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5ㆍ18 민주화운동 당시 불법 체포돼 579일간 구금됐던 홍남순 변호사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승소했다.

광주지방변호사회 회관에 설치된 홍남순 변호사 동상
광주지방변호사회 회관에 설치된 홍남순 변호사 동상

광주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광주지방변호사회 소속 홍남순 변호사는 평생을 인권옹호와 법치주의 실현에 바치며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런데 홍남순 변호사는 1980년 5월 26일 광주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신군부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서울에 뿌리려고 했다는 혐의로 체포 기소됐다.

홍남순 변호사는 1980년 10월 25일 내란중요임무종사죄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판결이 확정됐다. 홍 변호사는 1980년 5월 26일부터 1981년 12월 25일 형집행정지로 석방될 때까지 579일간 구금됐다.

홍남순 변호사의 가족은 2005년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에 보상금과 생활지원금 지급을 신청했다. 보상심의위원회는 2005년 3월 홍남순 변호사를 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해 1억 2177만원(연행ㆍ구금ㆍ수형일수 보상 6577만원, 생활지원금 4200만원, 위로금 1400만원)의 지급을 결정했고, 국가가 지급했다.

홍남순 변호사는 2006년 10월 14일 사망했다.

법원은 2019년 3월 22일 망인(홍남순)에 대한 위 형사판결에 관해, “망인의 행위는 전두환 등의 헌정질서 파괴 범죄의 범행에 대하여 헌법의 수호자인 국민으로서 이를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로서,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는 내용의 재심판결을 선고했고, 2019년 3월 30일 판결이 확정됐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5월 27일 구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 제16조 제2항의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의 행사까지 금지하는 것은 국가배상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97년 4월 17일 “전두환 등이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하여 저지른 행위는 내란의 죄로서 헌정질서파괴범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고(故) 홍남순 변호사의 자녀들은 “망인은 국가 공무원들의 위법한 공무집행행위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으므로, 국가는 망인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3억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
법원

광주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임태혁 부장판사)는 지난 3월 30일 고(故) 홍남순 변호사의 유족 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270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피의자 등을 함부로 체포ㆍ구금하는 것은 위법하고, 영장에 의해 체포ㆍ구금할 경우에도 형법, 형사소송법 등의 법률에 규정된 체포요건과 구속영장 발부요건 등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위법하다”며 “또한 국가는 물론 그 어떠한 권력의 주체도 필요한 정보나 형사소추를 위한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고문이나 협박과 같은 직ㆍ간접적 수단을 이용해 육체적ㆍ정신적 피해를 가하는 일을 자행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인정사실에 의하면, 전두환 등 신군부세력에 의해 헌정질서 파괴 범죄가 자행되는 과정에서 망인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에 위배돼 체포ㆍ구금되었다고 할 것이며, 피고의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해 망인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에게 국가배상법에 따라 공무원들이 저지른 공권력을 남용한 직무상의 불법행위로 인해 망인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국가(법률상 대표자 한동훈 법무부장관)는 “광주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원회가 망인을 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해 1억 2177만원의 지급을 결정한 2005년 3월 16일에는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및 가해자를 알게 되었는데, 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도과한 후에 제기돼, 망인의 위자료 채권은 시효로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망인의 피고에 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유죄확정판결에 대한 재심 무죄판결이 확정된 날인 2019년 3월 30일부터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기산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 사건 소가 그로부터 3년 내인 2021년 9월 3일 제기됐음이 명백한 이상, 망인의 위자료 청구권은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결국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없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자료와 관련해 재판부는 “망인에 대한 불법 체포ㆍ구금이나 구타, 고문 등 가혹행위로 인해 망인이 입은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불법행위는 국가기관이 헌법질서 파괴 범죄를 자행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반인권적 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의 정도가 매우 중대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 보장할 책무가 있는 국가 공무원들에 의해 중대한 인권침해행위가 자행된 경우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억제ㆍ예방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불법행위가 일어난 때로부터 약 40년에 이르는 오랜 기간 배상이 지연되었고, 그 기간에 물가와 통화가치가 상당히 변해 위자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변론 종결 시의 국민소득수준이나 통화가치 등의 사정이 불법행위 시에 비해 상당한 정도로 변동한 결과 그에 따라 이를 반영하는 위자료 액수 또한 현저한 증액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구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은 보상금 지급을 통해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는 것을 그 목적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고, 보상심의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망인에게 보상금이 지급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망인에게 지급해야 할 위자료 액수는 1억 8900만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국가는 보상심의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따라 망인에게 구금일수에 따라 지급된 일수보상금은 형사보상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형사보상법 규정을 유추해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구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에는 정신적 손해배상에 상응하는 항목이 존재하지 않고, 보상심의위원회가 보상금 등의 항목을 산정함에 있어 정신적 손해를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도 없으며, 일수보상금은 구 광주민주화운동보상법 제22조에 근거한 기타지원금으로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생계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 지급하는 사회보장적 성격의 금원일 뿐 정신적 손해배상금인 위자료와 구분되므로, 이미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고, 이를 별도로 공제할 것도 아니다”며 국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망인은 사망해 상속인들인 원고들은 망인의 권리의무를 각 7분의 1지분씩 상속했으므로, 국가는 원고들에게 각 2700만원(1억 8900만원 ÷ 7명)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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