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판례 해설 김정범 변호사]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환자의 신체 내부를 촬영하여 초음파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진단에 참고하는 방법으로 진료행위를 한 것이 한의사에게 허용된 의료행위인지(대법원 2022년 12월 22일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

(사례)

누구든지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한의사인 피고인은 2010년 3월 2일경 환자 최환자를 진료하면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최환자의 신체 내부를 촬영한 것을 비롯하여 2012년 6월 16일까지 최환자에게 총 68회 초음파 촬영을 함으로써 초음파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진단하는 방법으로 진료행위를 하여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의료법 제27조 제1항(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보건보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규정) 위반으로 기소됐다.

제1심, 원심은 ①초음파 진단기기는 서양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하여 개 발ㆍ제작된 것이고, ②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③한의사가 사용할 경우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가 있다고 보아서 유죄로 판단한 다음 벌금 80만 원을 선고하였다.

위와 같은 판단은 한의사가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그동안의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 등)의 법리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상고한 사건이다.

(해설)

의료행위라 함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료,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도2481 판결).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라고 정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같은 법 제87조 제1항 제2호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제1호는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법 제27조 의 규정을 위반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행위’를 가중처벌하고 있다(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도11649 판결).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의료인에게만 의료행위를 허용하고, 의료인이라고 하더라도 면허된 의료행위 만 할 수 있도록 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의료행위’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는 추상적 위험으로도 충분하므로, 구체적으로 환자에게 위험이 발생하지 아니하였다고 해서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기사법’) 제1조, 제2조, 제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조는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치과위생사를 의료기사로 분류하고, 의료기사의 면허를 가진 사람에게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에 따라 의료행위 중 위 시행령 제2조 제1항에서 정하는 일정한 분야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는 의료인만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음을 원칙으로 하되, 의료행위 중에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또는 공중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적은 특정 분야에 관하여, 그 특정 분야의 의료행위 가 인체에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 등에 대하여 지식과 경험을 획득하여, 그 의료 행위로 인한 인체의 반응을 확인하고 이상 유무를 판단하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 면허를 부여하고, 그들로 하여금 그 특정 분야의 의료행위를 의사의 지도에 따라서 제한적으로 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취지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의료기사라 할지라도 의료기사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업무의 범위와 한계를 벗어나는 의료행위를 하였다면 무면허 의료행위 에 해당하고, 이는 비록 의사나 치과의사의 지시나 지도에 따라 이루어졌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7도19422 판결).

​의료법 제2조 제1항, 제2항 제1호, 제2호, 제3호, 제5조, 제27조 제1항 본문, 제87조 제1항이 의사, 치과의사 및 한의사가 각자 면허를 받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취지는, 각 의료인의 고유한 담당 영역을 정하여 전문화를 꾀하고 독자적인 발전을 촉진함으로써 국민이 보다 나은 의료 혜택을 누리게 하는 한편, 의사, 치과의사 및 한의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국가로부터 관련 의료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검증받은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할 경우 사람의 생명ㆍ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데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개설(제33조), 진료과목의 설치ㆍ운영(제43조), 전문의 자격 인정 및 전문과목의 표시(제77조) 등에 관한 여러 규정에서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의 세 가지 직역이 각각 구분되는 것을 전제로 규율하면서 각 직역의 의료인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막상 각 의료인에게 ‘면허된 의료행위’의 내용이 무엇인지,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구분하는지 등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즉 의료법은 의료인을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 등 종별로 엄격히 구분하고 각각의 면허가 일정한 한계를 가짐을 전제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금지ㆍ처벌하는 것을 기본적 체계로 하고 있으나, 각각의 업무 영역이 어떤 것이고 면허의 범위 안에 포섭되는 의료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디까지인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

이는 의료행위의 종류가 극히 다양하고 그 개념도 의학의 발달과 사회의 발전,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인식과 요구에 수반하여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는 것임을 감안하여, 법률로 일의적으로 규정하는 경직된 형태보다는 시대적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법 해석에 맡기는 유연한 형태가 더 적절하다는 입법 의지에 기인한다(대법원 2016. 7. 21. 선고 2013도850 전원합의체 판결).

