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파견근로자가 안전사고로 추락해 사망했다면 업무를 지시한 사용자는 물론 근로자를 파견한 업체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방법원(서울남부지법)
서울남부지방법원(서울남부지법)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경비용역업체(B) 소속 A씨는 서울의 모 학교에 파견돼 시설관리원으로 근무했다.

그런데 2021년 12월 A씨는 학교 정문 위쪽에 있는 플래카드 줄을 연결하기 위해 사다리를 설치하고 올라가서 작업을 하다가 중심을 잃고 3.65m 높이에서 바닥으로 추락해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사망했다.

사고 당시 작업 현장에는 안전대나 A씨를 보조할 추가인력 등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A씨는 안전모 등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았다.

안전모 보호구
안전모 보호구

A씨의 유가족은 경비용역업체(B)를 상대로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3단독 김샛별 판사는 최근 파견근로자 A씨의 유가족이 경비용역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파견업체는 유가족에게 위자료 32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것으로 15일 확인했다.

김샛별 판사는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고, 근로자가 높이 2m 이상의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안전모와 안전대를 지급해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며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짚었다.

김샛별 판사는 “파견사업의 성격상 파견사업주가 파견근로자의 작업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근로자를 관리ㆍ감독할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샛별 판사는 그러나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근로기준법 중 재해보상에 관한 규정과 산업안전보건법 중 산업재해예방에 관한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 파견사업주를 사용자 내지 사업주로 보도록 돼 있는 점, 사용자책임에 관한 민법 등을 종합해 보면, 산재사고에 관해 파견사업주에게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경우는 물론 직접적인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근로자파견계약에 의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사업주 등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파견사업주도 산재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김샛별 판사는 “이 사고는 망인의 사용사업주인 학교가 추락의 위험이 있는 작업과 관련해 망인에 대한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과실로 인해 발생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는 학교에 망인을 파견한 파견사업주로서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샛별 판사는 다만 “망인도 작업 당시 안전모 등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보호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학교에 이를 요청하는 등의 조치 없이 그대로 작업하다가 과실로 추락해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샛별 판사는 “망인의 이러한 잘못도 사고에 의한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의 원인이 됐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가 배상해야 할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해 피고의 책임을 3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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