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아파트 위층과 층간소음 분쟁을 겪다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사건에서 법원은 층간소음의 불법행위책임을 물어 아래층 거주자들에게 1인당 25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위층 주거지 내에서 고의적인 소음 유발행위 일체’의 금지를 구했으나 법원은 “공동주택 내에서 어느 정도의 소음은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수인한도 내의 소음 발생행위까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며 “고의적인 소음 유발행위 일체를 금지할 경우 위층 거주자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북부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 가족은 서울의 한 아파트로 이사 온 직후인 2020년 6월경부터 위층에 사는 B씨 부부와 층간소음 문제로 분쟁을 겪었다. A씨 가족은 층간소음을 이유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거나, 112 신고했다. 이에 관리사무소 직원이나 경찰이 A씨 집을 방문해 층간소음이 발생하는 사실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

출동한 경찰은 B씨 집 출입문 벨을 누르거나 노크하면 안에서 인기척과 반응이 없어 층간소음이웃센터 안내 후 고소 절차를 알려주고 현장을 종결했다. 아파트 경비대원이 가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A씨 가족은 2022년 12월 새벽 2시경 “위층에서 망치로 바닥을 두드리는 등 보복성 소음을 계속 내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이 작성한 단속경위서에는 “경찰들이 A씨 가족의 진술을 청취하는 중에도 ‘쿵~쿵~쿵~쿵’ 2~3초 간격으로 5분 이상 위층에서 바닥을 내려치는 소리가 들렸다”고 기재돼 있다.

이 사건으로 B씨는 “불상의 도구로 바닥을 계속 내리쳐서 시끄럽게 했다”는 사실로 경범죄처벌법 위반죄로 즉결심판을 받아 벌금 10만원의 선고유예를 받았다.

A씨 가족은 수시로 B씨에게 층간소음 문제로 항의했다. A씨 가족은 수십 회에 걸쳐 천장에서 들리는 소음이 담긴 영상을 촬영했는데, 상당수의 영상에 담긴 소음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종류의 소음이라기보다는 어떤 물체로 일부러 벽이나 바닥을 두드릴 때 나는 것 같은 ‘쿵쿵’ 소리로 들리고, 당시 측정한 소음의 크기가 60dB을 초과하기도 했다.

B씨 측은 “관련 규정에 따른 층간소음 기준에 미치지 못했고, A씨 측이 증거로 제출한 영상은 허위 자료이거나, 우리 집에서 발생한 소음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며, 소음의 발생 주체뿐만 아니라 소음도의 크기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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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정우정 부장판사)는 A씨 가족이 아파트 위층 세대 B씨 부부를 상대로 제기한 층간소음 발생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층간소음 피해를 인정해 “B씨 부부는 A씨 가족 4명에게 각 25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먼저 “건물 중 일부에서 주거생활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해 다른 거주자가 불이익을 받은 경우 그 주거생활이 정당한 권리행사로서의 범위를 벗어나 사법상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이익침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하는 수인한도를 넘어야 할 것이고,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었는지 여부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성질 및 사회적 평가, 건물 구조 및 용도, 가해 방지 및 피해회피의 가능성, 공법적 규제의 위반 여부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짚었다.

재판부는 “피고들 집에서 발생시킨 소음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소음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수인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므로, 피고들은 원고들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법원은 증거법칙에 따라 다양한 증거자료를 종합해 해당 소음이 법리에서 말하는 수인한도를 넘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고, 그와 같은 판단에 있어서 반드시 관련 법령에서 정하는 소음 측정방법에 따라 측정된 자료만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 부부는 또 “원고들의 항의에 따라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바닥에 두꺼운 매트를 설치하는 등 노력했으나, 원고들은 계속해서 망치질을 하거나 고함을 지르는 등 보복소음을 내며 괴롭히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갈등 경위를 종합해 보면, 원고들이 피고들이 낸 고의적인 소음에 항의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원고들이 단지 피고들을 괴롭히기 위해 보복소음을 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설령 원고들이 피고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들의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 “미성년 자녀들이 소음을 발생시켰어도 불법행위책임 부담”

재판부는 특히 “미성년의 자녀들이 소음을 발생시킨 부분이 있더라도 민법 제755조 제1항 또는 민법 제750조에 따라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말했다.

위자료 액수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들의 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고통을 받아 온 기간, 소음의 크기와 종류, 소음으로 인한 피해의 종류 및 성격, 피해자인 원고들의 상태, 피고들의 방지 조치 여부 및 원고들이 소를 제기한 경위 등을 고려할 때, 위자료 액수를 원고 1인당 250만 원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A씨 가족은 ‘B씨 주거지 내에서 고의적인 소음 유발행위 일체’의 금지와 함께 이를 위반하는 경우 원고들에게 1일당 50만원을 지급하는 ‘간접강제’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피고들 주거지 내에서 고의적인 소음 유발행위 일체’의 금지와 함께 간접강제를 구하고 있으나, 공동주택 내에서 어느 정도의 소음은 발생할 수밖에 없으므로 수인한도 내의 소음 발생행위까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또 “‘고의적인 소음 유발행위’의 개념이 추상적이고 모호할 뿐만 아니라, 그 위반 여부 역시 원고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될 가능성이 높은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들이 구하는 고의적인 소음 유발행위 일체를 금지할 경우 피고들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원고들의 위와 같은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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