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경제개혁연대는 “개인비리로 기업체 취업제한 중인 박찬구ㆍ이호진ㆍ이중근 등 비리기업인 특별사면으로, 재벌은 개인비리로 유죄를 선고받더라도 결국에는 정권이 사면해준다는 잘못된 믿음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스스로 법 앞에 예외적인 존재라는 인식을 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라고 혹평했다.

14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살리기 명분으로 부영그룹 이중근 전 회장,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명예회장,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등 재벌총수를 포함한 기업인 12명을 특별사면(형선고 실효 및 복권)했다.

경제개혁연대
경제개혁연대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소)는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회사를 위험에 빠뜨리고 일말의 반성도 없던 비리기업인에 대한 특별사면을 강력히 비판한다”는 논평을 냈다.

경제개혁연대는 “재계는 그동안 유죄 선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중근ㆍ박찬구ㆍ이호진 등 재벌총수에 대한 사면 건의를 꾸준히 제기해왔고, 이번에 이들은 모두 사면ㆍ복권됐다”며 “이들은 특정경제범죄법을 위반해 유죄를 최종 선고 받아 따른 기업체 취업제한의 대상자라는 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경제범죄법의 기업체 취업제한 규정의 취지는 범죄행위자가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서 일정기간 영향력이나 집행력을 행사ㆍ향유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관련 기업체를 보호해 건전한 경제질서를 확립하는데 있다”며 “따라서 기업인에 대한 사면심사를 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특히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이중근 전 부영그룹 회장을 지목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명예회장은 기업체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취지를 무력화한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찬구는 2018년 11월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등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범죄와 관련이 있는 금호석유화학에 7년(집행유예 기간 5년+2년) 간 취업이 제한됐다”며 “하지만 박찬구는 법무부의 취업승인 불허 결정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까지 회장직을 고수했고, 행정소송 패소 후 6개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으로 전환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물론 무보수 명예회장으로 전환하더라도 특정경제범죄법의 취지에 따르면 ‘취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매우 크다”며 “더 큰 문제는, 박찬구가 기업체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받은 210억원 이상의 보수는 사실상 근거 없이 취득한 부당한 이득이라 할 수 있지만, 박찬구는 불법 취업이 확인된 이후에도 이를 회사에 돌려놓지 않았다”고 짚었다.

경제개혁연대는 “집행유예 기간 중 또 다른 불법(기업체 취업제한 위반)을 저지르고, 부당하게 얻은 이익을 회사에 돌려놓지 않은 박찬구를 사면한 것은 명백한 특혜로 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개혁연대는 “한편, 박찬구는 특별사면 됐지만 형의 선고에 따른 기성의 효과는 사면ㆍ복권 등으로 변경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2018년 11월부터 2023년 4월말까지 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 위반 혐의 고발 사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사당국의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 이형철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대표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 이형철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대표

또한 경제개혁연대는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도 2019년 6월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ㆍ배임 등으로 징역형 등을 선고받아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지만, 기업체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이호진은 재판 중 이른바 ‘황제보석’으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바 있으며, 출소 후에도 티브로드 매각 및 김치ㆍ와인 일감몰아주기 편취 사건과 계열사 및 협력업체에 골프회원권 강매 사건으로 고발된 상태”라고 전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부영그룹 이중근 전 회장은 횡령ㆍ배임 혐의로 2020년 8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2021년 8월 가석방됐다”며 “이중근도 현재 기업체 취업제한 상태로, 가석방에 이어 사면 특혜까지 받게 됐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특별사면으로 재벌은 개인비리로 유죄를 선고받더라도 결국에는 정권이 사면해준다는 잘못된 믿음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스스로 법 앞에 예외적인 존재라는 인식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라며 “법무부가 밝힌 ‘경제위기 극복’, ‘국가경쟁력 제고’, ‘고령ㆍ피해회복’ 등 정부의 민망한 경제인 사면 논거가 이를 방증한다”고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하지만 법률에 따른 최소한의 기업체 취업제한 기간마저 무력화시킨 이번 사면권 행사는, 회사 스스로가 비리기업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투명한 거버넌스를 갖춘 기업으로 거듭날 기회를 박탈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경제개혁연대는 “향후 해당 기업들은 회사의 이익보다 총수일가 또는 총수가 은혜를 입은 정권에 충성하기 위해 또다시 왜곡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이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며 “누구보다 ‘공정과 상식’을 강조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재벌의 회사 사유화라는 병폐를 그대로 둔 채, 정경유착의 길을 답습하려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혹평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