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후유장해를 입은 이용객에 대해 법원은 보험사에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히 걷는 등으로 스스로 안전에 주의하지 못한 잘못도 있다고 판단해 보험사의 손해배상책임을 30%로 제한했다.

특히 후유장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에 대해 보험사인 삼성화재해상보험은 ‘합의 이후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 합의를 이유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부제소 합의 당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손해”라고 봐 합의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중앙지법)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중앙지법)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60대 여성)는 2015년 2월 목욕탕에서 온탕을 나와 때밀이 테이블로 올라가던 중 미끄러져 넘어지며 흉추 압박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2015년 5월 보험사와 사고와 관련해 900만원을 받고 합의를 했다. 합의서는 ‘이후 이에 관련된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며 어떠한 경우라도 민형사상 소송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할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A씨는 이후 허리가 호전되지 않고 흉요추부 통증과 관절운동이 제한돼 2019년 8월에는 영구적인 후유장해가 발생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A씨가 목욕탕과 보험계약을 체결한 삼성화재해상보험사를 상대로 “415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삼성화재는 “A씨와 사고로 인한 골절 등의 후유장해에 대해 900만원을 지급하고 ‘부제소 합의’를 했으므로, 이번 소는 합의에 포함된 부제소특약에 위반해 제기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9단독 김병휘 판사는 지난 3월 22일 목욕탕에서 미끄러져 후유장해를 겪는 A씨가 삼성화재해상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삼성화재는 A씨에게 2654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김병휘 판사는 먼저 ‘부제소 합의’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2001다9496)를 언급했다.

대법원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관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지급받고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진 때에는 이후 그 이상의 손해가 발생했다 하여 다시 배상을 청구할 수 없지만, 그 합의가 손해의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후발손해가 합의 당시의 사정으로 봐 예상이 불가능한 것으로서, 당사자가 후발손해를 예상했더라면 사회통념상 그 합의금액으로는 화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당할 만큼 손해가 중대한 것일 때에는 당사자의 의사가 이러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다시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판결이다.

김병휘 판사는 “원고는 사고 발생 3개월도 지나지 않아 피고와 합의했는데 이는 흉추12번 방출성 골절의 증상에 관해서만 진단이 내려진 상태에서 이루어진 점, 원고는 합의서가 작성된 이후 상태가 악화되었고, 2019년 8월 비로소 흉요추부 측만증으로 진단받았던 점 등을 종합하면, 측만증 발생은 ‘부제소 합의’ 당시 전혀 예상할 수 없었고, 그 손해가 중대해 원고가 이를 예상했더라면 위 합의금액으로는 합의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처럼 예상할 수 없었던 손해에 대하여는 합의의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김병휘 판사는 삼성화재해상보험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그 책임을 일부 제한했다.

김병휘 판사는 “목욕탕 이용객들이 온탕에서 나와 때밀이 테이블로 이동하는 경우 비누거품과 물기 등에 미끄러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에도 온탕 주변에 미끄러움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점, 탕 주변 부근이나 때밀이 테이블 부근에서 미끄러짐 조심 안내문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목욕탕 업주는 이용객이 목욕탕 바닥에 미끄러져 다치지 않도록 미끄럼 방지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김병휘 판사는 “삼성화재는 목욕탕을 운영ㆍ관리하는 업주와 시설소유(관리)자 배상책임 특별약관부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로서 이 사고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김병휘 판사는 “다만, 목욕탕 바닥은 항상 물기에 젖어 있는 등 미끄러질 위험이 있는 곳이므로 원고도 목욕탕 바닥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히 걷는 등으로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의 잘못 또한 사고의 발생과 손해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삼성화재의 책임을 3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병휘 판사는 위자료에 대해 “사고 경위, 원고의 나이와 과실 정도, 후유장해의 부위와 정도, 원고가 합의금 명목으로 900만원을 받은 점 등을 참작해 위자료를 1000만원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desk@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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