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의 판례 해설]

범죄 후 법령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가벼워진 경우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를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변경된 신법에 따를 것인지 여부(대법원 2022년 12월 22일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

(사례)

대법원에서 판단한 쟁점의 사례는 이렇다.

피고인은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2020년 1월 5일 혈중알코올농도 0.209%의 술에 취한 상태로 전동킥보드를 운전하였다. 검사는 피고인의 위 범죄행위에 대하여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법정형: 징역 2년 이상 5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으로 기소하였다.

제1심 및 원심은 원심은 2020년 6월 9일 법률 제17371호로 개정(이하 ‘이 사건 법률 개정’) 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되기 전의 구 도로교통법에 따라 제148조의2 제1항을 적용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여 징역 2년 10월 등의 유죄를 선고하였다.

원심판결 선고 후인 2020년 12월 10일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었는 바, 개정 도로교통법은 제2조 제19호의2 및 제21호의2에서 이 사건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와 이를 포함하는 ‘자전거등’에 관한 정의규정을 신설하였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 음주운전 행위는 ‘자동차등’에 관한 제148조의2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 ‘자전거등’에 관한 제156조 제11호의 적용 대상이 되었다.

이 부분 공소사실은 구법(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에 따르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나, 신법(개정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1호)에 따르면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된다. 이에 원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이 상고를 제기하였다.

​(해설)

우리 형법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형법 제1조 제1항)는 행위시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소급효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소급효 금지의 원칙은 형벌법규가 시행된 이후의 행위에 대해서만 그 법규를 적용해야 하고 법 시행 이전의 행위에 대해서 소급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으로, 이는 국민들로 하여금 법정안정성을 부여하고, 예측가능성을 담보하게 됨으로써 국민들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범죄(행위시) 이후에 법률이 변경됭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구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는 신법(재판시법)에 따른다(형법 제1조 제2항). 그리고 범죄 후 법령의 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에는 면소판결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

​형법 제1조 제2항의 규정은 형벌법령 제정의 이유가 된 법률이념의 변천에 따라 과거에 범죄로 보던 행위에 대하여 그 평가가 달라져 이를 범죄로 인정하고 처벌한 그 자체가 부당하였다거나 또는 과형이 과중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법령을 개폐하였을 경우에 적용하여야 할 것이고, 이와 같은 법률이념의 변경에 의한 것이 아닌 다른 사정의 변천에 따라 그때 그때의 특수한 필요에 대처하기 위하여 법령을 개폐하는 경우에는 이미 그 전에 성립한 위법행위를 현재에 관찰하여도 행위 당시의 행위로서는 가벌성이 있는 것이어서 그 법령이 개폐되었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형이 폐지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대법원 1997. 12. 9. 선고 97도2682 판결). 이른바, 동기설에 따른 것이고, 학설도 대부분 대법원의 판결을 따르는 입장이었다.

어떻든 그동안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위 도로교통법의 개정이 반성적 고려에서 개정되었다면 당연히 재판시 법인 개정된 법률조항이 적용돼야 하고, 반성적 고려가 아닌 다른 사정에 의한 경우라면 행위시법에 따라서 처벌하면 되는 것이다. 1심과 원심은 행위시법에 따라서 처벌하였는 바, 도로교통법의 개정이 반성적 고려가 아니라는 전제에서 개정전의 도로교통법을 적용한 것이다.

​그런데 위 사레에 대하여 대법원은 종전의 판례를 변경해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는 입법자가 법령의 변경 이후에도 종전 법령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경과규정을 따로 두지 않는 한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내놓았다(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 개정법률이 반성적 고려에 의한 것이냐의 여부를 불문하고 개정 전의 법률을 적용한다는 경과규정이 없는 한 형법과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따라서 그대로 재판시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형법 제1조 제2항은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게 되거나 형이 구법보다 가벼워진 경우에는 신법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형사소송법 제326호 제4호는 범죄 후의 법령 개폐로 형이 폐지되었을 때 면소판결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의 법문언에 기초하여 정당하게 해석하여야 하고, 입법자가 법령의 변경 후에도 종전 법령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을 그대로 유지하고자 할 경우 이에 상응한 경과규정을 둘 수 있으며, 형법 제1조의 문언과 입법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에서 말하는 법령의 변경은 해당 형벌법규의 가벌성에 관한 형사법적 관점의 변화를 전제로 한 법령의 변경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동기설에 따라 법률개정의 목적이 반성적 고려에서 나온 것이냐를 따로 따져볼 일이 아니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대법원 1963년 1월 31일 선고 62도257 판결 등과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해 한다고 판결하였다.

​위 대법원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이 사건은 형벌법규 자체가 변경된 원칙적인 경우이므로 행위시 법을 적용한 원심판결을 유지할 수 없어 파기하여야 한다는 결론은 다수의견과 같지만, 아래와 같이 대법원 판결의 적정한 판단 범위와 필요성에 관하여 의견을 달리하고, 대법원은 형사법적 관점의 변화를 전제로 하는 법령의 변경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때 행위시법주의의 예외로서 형법 제1조 제2항을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종래 대법원 판례를 대체하는 기본 법리를 제시하고, 이에 따라 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형벌법규 자체가 변경된 원칙적인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유형들은 추후 해당 사건에서 이러한 기본 법리를 기초로 한 균형 잡힌 해석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다수의견이 이 사건의 직접 쟁점이 아닌 예외적 유형들에 관하여 설시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제1 별개의견과, 이 사건은 법령의 유효기간이 문제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는 결론은 다수의견과 같지만, 아래와 같이 법령의 유효기간이 경과된 경우에 적용할 법리에 관하여 의견을 달리한다면서, 다수의견이 ‘유효기간을 구체적인 일자나 기간으로 특정한 법령이 이를 경과한 경우’를 형법 제1조 제2항과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4호에서 말하는 법령의 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일률적으로 행위시법을 적용하도록 판시한 부분에는 동의할 수 없고,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형벌법규가 변경되었다는 관점에서 법령이 개정ㆍ폐지된 경우와 법령의 유효기간이 경과된 경우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으므로, 경과규정을 두지 않은 이상 원칙적으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재판시법이 적용되어야 하고, 예외적으로 변경된 법령이나 고시 등 규정을 형사법적 관점으로 평가하여 행위시법을 적용할 여지를 남겨둘 수 있을 뿐이다는 제2 별개의견이 있다.

​법률의 개정이 반성적 고려에 의한 것이냐 법률이념의 변경에 의한 것이 아닌 다른 사정의 변천에 따른 것이냐를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입법자의 주관적 의도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판단하는 것도 어렵다. 뿐만아니라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에 해석을 가하여 다른 요건을 만들어내거나 적용범위를 축소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피고인에게 불리한 재판시법은 소급효 금지의 원칙에 의해서 적용이 불가능하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재판시법이 적용대상일 터인데 해석을 통해서 그 적용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해석에 따라서 피고인을 차별하는 것이어서 헌법의 기본정신에도 반한다.

따라서 법문에 충실하게 법률의 개정으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재판시법을 따라야 하고, 법률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행위시법에 따라 형벌법규게 위반한 피고인을 특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 경과규정을 둬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법률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다수의견에 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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