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검찰개혁을 이끌 추진체로 작년 9월 대검찰청에 설치됐던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는 9월 5일 제38회 회의를 끝으로 지난 1년간의 논의를 마무리했다.

검찰개혁위원회 송두환 위원장과 문무일 검찰총장이 악수하고 있다(사진=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송두환 위원장과 문무일 검찰총장이 악수하고 있다(사진=대검찰청)

그리고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마련된 제12차 권고(수사 등 검찰권행사에서의 사회적 소수자 등에 대한 인권보호 강화 방안 권고), 제13차 권고(검찰 조직구조 개혁 등 검찰 기능 실질화 방안 권고), 제14차 권고(검찰총장의 비상상고 신청 권고 - ‘형제복지원 사건’ 관련)를 13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전달했다.

◆ 제12차 권고(수사 등 검찰권 행사에서의 사회적 소수자 등에 대한 인권보호 강화 방안 권고)의 요지.

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이 더욱 진일보한 인권보장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장애인, 다문화가족, 북한이탈주민, 외국인 등 사회적 소수자와 여성ㆍ아동을 비롯한 범죄 피해자의 특성에 따라 강화된 인권보호 방안의 수립 시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관련 교육 강화 및 지침 정비, ▲장애인 진술조력 의무화 ▲장애인 폭력사건 전담검사 수사반 설치 ▲여성 아동조사부 전국 청 확대 설치 ▲전문적인 사법통역시스템 구축 ▲북한

이탈주민 상대 법 제도 교육 강화 등을 권고했다.

◆ 제13차 권고(검찰 조직구조 개혁 등 검찰기능 실질화 방안 권고)의 요지

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이 범죄수사와 공소 제기 유지 등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보다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검찰청 조직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검찰청의 정책기능을 강화하고 개별사건에 대한 일선청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조직개선안 마련 ▲업무중복의 해소를 통한 조직운영의 효율성 제고 및 국가송무수행 기능의 실질화 방안 마련 ▲검찰 정책 연구기능 강화 방안 마련 등을 권고했다.

◆ 제14차 권고(검찰총장의 비상상고 신청 권고 - ‘형제복지원 사건’ 관련)의 요지

검찰개혁위원회는 형제복지원 관련 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의 유일한 근거가 됐던 내무부훈령 제410호는 그 위헌ㆍ위법성이 명백해 관련 무죄 확정판결은 형사소송법 제441조에 정한 ‘법령 위반의 심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과거사위원회 및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참조해 해당 확정판결에 대해 비상상고를 신청할 것을 검찰총장에게 권고했다.

또 위 사건 수사과정에서의 검찰권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 검찰개혁위원회의 제1차 권고 취지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사진=대검찰청
사진=대검찰청

◆ ‘형제복지원 사건’ 개요

이른바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산지방검찰청 울산지청 김용원 전 검사가 1986년 12월 경남 울주군 소재 작업장에서 형제복지원 원생들의 강제노역 현장을 우연히 목격하고 이들을 조사하면서 세상에 드러나게 된 사건이다.

김용원 전 검사는 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과 직원들에 대한 수사를 한 끝에 1987년 1월 28일 특수감금(원생 168명을 울주군 작업장에 감금, 강제노역케 한 행위), 업무상횡령(원생들을 위해 쓰여야 할 국고 보조금 횡령 행위) 등 죄명으로 기소했다.

수사과정에서 김용원 전 검사는 부산시 소재 ‘형제복지원 본원’ 내 수용돼 있던 3000여명의 원생들에 대한 인권침해사건(폭행, 감금, 성폭행, 사망사건 등)도 수사하려고 분투했으나, 당시 검찰 지휘부의 거센 압력 때문에 결국 수사하지 못하고 포기했다.

그리하여 당시 공소사실에 형제복지원 본원의 피수용자 3,000여명에 대한 인권침해범죄는 포함되지 못했다는 것인바, 이러한 검찰권행사의 위법에 대하여는 이제 비로소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 진상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검찰의 기소 사건에 대해, 1심법원(부산지방법원 울산지원 87고합33 판결)은 특수감금 및 업무상 횡령의 점 모두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그런 2심법원(대구고등법원 87노1048 판결)은 ‘주간의 특수감금 행위 부분’에 대하여는 일부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야간의 특수감금 행위’도 무죄라고 판시하며 2심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그에 따른 환송 후 대구고등법원(88노144 판결)은 ‘야간의 특수감금 행위’에 대해 다시 유죄를 선고했는데, 대법원(88도1580 판결)은 위 부분에 대해 재차 무죄라고 판시하며 원심판결을 거듭 파기 환송했다.

이러한 재환송 후의 고등법원(88노593 판결)은 대법원 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판시 취지대로 특수감금의 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이는 1989년 7월 대법원 판결(89도698 판결)로 확정됐다.

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에게 당초 선고됐던 징역 10년의 형은 9번의 판결을 거치면서 업무상 횡령 범죄로 인한 징역 2년6월의 형으로 감축됐다.

◆ 특수감금죄 무죄 판결의 법령 위반 여부에 관한 쟁점

대법원 판결이 특수감금의 점에 관해 무죄로 판시한 것이 과연 적법하고 정당한 것인가, 위 대법원 판결이 형사소송법 제441조(비상상고이유)가 정한 ‘법령에 위반한 심판’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대법원이 거듭 확인해 재환송 후의 고등법원이 그에 따르고 있는 특수감금죄 무죄 선고 이유의 요지는 “내무부훈령 제410 호가 유효한 것임을 전제로, 그에 기하여 원생들을 울주 작업장 에 수용하여 출입문을 잠그는 등 이탈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은 형법 제20조에 의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 판시에 대하여는 재환송 후의 고등법원 판결 스스로도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구고등법원 판결(88노593)은 그 이유 기재 중에 “훈령이나 보호기관인 부산시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수용인들의 의사에 반하는 한 위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하급심인 당심으로서는 대법원 환송판결의 사실상 및 법률상 판단에 기속되지 않을 수 없어 이에 따르기로 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로 하고...”라고 설시했다.\

즉 대법원 재환송판결의 판시 내용이 과연 적정한 것인지 의문이 있으나, 대법원 판결의 기속력에 어쩔 수 없이 따를 뿐임을 밝히고 있다.

