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에게 엄마가 직장에서 겪고 있는 이 말도 안 되는 고통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아모레퍼시픽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며 팀장 자리까지 올랐던 부산의 한 여직원은 “희망퇴직을 거부하자 2022년 10월 15일부터 서울로 강제 발령 이후 본격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시작됐다”며 “임원은 반말로 반복적인 업무를 지시하고, 동료들이 있는 오픈된 영업 공간에서 창피와 모욕을 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직장생활 24년 차의 경험치가 있어도 지난 1년간 겪은 괴롭힘은 그 이상이고, 상상을 초월한다”고 괴로움을 호소했다.

7일 11시 40분,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노조)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아모레유니온)는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아모레퍼시픽 희망퇴직 강요 직장 내 괴롭힘 노동부 진정 및 책임자 처벌 요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아모레유니온은 2022년 5월부터 특정 사업부 임원 교체 후 기존 팀장(15명) 전원 강등 후 희망퇴직 처리하고, 2023년 7월 해당 사업부 인원의 절반인 159명의 ‘반강제적’ 희망퇴직을 받은 것을 계기로 2023년 9월 설립됐다.

화섬노조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
화섬노조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

아모레유니온은 설립 당시 “기존 노동조합(아모레퍼시픽노동조합)은 회사 측의 부당한 인사조치에 조합원들을 보호하기는커녕 방관하는 모습을 보여줘 직원들의 분노와 실망을 자아냈다”며 “기존 노동조합은 관례적으로 일반직을 조합원으로 가입시키지 않아 대표성이 결여돼 있으며, 전체 직원의 요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아모레유니온은 “기존 노동조합이 노동조합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상실했다고 판단됨에 따라,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지회장 김민환)는 아모레퍼시픽 구성원 전체를 대표하고, 상시적인 고용불안을 해소하며 회사의 올바른 성장과 직원을 소중히 여기는 직장문화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설립된 아모레유니온은 일반사무직들과 연구소 연구원들도 가입할 수 있다.

아모레유니온이 서울 서부 고용노동지청에 신고서를 접수했다.
아모레유니온이 서울 서부 고용노동지청에 신고서를 접수했다.

노동조합 설립 이후 10월 24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중단, 복수노조 활동 보장, 합리적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장외 피켓팅 선전을 진행하던 아모레유니온은 이날 희망퇴직 강요 직장 내 괴롭힘을 밝히고 기자회견 후 서울 서부 고용노동지청에 신고서를 접수했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피해사례 증언을 위해 나선 A씨는 “저는 거주지가 부산으로 부산 사업부에서 20여 년간 근무해 왔고 중학생 자녀를 둔 엄마”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A씨는 “부산사업부에서 근무하던 중 회사(아모레퍼시픽)는 2019년 팀장에서 강등시켰고, 4년간 연말마다 퇴사를 강요하며 이를 거부하자 대구, 포항, 함양 등으로 발령내고, 2022년도에는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 본사로 발령을 냈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22년 여름, 본사 담당 임원이 불러 ‘회사를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고 불렀지만 전혀 그만 둘 생각이 없었다”며 “퇴직을 거부하고 추석 연휴 하루 전날 휴가를 갔다오니, 영업소 내 CCTV녹화장비를 반출해 녹화영상을 확인했다”고 폭로했다.

A씨는 “CCTV로 감시당하는 회사 생활은 너무나 공포스러웠다”며 “2022년 10월 15일 서울로 강제 발령이 난 이후 본격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A씨는 “부산이 연고지인 직원을 서울로 발령내면서도 주거비를 비롯한 지원이나 직무 보장도 없었다”며 “담당 임원 바로 앞자리에 배치 후 큰 소리로 업무를 지시하거나, ‘야, 너’ 같은 반말을 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지시하거나, 해보지 않은 업무에 대해 질책하기 일쑤였다”고 밝혔다.

