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오토바이를 운행하다가 전신주를 충격한 후 사망한 사건에서, 보험사는 망인이 오토바이를 계속 운전하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알릴(통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하지만 법원은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특히 “망인이 오토바이의 계속적 운전 사실을 통지하지 않았더라도, 보험사가 상법 제652조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어 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부산지법, 부산가정법원, 부산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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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사건은 이렇다.

A씨는 2013년 흥국화재해상보험과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법정상속인으로 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보험계약자가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한 경우 사망보험금 1억 3000만원을 법정상속인에게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직업을 ‘기획, 마케팅’, 운전차의 용도는 ‘자가용’이라고 기재했다. A씨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륜자동차(오토바이)를 운전하지 않았다.

그런데 A씨는 2021년 5월 미등록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보도 턱을 충격한 다음 전신주를 충격해 외상성 뇌손상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사망했다.

이에 A씨의 유족이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흥국화재해상보험이 거절했다.

2021년 9월 흥국화재는 “보험계약 후 알릴 의무에 따라 이륜자동차를 계속 사용하게 된 경우 지체없이 보험사에 알려야 하는데 알리지 않았으므로, 통지의무 위반에 따라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다”는 취지의 안내문을 유족에게 발송했다.

흥국화재는 또 “망인은 이륜자동차를 계속 사용했지만 그 사실을 보험사에 통지하지 않음으로써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에 보험사는 약관 규정 및 상법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적법하게 해지해 유족에게 보험금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의무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A씨 유족은 “망인은 이륜자동차를 계속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보험전문 한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앤율)에게 사건을 의뢰했다.

유족과 한세영 변호사는 “망인이 이륜자동차를 계속 사용할 경우 보험사에 통지해야 하고, 통지의무를 위반하면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취지의 약관 규정을 보험사가 명시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약관규정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어, 보험계약 해지 통지는 부적법하다”며 “그러므로 흥국화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지방법원 민사3단독 최영 판사는 최근 흥국화재해상보험이 망인의 유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흥국화재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흥국화재는 유족에게 보험금 1억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으로 21일 확인했다.

최영 판사는 먼저 “망인은 보험계약 체결 이후 2020년 8월부터 이륜자동차를 계속 사용했음이 봄이 타당하다”며 “망인이 이륜자동차를 계속 사용하면서도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고, 이는 약관규정상 해지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망인은 회사에 출퇴근할 때 종종 직장동료가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기도 했지만, 동료와 작업시간이 다를 경우에는 이륜자동차를 사용해 출퇴근한 것으로 봤다.

흥국화재가 유족에게 교부한 계약자 보관용 상품설명서에는 “계약 후 알릴 의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계약을 맺은 후 피보험자가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를 계속 사용하게 된 경우에는 즉시 회사에 알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험계약 해지 및 보험금 지급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라는 취지의 설명이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최영 판사는 “보험사가 망인이나 피고(유족)에게 ‘이륜자동차의 계속적 사용에 관해 알릴 의무와 알리지 않았을 경우 보험계약 해지’에 관한 약관규정의 명시ㆍ설명의무를 구체적으로 이행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 사건 약관규정에 관해 명시ㆍ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보험사는 이 약관규정을 보험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영 판사는 또 “보험사가 피고에게 교부한 보험증권상 ‘계약 후 알리(통지) 의무’에는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가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한 경우 지체 없이 회사에 알려야 합니다. 그러지 아니한 경우 보험금 지급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자가용 운전자가 영업용 운전자로 변경하는 등의 경우를 포함합니다)’라는 내용만 있을 뿐, 이륜자동차 계속적 사용에 관한 통지의무는 기재돼 있지 않았다”고 짚었다.

최영 판사는 “상품설명서에 피고의 자필 서명이 있고, 이륜자동차의 계속적 사용에 관해 알릴 의무에 대한 내용이 있다고, 피고나 망인이 보험모집인으로부터 ‘이륜자동차의 사용 여부’가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에 해당돼 ‘이륜자동차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 이를 보험사에 알려야 한다거나, ‘이를 알리지 않을 경우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사항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와 함께 최영 판사는 “흥국화재보험사는 이 사건 약관규정을 보험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으므로, 약관규정에 기한 해지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최영 판사는 “이륜자동차 운전이 객관적으로 위험하다는 사실은 일반인도 인식하고 있으나, 그런 인식을 넘어서서 상해보험의 가입 여부나 보험계약 조건을 변경시키는 사유에 해당해 통지의무의 대상이 된다거나, 이를 게을리 할 경우 계약을 해지당할 수 있다는 사정은 보험자 측의 설명 없이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이를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영 판사는 “그러므로 피고나 망인이 이륜자동차를 계속 운전하게 됐다는 상태의 변경만으로 사고 발생 위험의 현저한 변경 또는 증가에 해당한다는 것까지 알았다고 할 수 없다”며 “따라서 피고나 망인에게 상법 제652조 제1항의 통지의무가 발생하지 않고, 피고나 망인이 이륜자동차의 계속 운전사실을 통지하지 않았더라도, 원고는 상법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영 판사는 그러므로 “상법 제652조에 따른 해지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상법에 기한 보험사의 해지는 부적법하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최영 판사는 “흥국화재의 보험계약 해지가 부적법하므로, 보험사는 사고와 관련해 보험계약에 따라 피고들에게 보험금 지급채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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