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보험계약자는 직업이나 직무가 변경되면 보험사에 알려야 하는데, 직업이 작물재배원(2급)에서 농업단순종사자(3급)로 변경됐음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이 감액된 사건에서, 법원은 보험금 전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망인 입장에서는 작물재배원과 농업단순종사원을 구분하기 어렵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직업 변경에 대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등법원(서울고법)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등법원(서울고법)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한화손해보험과 2015년, 2017년, 2020년 6월 등 3개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A씨는 2021년 10월 농사 현장에서 나온 폐비닐 등 쓰레기를 수거하던 트레일러 하차 작업을 돕던 중 갑자기 경사면을 따라 밀려 내려오는 트레일러에 부딪혀 크게 다쳐 사망했다.

이에 유족들은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한화손해보험은 “망인이 보험계약 체결 이후 직업이 작물재배원(2급)에서 농업단순종사자(3급)으로 변경됐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2021년 11월 급수비례한 사망보험금 2억 2700만원만을 지급했다.

한화손해보험은 2개의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하고, 2020년에 체결한 보험계약은 직업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A(망인)씨의 유족이 보험전문 한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앤율)를 선임해 대응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9민사단독 최환영 판사는 최근 망인의 유족이 한화손해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에 관한 소송’에서 “한화손해보험은 원고(배우자)에게 5766만원, 원고(자녀 3명)에게 각 3844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최환영 판사는 “보험자가 상법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지의무의 존재에 대해 알고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해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며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현저한 부주의로 중요한 사항의 존재를 몰랐거나 중요성 판단을 잘못해 그 사실을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임을 알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최환영 판사는 “과실이 있는지는 보험계약의 내용, 고지해야 할 사실의 중요도, 보험계약의 체결에 이르게 된 경위, 보험자와 피보험자 사이의 관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해 사회통념에 비춰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최환영 판사는 “한국표준직업분류 해설서에 따르면 작물재배원은 ‘곡식을 재배하고 채소특용작물, 과수작물 등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농업에 종사한다’라고 기재돼 있고, 농업단순종사원은 ‘숙련농업종사원을 도와서 간단한 농사일 중의 일부를 수행하는 자를 말한다. 건초를 손질하고 농산물에 물을 주고 제초 작업을 한다. 가축에게 사료 또는 물을 주고 축사를 청소한다’고 기재돼 있는데, 일반인인 망인 입장에서 작물재배원과 농업단순종사원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환영 판사는 “망인이 사망 당시 고용돼 월급 300만원을 받고 농사를 짓고, 인부들을 관리하고 기계도 운전하는 일에 종사했다”며 “보험청약 당시 망인이 수기로 직업을 입력한 것이 아니라, 한화손해보험의 직원이 전산으로 청약서를 작성하게 돼 있는바, 망인은 보험설계사에게 직업에 대한 고지만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가사 망인이 한화손해보험의 주장과 같이 작물재배원이 아닌 단순농업종사원이라고 하더라도, 망인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직업변경에 대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환영 판사는 “따라서 한화손해보험은 망인이 직업변경 사실에 관한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했음을 이유로 세 번째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고, 망인이 고지의무 위반에 대한 고의 중대한 과실이 없을 때 한화손해보험은 원고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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