또 A씨는 “동료들이 다 들을 수 있는 오픈된 영업 공간에서 창피와 모욕을 당하기도 했다”며 “다른 관리자도 팀장이었던 이력을 들먹이며 ‘팀장이었는데 이것 밖에 못하냐’며 신입사원과 비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인사발령으로 새 부서의 낯선 근무환경과 새로운 업무들로 힘든데도 업무분장 외 별도로 담당 직원은 과제 보고를 지시한다”며 “이미 관리자가 지시한 주1회 과제 보고도 버거운데 담당 임원 과제 보고까지 작년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장장 8개월간을 왜 하는지도 모르는데 하느라 힘들었다”고 전했다.

A씨는 “그 시기는 정확히 서울 본사 발령 이후 11월말 퇴직 면담에서 또다시 퇴직을 거부한 이유”라며 “기존 업무도 하면서 매주마다 총 3개의 과제 보고를 하려니 남들이 퇴근하는 시간에 사무실에 혼자 남아 일을 해야만 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A씨는 “아무리 야근해도 다하기 어려운 정도의 과도한 업무지시에 잦은 야근 및 한 달에 두세 번은 막차를 타고 새벽 00시 51분에 퇴근하기도 했다”며 “괴롭히기 위한 과제 보고는 언제 끝나느냐”고 물었다.

아모레퍼시픽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증언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증언하고 있다.

A씨는 “남들은 제가 퇴사해야 끝나는 거라고, 괴롭힘의 목적은 퇴직 압박이라고 얘기한다”며 “직급의 위력을 이용한 괴롭힘을 당해서 1년을 참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지속적, 반복적으로 의도하는 바가 있는 괴롭힘”이라며 “처음엔 관리자의 괴롭힘에 참고 그만두지 않자, 이후엔 조직의 리더이자 담당 임원이 직접 나서는 괴롭힘”이라고 해석했다.

A씨는 “지금도 나를 대하는 언행을 생각하면 손이 후덜거린다”며 “소속된 조직 내에서 직급의 위력을 이용한 담당 임원의 괴롭힘에 조직 내에서는 결국 힘 있는 사람 편이기에 동료들도 방관하고 무관심 속에서 지옥 같고 악몽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어느 날 월요일 새벽, 출근길 고요한 정적과 침묵만이 흐르는 KTX 안에서 ‘살려주세요’를 외치는 나의 비명에 잠을 깨기도 하면서 그런 자신이 너무 안쓰러워 조용히 가슴으로 울음을 삼킨 적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사람들은) 작년에 나가랬는데 버틴 사람을 매일 불러다 깨는 것을 보니 앞날이 그려진다고 한다”며 “담당 임원에게 괴롭힘당하는 내 모습을 보며 치를 떨면서 조직 인원의 절반인 159명이 7월 말 반강제적으로 희망퇴직을 하고 회사를 떠났다”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 앞 기자회견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 기자회견

A씨는 “그래놓고 그만둘 줄 알았던 내가 희망퇴직을 안 하니, 또 소리를 지르고 떠나가라며 무식하게 잡아댄다”며 “그러면서 남한테 피해주지 말라고 담당 임원이 말한다”고 비판했다.

A씨는 “내가 아모레퍼시픽 회사를 오래 다닌 것이 그렇게 남들에게 피해주는 행동이냐”며 “나는 지금까지 남들에게 피해준 적이 없다. 평생 아모레퍼시픽을 위해 일했는데 모욕적인 인사 조치와 평가 없이 퇴직 압박 탓에 기가 막힌다”고 강조했다.

A씨는 “4년 동안 사직 강요로 인한 압박으로 잠을 잘 수도 없고 밥을 먹을 수도 없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탈모에 여러 가지 증상들이 나타났다”며 “임원과 관리자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이명, 우울증, 가슴 두근거림, 깜짝깜짝 놀라고 불면증까지 생겼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A씨는 “자존감 상실 등 정신적 충격으로 이명 현상이 나타났고, 현재는 정신과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덧붙이며 정신과 진료 및 진단 내역을 공개했다.