이른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현재 검찰과거사위원회 및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전반적인 조사 및 향후 대책 논의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에 따라 위 사건의 객관적 사실관계가 좀 더 명백하게 밝혀지는 경우, 형제복지원 사건 관련 피해자에 대한 보상, 배상 등의 해결방안이 제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형사소송법 제441조는 “검찰총장은 판결이 확정한 후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것을 발견한 때에는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이 비상상고를 제기할 수 있는 주체를 오로지 검찰총장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이 확정한 판결(대구고등법원 88노593)의 ‘특수감금죄 무죄 선고 이유의 요지’는 ‘내무부훈령 제410호가 유효한 것임을 전제로, 그에 기해 원생들을 울주 작업장에 수용해 출입문을 잠그는 등 이탈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은 형법 제20조에 정한 법령에 의한 행위, 즉 정당행위라는 것’이다.

내무부 훈령 제410호가 예정하고 있는 부랑인 등의 단속ㆍ수용ㆍ보호는 헌법상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그 제한에 있어서는 반드시 법률상의 근거가 필요하다. 그런데 내무부 훈령 제410호는 위임의 근거가 되는 법률이 전혀 없다.

검찰개혁위원회는 “결국 경찰 및 행정기관이 오로지 내무부 훈령 제410호에 근거해 체포, 구금의 방법으로 부랑인 등의 신체의 자유 등을 제한했던 것인바, 이는 법률의 위임 없이 신체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것으로 기본권 제한에 관한 헌법상의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훈령상 단속 대상 유형으로 규정된 ‘배회한다’, ‘괴롭힌다’, ‘건전한 사회 및 도시질서를 저해한다’, ‘사회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은 그에 해당하는 행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고, 사람마다 달리 평가될 수밖에 없어 결국 집행자의 자의적 판단에 적용기준을 맡기게 되는 것이므로, 헌법상 기본권제한의 원칙으로 확립된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검찰개혁위원회는 “내무부 훈령 제410호는 제1장 제1절에서 ‘안보적 측면에서 범법자, 불순분자 등의 활동을 봉쇄하고 사회적 측면에서 불우이웃을 도와 건전하고 명랑한 사회질서를 확립하고 도시환경을 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는바, 우리 헌법이 법치국가의 실현을 기본 이념으로 삼고 있는 한, 위법을 범하지 않은 자를 법절차 외의 방법으로 강제격리 시키고자 시도하는 어떠한 목적도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단지 일개 행정부처의 훈령에 의해 강제감금, 강제노역 부과 등의 조치를 한다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제한에 있어서의 대원칙인 과잉금지원칙에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내무부 훈령 제410호는 그 인치, 수용 과정을 통하여 당사자가 그 인치, 수용조치에 대한 이의, 기타 의견진술의 기회를 제공하는 절차도 두지 않고 있는 점에서 헌법상의 적법절차 원칙 또한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개혁위원회는 “결국, 위 내무부훈령 제410호(1987. 2. 16. 폐지)는 어느 모로 보더라도 위헌, 위법한 것임이 명백하고, 따라서 오로지 위 내무부 훈령이 적법ㆍ유효함을 유일한 근거로 삼아 위 특수감금 행위를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위 대법원 판결 및 그에 기한 확정판결은 마땅히 시정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위헌ㆍ위법인 내무부 훈령 제410호를 적용해 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 등의 원생들에 대한 특수감금 행위를 형법 제20조에 의한 정당행위로 보고 무죄로 판단한 당시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441조가 정한 ‘법령위반의 심판(판결)’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위원회는 “위와 같은 법령위반의 판결은 ‘법령 적용의 오류를 시정함으로써 법령의 해석ㆍ적용의 통일을 도모’하고, 나아가 사법적 정의를 뒤 늦게나마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법적 절차에 의해 파기, 시정돼야 할 것인바, 검찰총장은 판결이 확정된 후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것을 발견한 때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할 수 있고, 나아가 유일한 비상상고 신청권자”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형제복지원 사건’의 확정판결에 대한 검찰총장의 비상상고 신청은 법률상의 권한인 동시에 의무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따라서, 검찰총장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진상조사결과를 참조해 ‘형제복지원 사건 확정판결’에 대한 비상상고를 신청할 것을 권고했다.

검찰과거사위원회 조사결과에 따라 확인되는 검찰권남용 및 그로 인한 인권침해와 관련해,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도 적절한 시점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위원회는 제1차 권고를 통해 검찰 과거사 피해자들에 대한 검찰총장의 직접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권고한 바 있다. 검찰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피해당사자에 대한 직접 사과 없이는 그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위원회는 제1차 권고 당시, 검찰총장의 과거사 피해자들에 대한 직접 사과는 그 대상 사건의 종류에 제한을 두지 말고 이루어져야 하며, 검찰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결과에 따라 새로이 확인되는 인권침해 및 권한남용 사건의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도 적절한 시점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위 권고 이후,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3월 20일 고(故)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 씨를 만나 직접 사과했다.

위원회는 “검찰총장은 검찰과거사위원회 및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의 ‘형제복지원 사건’ 조사결과 검찰권남용 및 그로 인한 인권침해 사실이 밝혀지면, 위와 같은 연장선상에서 그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를 할 것을 권고한다”고 제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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