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손해보험사들과 실손보험 계약자들이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놓고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손보험 계약자들은 눈이 침침해 병원에 갔더니 안과의사가 백내장 진단을 하고 권유에 따라 백내장 수술을 했으니 당연히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손해보험사들은 백내장 수술은 ‘입원치료’가 아닌 ‘통원치료’라고 주장하며, 6시간 이상 입원해야 입원치료를 인정해 주고 있어 갈등을 빚고 있다.

‘통원치료’ 보험금은 보통 보험사에 따라 20~30만원에 불과하지만, 입원 보험금은 5000만원까지 지급되기 때문에 ‘입원치료’일 경우 수백만원의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손보험 계약자들에게는 반가운 반면, 손해보험사들에게는 불리한 항소심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법원은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들 대부분은 수술 직후 입원실에서 일정시간 체류하면서 회복하다가 병원관계자가 상태를 확인한 후 귀가 여부를 최종적으로 지시하면 귀가하는데, 이처럼 백내장 수술을 마친 직후의 치료는 일정시간 입원실에 체류하면서 안압 변화 등 이상증세 발생 여부를 ‘관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바, 입원실에서 회복하는 시간 동안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시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실제로 백내장 수술을 받고 침상에서 누워 회복을 취하는데, 약 1시간 정도가 흘러 병원관계자가 와서 이제 일어나도 된다고 하면 귀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 법원은 “수술 직후 입원실에서 일정시간 회복 및 경과 관찰을 거쳤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백내장 입원수술 보험금을 타냈다며 보험사가 보험사기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한 검사 역시도 “실제로는 의료기관에 6시간 미만 체류 후 퇴원했다고 하더라도 보험약관 내용상 ‘입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점이다.

손해보험사들이 주장하는 입원 ‘6시간 체류’가 흔들리는 대목이다.

용상 대통령실 앞에서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받지 못한 가입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용상 대통령실 앞에서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받지 못한 가입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 손해보험사는 왜 보험계약자들에 손해배상소송 냈나?

B손해보험사와 실손의료보험 계약을 체결한 A씨 등은 모 안과의원에서 노년성 백내장 또는 초로백내장 진단에 따라 인공수정체 삽입술(백내장 수술)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는 그런데 A씨 등이 백내장 수술로 입원치료를 받았음을 전제로 보험금을 타냈다면서 “A씨 등은 통원의료비 한도액을 공제한 차액을 보험사에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27명에 소송을 냈다.

B손해보험은 “A씨 등이 받은 백내장 수술은 ‘통원치료’에 해당함에도, 좌안 및 우안 백내장 수술을 각 1일간 ‘입원수술’로 진행했다는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제출해 보험사가 이에 속아 입원치료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했다”며 “이는 사기죄에 해당하므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B손보는 또 “A씨 등이 백내장 수술로 입원치료를 받았다면서 보험금을 청구해 받은 것은 사기죄를 구성하는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해 민법에 따라 무효”라며 “A씨 등은 통원치료에 해당하는 백내장 수술 및 진료를 받았을 뿐, 입원치료를 받은 적이 없으므로, 수령한 보험금은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중앙지법)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중앙지법)

◆ 1심 “백내장 수술이 통원치료에 불과하다고 인정하기 부족”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8단독 김현희 판사는 2022년 5월 B손해보험이 A씨 등 27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명만 받아들이고, 나머지 25명에 대해서는 “피고들이 원고를 기망해 보험금을 편취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김현희 판사는 “이 사건 보험약관 중 상품설명서 실손의료비 관련 특별약관에 의하면 약관상 입원을 ‘의사가 피보험자의 질병 또는 상해로 인해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로서 자택 등에서 치료가 곤란해 병원, 의료기관 또는 이와 동등하다고 인정되는 의료기관에 입실해 의사의 관리를 받으면서 치료에 전념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을 뿐, 입원실 최소 체류시간 등 입원 여부 판단의 구체적 기준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김현희 판사는 “보험사가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피고들은 수술 당일 수술 전 검사를 받고 백내장 수술을 받은 다음 회복 및 의료진의 경과 관찰 등을 위해 일정시간 병원에 체류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현희 판사는 ‘입원’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고시인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등의 제반 규정에 따라 환자가 6시간 이상 입원실에 체류하면서 의료진의 관찰 및 관리 아래 치료를 받은 것을 의미하나, 입원실 체류 시간만을 기준으로 입원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환자의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과 경위, 환자들의 행동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2009년 5월)를 언급했다.