한편 A씨는 “중학생 자녀가 있는데, 주말에나 부산 집에 가서 아이를 볼 수 있다”며 “사춘기의 아이에게 엄마가 직장에서 겪고 있는 이 말도 안 되는 고통을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재차 “아직도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점심도 혼자 먹는 엄마의 회사 생활을 (어떻게 말하냐)”며 “가능하다면 기억 속에서 지난 1년간 서울 본사 발령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의 끔찍한 기억들과 마음의 상처는 떼버리고, 회사에 대한 나쁜 기억들도 도려내고, 4년간의 뺑뺑이 발령, 출퇴근으로 지쳐 만신창이가 된 몸과 정신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부산 내려가 가족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A씨는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내 자존감과 그럼에도 버틸 수밖에 없는 내 현실이 너무나 싫다”며 “내가 큰 결심을 하면 그들이 내 억울함을 알아줄까 내가 이렇게 괴로웠다는 것을 이해하겠느냐”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직장생활 24년 차의 경험치가 있어도 지난 1년간 겪은 괴롭힘은 그 이상이고 상상을 초월한다”며 “미묘하게 임원의 괴롭힘이 반복될수록 가스라이팅을 당한다”고 토로했다.

아모레퍼시픽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A씨는 “과제보고 시 임원이 ‘이게 누구의 잘못이냐, 본인의 잘못이다. 고쳐라’라고 가스라이팅이 계속되니 스스로 ‘내가 이것밖에 안 되니 나는 이런 걸 당연히 해야지’ 이렇게 스스로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런 괴롭힘을) 감당한 이유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생업 활동이 너무도 중요한 이유도 있지만 이렇게 무리하는 것도 제가 감당하면 나중에는 좋아지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A씨는 “나 자신이 훼손되면서까지 이 회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제는 나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해 이 자리에 용기 내 섰다”고 밝혔다.

A씨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신고하는 것이 결고 쉽지는 않다”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이 있듯이 괴롭힘 피해자가 회사를 퇴사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A씨는 “그런데, 피해자인 내가 회사를 퇴사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억울하고 화가 난다”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벗어나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A씨는 “살고 싶어서 아모레유니온의 도움을 얻어 오늘 이 자리에 섰다”며 “지금 20년 넘게 일한 직원을 비인간적으로 대한 회사에게 사과 받고, 가해자들이 처벌받기를 원한다”고 요청했다.

아모레퍼시픽 직장 내 괴롭힘 노동부 진정 및 책임자 처벌 요구 기자회견
아모레퍼시픽 직장 내 괴롭힘 노동부 진정 및 책임자 처벌 요구 기자회견

아모레유니온 측은 “자세한 내용을 담은 녹취록도 다 있다”며 “그걸 직접 들어보면, 제3자가 들어도 어떻게 같은 사람이, 동료가 직원에게 이런 모욕적인 발언과 행위를 하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아모레유니온 측은 “이 자리는 피해를 밝히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이런 일이 재발하거나, 이런 피해로 인해 좀 더 극단적인 상태로 직원들이 몰려, 오히려 아모레퍼시픽이 더 큰 이미지 실추, 아주 나쁜 기업으로 낙인찍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것을 아모레퍼시픽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구호로 외치기도 했다.

“사람을 아름답게 한다더니, 직원들 괴롭혀서 쫓아내는 아모레퍼시픽은 반성하라.”
“희망퇴직 거부했다고 원거리 발령, 모욕비하발언, 비인격적 행위 규탄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직장 내 괴롭힘 철저히 조사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라.”
“직원은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희망퇴직 강요 즉각 중단하고 고용안정 보장하라.”

한편 아모레퍼시픽 측은 “11월 3일 해당 사안을 공식적으로 접수했고, 현재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 사규 및 윤리 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조치할 예정이며, 아모레퍼시픽은 노조를 포함한 임직원의 목소리를 다각도로 청취하고 상호 발전적인 노사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로리더 최창영 기자 cc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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