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법원이 포위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충격적인 사법농단과 진상규명에 소극적인 사법부에 분노한 시민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대법원을 에워싸고 담벼락에 현수막을 걸었다.

9월의 첫날 토요일 오후 5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동문 주변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의 사법피해자들과 이를 규탄하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가 개최한 ‘사법적폐 청산 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는 민주노총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한국진보연대, 416연대, 참여연대 등 103개 단체로 구성됐다.

시국회의는 “사법농단 수사가 점차 속도를 내면서 청와대와 대법원의 강제징용 소송 거래 시도, 전교조 법외노조 공모 등 사법농단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며 “하지만 법원의 잇따른 영장 기각 및 수사 방해에 방탄 법원, 셀프 재판이라는 여론의 비난 또한 거세지고 있다”고 민심을 전했다.

시국회의는 “지난 8월 23일 2차 시국회의를 통해 법관 탄핵과 특별법 제정 요구를 분명히 하며 사법적폐청산 문화제 개최를 결정했다”며 “이에 사법농단 피해자와 시민들이 모여 법원의 수사방해를 규탄하고 적폐법관 탄핵과 처벌, 특별재판부 설치 등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시국회의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질 때, 피해회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사법적폐 청산 문화제’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었고, 또한 대법원 청사 안팎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수많은 의경과 경찰들이 쫙 깔려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대법원 동문은 철문으로 닫혀 있고, 대법원 안에는 경찰들이 배치됐다.
대법원 동문은 철문으로 닫혀 있고, 대법원 안에는 경찰들이 배치됐다.

“줄줄이 영장기각! 법원은 수사 방해 말라!”

“셀프재판 믿을 수 없다. 특별재판부 설치하라!”

“사법농단 적폐법관 탄핵하라!”

“양승태를 구속하라!”

“사법적폐 청산하라!”

대법원 청사 주변에 모인 ‘사법적폐 청산 문화제’ 참석자들은 목청 높여 이런 구호를 연신 외쳤다. 또한 이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문화제 끝 무렵 대법원 청사 담벼락에 내걸었다. 문화제에는 주최측 추산 50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문화제 사회는 안지중 한국진보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 맡아 진행했다. 

안지중 위원장은 “여기가 어디냐. 대법원이다. 우리나라 헌법을 수호하는 곳이 아닙니까, 정의를 지키는 곳이 아닙니까, 그런데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온갖 농단이 벌어졌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이 자리에 모일 수밖에 없게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안지중 한국진보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안지중 한국진보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안 위원장은 “촛불로 정권이 바뀌고 우리는 기대했다. 적폐가 청산될 것이라고, 우리 위대한 국민의 힘으로 국정농단 박근혜를 권좌에서 물러나게 하고, 법의 심판을 받게 했다”며 “그런데 아직도 성역이 존재 하는가 봅니다. 여러분 국민 앞에 성역이 없죠”고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문화제를 시작했다.

발언에는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민변 사무총장인 송상교 변호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을 규탄하는 발언 등을 쏟아냈다.

이어 가수 이수진씨의 공연도 중간에 있었다.

또한 규탄발언에는 이상규 민중당 대표,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규탄발언에 이어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시국회의는 선언문에서 “사법농단 사태의 전모가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며 “양승태와 사법부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내팽개쳤다”고 맹비난했다.

또 “사법부가 정권의 입맛에 맞게 판결을 조작했다”며 “그동안 쌍용차 노동자 서른 명이 죽어갔다. 전교조는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세력 공모 아래 법외노조로 내몰렸다. 일본에 잘 보이느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오랜 고통 속에 묶어 두었다. 법원이 나서서 진보정당을 압살하고 의원직을 박탈했다”고 열거했다.

시국회의는 “금융권 뒤를 봐주느라 중소상공인들의 파산을 외면한 것도 사법부”라며 “마땅히 진행됐어야 할 국가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가로막았다. 사법부는 우리의 생존권을 거래하고 역사의 진실을 팔아넘겼으며, 정권의 입맛에 맞추어 각종 판결을 공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도대체 이해할 수 없던 판결이, 수많은 이를 비극으로 몰아넣은 부당한 판결이, 바로 사법적폐 때문이었다”면서 “그럼에도 법원은 줄줄이 영장을 기각하고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시국회의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성실히 수사에 임하겠다는 약속은 어디 갔는가?”라고 따져 물으며 “법치주의는 설 곳이 없다. 국민은 이제 사법부를 믿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시국회의는 “사법개혁의 출발은 사법농단 진상 규명과 양승태와 범죄자 처벌부터다”라면서 “적폐법관들은 탄핵되어야 하고,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억울한 피해자들의 재심이 이뤄져야 하고, 피해는 회복되어야 한다. 우리 손으로 사법적폐를 청산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문화제의 끝 무렵 참여자들이 대법원을 에워싸고 호루라기를 불며 요구사항을 담은 플래카드를 대법원 담벼락에 게시하기도 했다.

이날 사법적폐 청산 문화제에는 법원공무원들과 그 가족 등 30여명도 참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의 조석제 법원본부장, 이상원 전 법원본부장, 김창호 전 법원본부장, 정진두 사무처장, 전호일 교육선전국장(전 법원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법원공무원단체로 옛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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