피고들은 백내장 수술을 받은 후 간호사가 눈을 봐주고 최종적으로 귀가해도 좋다는 지시에 따라 귀가했다.

김현희 판사는 또 “백내장 진단을 하고 수술한 의사들이 피고들에게 좌안 및 우안 백내장 수술을 각 1일간 입원수술로 진행했다는 진단서를 작성했는데, 이 진단서가 허위로 작성됐다고 볼 객관적인 자료가 전혀 제출된 바 없다”고 말했다.

김현희 판사는 “입원치료의 필요성은 수술 및 약물 투약의 부작용 혹은 부수 효과와 관련해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지, 환자가 통원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지 등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해 전문가인 의사가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현희 판사는 “동일한 방법의 수술이 시행됐다고 하더라도, 수술의 경과나 환자의 상태 등에 따라 입원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백내장 수술을 시행할 때 통상적으로 입원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피고들 역시 백내장 수술 당시 입원치료가 불필요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손해보험의 부당이득반환청구에 대해 김현희 판사는 “피고들의 백내장 수술 보험금 청구 및 수령행위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거나, 의사로부터 받은 백내장 수술이 통원치료에 불과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그러자 보험사가 “A씨 등이 받은 백내장 수술과 절차들은 실질이 ‘통원치료’에 해당할 뿐이고, 입원치료를 받지 않았다”며 “피고들은 백내장 입원수술로 진행했다는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 보험사가 이에 속아 입원치료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했는데, 이는 사기죄에 해당하므로 피고들은 보험사에 손해배상의무가 있다”며 항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이 있는 서울법원종합청사
서울중앙지법이 있는 서울법원종합청사

◆ 항소심 “백내장 수술 후 침상에 누워 1시간 정도 회복을 취하고 병원관계자가 확인 후 귀가…입원실에서 일정시간 회복 및 경과 관찰 거친 것”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민사부(재판장 오연정 부장판사)는 지난 9월 19일 B손해보험이 백내장 수술 보험금을 지급한 25명 중 4명을 제외한 21명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판단해 패소했다.

4명에 대해 보험금을 반환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진료차트에는 수술 당일 입원시간이 기재돼 있는데, 수술시간 종료 전에 이미 퇴원해 수술 이후 병원에 입원한 시간이 없으므로, 입원시간은 실질적으로 단순히 수술 전 대기 시간에 불과하고, ‘수술 후 일정시간의 경과 추적’ 등에 필요한 입원치료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이들은 백내장 수술에 대해 입원치료를 전제로 하는 보험금 지급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법률상 원인 없이 보험금을 수령해 보험사에 손해를 가했다”고 인정했다.

