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6일 “국정농단ㆍ헌정유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 선고는 지극히 당연하다”며 “이런 불행한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강렬히 염원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형사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형법상 직권남용죄와 강요죄 그리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뇌물죄) 등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이날 민변(회장 정연순)은 논평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위가 처음 드러난 때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무런 공적 지위도 가지고 있지 않은 비선의 요구에 종속돼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사적 이익의 추구와 사적 감정의 해소에 사용한 행위는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하는 행위이므로 탄핵과 형사처벌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며 “구체적으로는 헌법의 핵심 가치인 국민주권주의와 대의제민주주의를 위반하고 경제민주화와 직업공무원제와 문화ㆍ예술 창작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봤다”고 밝혔다.

민변은 “촛불혁명과 탄핵재판을 통해 표출된 국민들의 헌정질서 회복의 염원이 오늘 선고된 판결의 토대가 됐다. 그러나 우리는 기뻐하거나 안도할 수만은 없다”며 “오늘 판결을 통해 불과 수 년 전까지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의 수준이 대통령과 그 측근의 탐욕과 전횡을 충분히 제지하지 못할 정도로 허약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의 의미와 한계에 대해 조목조목 짚으며 평가했다.

첫째, 민변은 “가장 주목할 점은 박근혜가 아무리 부인해도 지난 1년간의 형사재판을 통해서 그간의 국정농단을 둘러싼 진실이 엄격한 증명절차에 의해 밝혀졌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재판을 통해 박근혜가 최순실과 공모해 안종범 경제수석을 통하여 각 기업들에게 수 백 억 원에 이르는 재단 자금을 강제로 출연하게 하고, 광고발주나 기업체 납품, 인사청탁까지 하면서 사적 이익을 챙기고, 심지어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기업체 임원의 해임까지 강요한 점, 삼성이나 롯데, SK의 현안에 대해 여러 가지 뒷거래를 하며 수십억원의 뇌물을 제공받은 점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

민변은 “전근대적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어서 차마 믿기 힘든 일이 실제로 행해졌음이 법원의 재판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둘째, 민변은 “이제는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직권을 남용해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고, 탄핵은 물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 명백하게 확인됐다”며 “우리 사회에 일체의 특권은 없으며, 통치행위나 정책적 판단이라는 이유로 위법한 행위가 용납될 수 없음이 명백해졌다”고 평가했다.

셋째, 민변은 “반면 법원이 삼성그룹의 승계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롯데그룹이나 SK그룹에 대한 처벌에 비교해 볼 때에도 이번 판결은 현저하게 형평성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재판부의 판단대로라면, 삼성의 청탁이 없었음에도 박근혜의 청와대가 삼성을 위해 여러 업무를 자발적으로 진행했다는 것인데,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재판부의 판단을 꼬집었다.

민변은 “그리고 영재센터 후원금이나 정유라 말 지원 등의 뇌물은 이재용의 승계목적 이외 어떤 이유에서 삼성이 뇌물을 제공했다는 것인지 논리적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며 “이는 ‘부정한 청탁’에 관한 형사법적 요건을 핑계로 삼성에 면죄부를 준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재판부와 다른 판단을 했다.

넷째, 민변은 “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개인에게 재산적 이익이 귀속되지 않은 점을 유리한 양형 사유들 중의 하나로 언급했는데, 이는 온당치 않은 판단”이라며 “향후 형식적으로 제3의 법인을 설립해 우회적으로 뇌물을 받는 행태가 널리 활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과거부터 영남대 재단(학교법인 영남학원), 육영재단, 정수장학회 등 재단 활동을 통해 사적 이익을 취하고 자신의 활동력을 확대해 왔다”며 “그런 점을 놓고 보면, 이 사건에서 문제된 재단들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전적으로 지배해 운영하려 한 것으로 재단 설립 그 자체를 뇌물 수수의 과정으로 충분히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법원은 재단을 제3자로 봐 범죄수익이 재단에 귀속돼 박근혜가 개인적으로 챙긴 것이 없다고 하면서 도리어 이를 유리한 양형인자라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이 사건 뇌물범죄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항소심에서는 이 점이 반드시 바로잡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더불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태도와 국민들을 향한 입장에 대해서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오늘 재판에도 박근혜는 불출석했다. 박근혜는 재판 도중에 처음에는 발가락 부상을 핑계로, 나중에는 아예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 없다’면서 사법부에 의해 이루어지는 형사절차를 정치보복으로 단정하고 불출석했다. 구속연장에 항의한다면서 사선변호인들 모두가 사임하기도 했다. 박근혜의 이와 같은 태도는 대한민국 사법부 및 헌정질서에 대한 부인이고, 한 때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사람이 가질 법한 책임감을 방기한 행태”라고 질타했다.

또 “마지막까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박근혜에게서 일말의 양심이나 품위도 발견할 수가 없다”며 “그리고 박근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국민들에 대해 진실하게 사죄하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자신의 지지자들에 대해 동정을 호소하고 선동하기에만 열을 올렸다. 이런 행위 역시 심히 옹졸하고 무책임한 행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박근혜 국정농단사태는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적 행위가 아니었다. 국가권력을 악용해 정치권력과 자본이 불법적 거래를 자행한 것이었고, 우리 헌정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었다”며 “그러므로 오늘의 사법적 심판은 우리사회의 민주주의와 헌정질서가 성숙하고 발전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한 걸음이며, 헌법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의 원리를 철저히 저버린 비극에 대한 역사적 심판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그러므로 앞으로 있을 박근혜, 최순실의 2, 3심 재판과 이재용 3심 재판에 대해서 사법부는 더 무거운 책임으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