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거주지 창문을 통해 뛰어내리는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은 망인이 우울장애와 소송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1년 새마을금고중앙회와 자녀(B)를 피공제자, 자신을 수익자로 해 공제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B씨가 2020년 7월 자신의 거주지 창문을 통해 뛰어내려 주차장 입구 바닥에 떨어져 사망했다.

A씨는 “망인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므로,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공제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없다”며 “망인의 사망은 공제계약 약관상 보상하지 않는 손해에 해당해 공제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공제계약 약관에는 “피공제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상하지 않는 손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공제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사실이 증명된 경우에는 공제금을 지급하게 된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

이에 A씨는 보험전문 법무법인 한앤율에게 사건을 의뢰했고, 한세영 변호사와 조민지 변호사가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93단독 이미경 판사는 지난 1월 A씨가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미경 판사는 “법원의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등을 종합해 보면, 망인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고, 그에 더해 민사소송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살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확인 결과 망인은 2015년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돼 항우울제를 받았고, ‘망상도 생기고 잠도 못 잤다’고 말하면서 불면, 불안, 망상 등의 증세를 호소했다. 망인은 사망하기 이틀 전까지 병원에서 우울장애, 양극성 정동장애, 불면증, 불안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왔다.

이미경 판사는 “망인은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서 소송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자주 호소했는데, 망인이 사망하기 이틀 전 진료기록부에는 ‘오늘 재판, 변호사랑 통화, 재판 결과로 인해 무척 힘들어 했다. 우울감 악화, 자살 사고나 충동성에 대해 신중히 평가 필요. 입원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지만 본인이 우선 거부하고 계심, 가족에게 알리는 것도 거절’이라고 기재돼 있다”며 “망인은 사망 즈음 소송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 소속 진료기록 감정의의 의견도 이번 판단에 작용했다.

감정의는 ‘진료기록에 따르면 망인은 만성적인 우울감과 충동성, 자살 사고 가능성 지속 등 정신건강의학과적 질병에 따른 취약성이 있었고, 사망 당시 스트레스가 상당한 상태로 보이며 이로 인한 심리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판단력 손상이 동반됐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이에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항소했으나,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3-2민사부(재판장 석준엽 부장판사)는 지난 7월 14일 “피고는 원고에게 1억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공제계약에 따라 원고에게 재해사망사고 공제금 7000만원 및 일반재해사망(특약) 공제금 5000만원의 합계 1억 2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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