이들 중 1명은 진료차트 입원시간은 ‘오전 9시 50분부터 오후 3시 50분’으로 기재돼 있는데, 수술은 ‘오후 5시 40분부터 5시 55분’까지 실시한 것으로 돼 있었다. 이들 4명은 받은 보험금 중에서 통원치료비 25만원만 인정해 나머지 보험금은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핵심 쟁점인 ‘입원치료’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물론 의료기관 내 체류시간이나 진료 또는 수술 시간 자체가 짧을 경우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겠으나, 보험자가 피보험자를 상대로 불법행위 손해배상을 구하거나 이미 지급한 보험금에 관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 추측만으로 피고들(21명)이 원고를 기망했다거나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보험사는 수술을 받은 피고들이 실제로 입원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었고, 입원치료를 받지도 않았음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백내장 수술의 경우 후낭혼탁, 안내염, 전방 출혈, 녹내장, 망막박리 및 분리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은 수술 후 흔하게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시기와 시기능이 안정화되는 시기까지 일정 간격을 두고 환자를 추적 관리할 필요가 있고, 수술 직후에도 일정시간 안압 변화 등 이상증세의 발생 여부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대부분의 백내장 환자가 수술 후 입원의 필요 없이 통원치료만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해도, 개개의 피고별로 당시 수술 경과 및 상태 등을 토대로 실제 입원의 필요성이 없었음이 구체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반적인 경우만을 이유로 피고들 모두가 수술 직후 경과를 관찰할 필요 없이 바로 귀가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즉 입원치료가 불필요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해당 안과의원은 입원실을 운영하고 있고, 피고들은 수술 직후 입원실에서 일정시간 체류하면서 회복하다가 병원관계자가 상태를 체크한 후 귀가 여부를 최종적으로 지시하면 귀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처럼 백내장 수술을 마친 직후의 치료는 일정시간 입원실에 체류하면서 안압 변화 등 이상증세 발생 여부를 ‘관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바, 피고들이 입원실에서 회복하는 시간 동안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당시 입원치료의 필요성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가 ‘커튼을 이용해 칸을 나눈 후 누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침상에 잠시 누워 회복을 취했다. 약 1시간이 흘렀을 때 병원관계자가 와서 이제 일어나도 된다고 말해서 일어났고, 그대로 귀가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하면, 수술 직후 입원실에서 일정시간 회복 및 경과 관찰을 거쳤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검찰 “실제로 의료기관에 6시간 미만 체류 후 퇴원했더라도, 약관 내용상 ‘입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재판부는 특히 검찰의 판단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B손해보험은 백내장 환자들인 피고들과 백내장 수술한 의사들을 “백내장 수술을 받으면서 사실은 1일간 입원해 백내장 수술을 받지 않았음에도 의사들이 1일간 입원수술로 진행했다는 거짓으로 작성된 진료기록부를 교부받아 보험사에 제시해 보험금을 취득했다”며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2022년 2월 검사는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했는데, 그 이유 중에 “피고들이 실제로 의료기관에 6시간 미만 체류 후 퇴원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약관 내용상 ‘입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대목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들(21명)에 대한 입원치료가 없었다고 인정되지 않으므로, 피고들이 원고를 기망해 보험금을 편취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피고들이 수령한 보험금은 법률상 원인 없는 것이므로 반환해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항소심 판결에 대해 B손해보험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 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 “사실상 백내장 수술 입원보험금 확정”

이번 판결과 관련해 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대표 정경인)는 23일 “보험사, 백내장 보험금 소송 상고 포기로 사실상 백내장 수술 ‘입원보험금’ 확정”이라며 “보험사의 지급 거절 및 소액 통원보험금만 지급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실손보험소비자연대는 “최근 보험사가 백내장 수술에 대해 입원보험금이 아닌 통원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주요 근거로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판결을 삼고 있는데, 이는 ‘판결 이유’가 기재돼 있지 않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대법원 판례’가 아니다”며 “대법원 판례가 없는 지금. 백내장 수술에 대해 입원치료가 인정된 하급심 판결이 쏟아져 나오면서 보험금 지급 거절 및 소액 통원보험금만 지급하는 보험사들의 관행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실손보험소비자연대는 “이러한 사법부의 판결에도 금융감독원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보험사에 대한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며 “지난 17일 진행된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백내장 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한 소비자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백내장 실손보험금 지급 관련 가이드라인을 연내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고령자 진료, 상급진료 수술 등 신속한 보험금 지급이 필요한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 심사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 정경인 대표는 “백내장은 50대부터 많이 하는 수술로 6~70대 이상의 고령자 우선 지급으로 한정 짓는 것이 과연 백내장 보험금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다”라며 “가이드라인에 앞서 백내장 보험금 사태에 대해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불법 의료자문 및 약관 위반 등 보험사의 탈법행위와 보험 법규 위반에 대하여 보험사에 주의, 경고 또는 과태료 부과 처분 등 행정 제재 조치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손보험소비자연대는 “보험금을 못 받은 일부 소비자는 보험사를 상대로 공동소송을 제기했고, 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를 통해 공동소송에 참여한 환자가 2,000명이 넘어섰다”며 “공동소송뿐만 아니라 개별적으로 소송에 참여한 환자는 전국적으로 수 천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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