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가 앉으면 재빠르게 덫을 닫아 사냥하는 파리지옥을 이미 알고 있다면 ‘네펜데스’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있는가? 네펜데스는 파리지옥 같은 식충식물로, 길쭉한 항아리처럼 생긴 덫에서 달콤한 향을 내뿜어 곤충을 유혹한다. 곤충이 달콤한 냄새에 취해 덫에 들어가면 소화액을 분비해 서서히 녹여 소화시킨다. 덫에 빠진 곤충은 덫의 내부가 미끄러워 쉽사리 탈출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도 네펜데스 같은 범죄가 존재하는데, 바로 ‘유사수신’이다. 유사수신행위는 금융관계법령에 의한 인허가와 등록, 신고 없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범죄를 의미한다. 은행법 등에 의한 인허가와 등록, 신고 없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감언이설로 상대를 현혹해 거금의 투자를 받아놓고서는 투자자를 위험에 빠뜨리고, 피해자 구제 또한 쉽지 않다는 점에서 달콤한 향기를 내뿜는 치명적인 덫, 네펜데스와 비슷하다.

최근 육아, 노후대비 등을 위해 본업 외 수단으로 추가 목돈을 마련하길 원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주식, 코인, 부동산, 각종 투자 이자 등으로 대중을 꾀는 유사수신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사회초년생과 중년층을 상대로 하는 암호화폐를 이용한 신종 사기와, 장년층을 노리는 부동산 사기가 기승이다. 비교적 편한 방법으로 재산 증식을 원하는 장년층에게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면 단시간에 투자금의 2~30%이라는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광고하거나, 유명인이 투자했다며 거짓으로 유인해 유령 사업체 투자를 권하기도 한다. 이처럼 갈수록 치밀해지는 범죄 수법 탓에 사태의 심각성이 가중되고 있는데, 눈 뜨고 코 베이는 유사수신에 대해 속속들이 파헤쳐 본다.

▲ 대표적인 유사수신 수법은?

법무법인 태하 채의준 형사전문변호사에 따르면, 근래 벌어지는 유사수신행위의 대부분이 고수익 배당금을 약속하며 투자를 유도했으나 배당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사례라고 전했다. 그럴듯한 투자 제안서를 내걸고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를 받았으나 제안서대로 진행하지 않거나, 제안서 자체가 허위인 속 빈 강정 같은 사례들도 존재한다. 대중의 관심이 높은 주식과 코인을 악용해 불법적인 투자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정상적인 투자로 위장해 투자자를 유치하는 행위까지 판치는 상황이다.

▲ 범죄 규모 커지며 피해자=가해자 되기도

유사수신은 이처럼 수법이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개인 간 유사수신이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조직적 집단을 형성해 투자설명회나 전문 브로커를 두는 등 고도화된 방법으로 다수를 상대하고, 거금의 투자금을 챙기는 대규모 투자 사기가 만연해졌다.

주목해야 할 점은 유사수신 범죄 규모가 확대되며 사건의 피해 규모도 커진 것은 물론, 공범의 범위 역시 정비례로 넓어졌다는 것이다. 대중이 합법적 투자 조직인지 불법 유사수신 조직인지 명확히 분간하기 어려워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유사수신 조직에서 중간관리책 등으로 가담하면서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유사수신 및 투자 사기에 연루되면 실질적 운영 업자인 총책은 물론, 중간관리책, 수거책, 모집책 등 모두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유사수신행위 횡행해도 처벌 규정은 단 2개...근절 실효성 우려

현행법상 유사수신 관련 처벌 규정은 2가지다. 유사수신법상 유사수신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유사수신행위를 표시, 광고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최고 형량이 도박죄와 비슷한 수준으로 크게 높지 않고 실제 처벌이 최고 형량에 미치지 못할 때가 많은 데다, 초범은 대부분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에 현 유사수신행위 처벌을 솜방망이라 평하며 범죄 근절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유사수신행위 근절에 난항을 겪는 이유 중 하나도 관련 업자들이 이 같은 처벌 규정을 인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수사 물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방법까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사수신과 함께 사기 혐의가 적용될 경우 형량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이 금융 업체로 오인할 수 있는 상호를 사용하는 것도 위법이므로 가중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 초기 대응, 예방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

현재 유사수신행위, 투자사기는 실체가 있는 투자인지 유사수신행위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밀하고 교묘해졌다. 그러나 유사수신행위의 본질이 ‘허위광고를 통한 투자 사기’라는 점을 숙지하면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의도치않게 유사수신 조직의 총책, 중간관리자 등 관리직으로 사건에 연루됐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하는데 최선을 다해야한다. 초기 대응에 따라 사건의 과정과 처벌 결과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채의준 형사전문변호사는 “유사수신은 직책, 금액, 조직 규모 등에 따라 공모 여부가 판단되므로 법률 전문가를 통해 경찰 조사 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법적 검토를 통해 본인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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