​그렇다면 한의사가 현대적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여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한의사인 피고인이 2006년 6월경부터 2009년 9월경까지 피고인 운영의 ‘본초한의원’에서 잡티제거 등 피부질환 치료를 위한 광선조사기인 아이피엘(IPL, Intense Pulse Light, 이하 ‘IPL’이라 한다) 1대를 설치하여 공소 외인 등 1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피부질환 치료행위 등을 한 사안에서, 의료법령에는 의사, 한의사 등의 면허된 의료행위의 내용을 정의하거나 구분 기준을 제시한 규정이 없으므로, 의사나 한의사의 구체적인 의료행위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원적 의료체계의 입법 목적, 당해 의료행위에 관련된 법령의 규정 및 취지, 당해 의료행위의 기초가 되는 학문적 원리, 당해 의료행위의 경위ㆍ목적ㆍ태양, 의과대학 및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나 국가시험 등을 통해 당해 의료행위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의사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의료기기나 의료기술(이하 ‘의료기기 등’이라 한다) 이외에 의료공학의 발전에 따라 새로 개발ㆍ제작된 의료기기 등을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이러한 법리에 기초하여,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당해 의료기기 등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이 있는지, 당해 의료기기 등의 개발ㆍ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한 것인지, 당해 의료기기 등을 사용하는 의료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당해 의료기기 등의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면서,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이 사용한 IPL의 개발ㆍ제작 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하였는지, 만일 그렇지 않다면 피고인이 이를 사용한 경위ㆍ목적ㆍ태양 등에 의할 때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를 응용 또는 적용하여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하여 심리하고, 나아가 IPL의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아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지 등을 살펴 이를 토대로 이 사건 IPL을 이용한 진료행위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였어야 하는데도 이를 간과해 무죄를 선고했다면서 유죄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

위 사례에 대하여 대법원은 한의사인 피고인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의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하면서 위와 배치되는 과거의 판단기준을 모두 변경하였다(대법원 2022년 12월 22일 선고 2020도1642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그 이유로, 의료행위 관련 법령의 규정과 취지는 물론 의료행위의 가변성, 그 기초가 되는 학문적 원리 및 과학기술의 발전과 응용영역의 확대, 이와 관련한 교육과정ㆍ국가시험 기타 공적ㆍ사회적 제도의 변화,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선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가 없음을 전제로 하는 의료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관하여 종전 판단기준은 새롭게 재구성될 필요가 있고, 한의사가 의료공학 및 그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ㆍ제작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①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②해당 진단용 의료기기의 특성과 그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ㆍ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③전체 의료행위의 경위ㆍ목적ㆍ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그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구체적 근거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고,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를 적용 또는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히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본 전원합의체 판결은 한의사로 하여금 침습정도를 불문하고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고,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라 한의사가 의료법 등 관련 법령이 한의사에게 명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지 않은 것이면서 동시에 본질이 진단용인 의료기기에 한정하여 한의사가 이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이를 사용하더라도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미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하여는, 우리의 의료체계는 양방과 한방을 엄격히 구분하는 양방ㆍ한방 이원화 원칙을 취하고 있고, 의료법은 의사와 한의사를 구별하여 각각의 면허를 부여하고 있으므로, 한의사가 서양의학적인 방법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다면 이는 이원적 의료체계에 반하는 것으로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고, 양의학ㆍ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와 진찰방법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부가적으로 사용하였더라도 한의학적 진단행위로 볼 수 없음.

또한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경우 오진 등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도 높으며,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할 것인지는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방향으로 제도적ㆍ입법적으로 해결함이 바람직함. 그러한 제도적ㆍ법률적 정비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규제하는 것은 불가피하므로 한의사인 피고인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의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반대의견이 있다.

어떤 의료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로 의료법을 위반한 것인지에 대논의는 양방과 한방 등 의학계의 직역논쟁이 심화돼 왔었다. 위 대법원 판결은 의료행위의 가변성, 과학기술의 발전, 교육과정ㆍ국가시험의 변화, 의료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가능성 등을 감안하여,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무면허 의료행위 해당 여부에 관하여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결국 위 판결은 의료법상 자격을 갖춘 한의사가 진단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현대 과학기술 발전의 산물인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행위에 대해 의료법 위반죄의 형사책임을 지울 수 없음을 확인하였다는 의미가 있으며 의료법에 규정된 이원적 의료체계를 부정하는 취지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되고, 이원적 의료체계를 전제로 의료행위의 가변성, 과학기술의 발전, 교육과정의 변화, 의료소비자의 합리적 선택가능성 및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새로운 판단기준에 따라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형사처벌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를 분명히 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위 판결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허용된다고 하여 곧바로 한의원의 초음파 검사료가 국민건강보험의 대상이 된다는 취지도 아니므로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국가의 보건의료정책 및 재정의 영역으로, 그 진료방법이 의료법 위반인지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결국 대법원의 해석에도 불구하고 보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의료행위의 범위는 입법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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