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고 증언했다.

B씨는 “눈물로 여러 날을 보냈고 뜻을 모아 아모레유니온을 설립하고 용기를 내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면서도 “아모레퍼시픽에서 사랑하는 선배, 후배님들이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기 원한다”고 희망했다.

아모레퍼시픽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증언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증언하고 있다.

B씨는 “태풍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며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내가 당사자더라. 다른 부서는 안녕하시냐고 묻고 싶다”고 전했다.

B씨는 “업무 배제가 되거나, 과도한 업무 부여 등 업무라는 이유로 교묘히 진행되는 것들이 괴롭힘의 시작”이라고 설명하며 “사원들에게 괴롭힘 없는 아모레퍼시픽의 문화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B씨는 “그래서 이런 괴롭힘이 끝날 수 있도록 회사 관계자와 가해자들이 처벌받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아모레유니온 측은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은 이외에도 세부적으로 구체적인 녹취록과 증언이 나와있다”며 “증거 자료는 나중에 필요하다면 조사 과정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모레유니온 측은 “이 자리는 피해를 밝히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이런 일이 재발하거나, 이런 피해로 인해 좀 더 극단적인 상태로 직원들이 몰려, 오히려 아모레퍼시픽이 더 큰 이미지 실추, 아주 나쁜 기업으로 낙인찍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것을 아모레퍼시픽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자회견장에서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구호로 외치기도 했다.

“사람을 아름답게 한다더니, 직원들 괴롭혀서 쫓아내는 아모레퍼시픽은 반성하라.”
“희망퇴직 거부했다고 원거리 발령, 모욕비하발언, 비인격적 행위 규탄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직장 내 괴롭힘 철저히 조사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라.”
“직원은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희망퇴직 강요 즉각 중단하고 고용안정 보장하라.”

한편 아모레퍼시픽 측은 “지난 3일 해당 사안을 공식적으로 접수했고, 현재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 사규 및 윤리 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조치할 예정이며, 아모레퍼시픽은 노조를 포함한 임직원의 목소리를 다각도로 청취하고 상호 발전적인 노사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