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가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등록 신청에 대해 자진 철회를 권고했는데, 외부인사로 구성된 독립기구인 등록심사위원회가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을 허가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 등록심사위원회는 12월 22일 등록심사 회의를 개최하고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한 등록거부 안건을 최종적으로 부결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이와 관련, 23일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등록을 허가한 등록심사위원회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와 같은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나서 변호사법 개정 등 입법적 대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대한변협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법조 최고위직의 무분별한 변호사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이른바 ‘권순일 방지법’의 법안 발의를 제안할 예정이다.

‘등록심사위원회’는 변호사법 제10조에 따라 판사ㆍ검사ㆍ법학교수ㆍ언론인ㆍ변호사 등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독립 기구로서, 변호사 등록 거부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되거나 의심이 되어 위원회에 회부된 사안을 심사ㆍ의결한다.

대한변협은 지난 9월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접수된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 신청에 관해 두 차례에 걸쳐 자진 철회를 권고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이른바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공직자윤리법과 변호사법을 위반한 혐의로 현재 검찰과 경찰 등 관계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어서다.

변협은 “사안의 중대성과 사회적 파급력, 그리고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드러난 사실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의혹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사건 당사자가 변호사 등록을 신청한 것은 국민들의 법 감정에 맞지 않으며, 사회적 비난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판단해서다.

변협은 “나아가 법조 최고위직을 역임한 사람이 다시 변호사로 활동해 자신이 봉직했던 기관에 묵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관행 또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봤다.

대한변협은 “하지만 권순일 전 대법관은 두 차례에 걸친 변호사 등록신청 자진철회 요구에도 아무런 소명을 하지 않은 채 끝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협회는 부득이하게 등록심사위원회에 해당 안건을 회부했다”며 “등록심사위원회는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독립 기구로서 변호사 등록심사와 관련한 규정 또한 제한적이고, 법원도 변호사 등록에 있어서 협소한 해석기준을 적용해 한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어 이러한 결정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앞으로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현행 변호사법 개정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협에 따르면 해외 사례를 보면 독일은 ‘변호사 직을 수행하기 적절하지 않은 처신에 대하여 책임 있는 자’를, 일본은 ‘변호사회의 질서 또는 신용을 해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하여 변호사회가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 일반적 등록거부 사유를 두고 있다.

대한변협은 변호사법 제8조 제1항 제4호 등에 ‘공무원으로 재직 중 비위 행위를 저지르고 퇴직한 자로서 변호사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한 등록보류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과, 독일ㆍ일본처럼 일반적 등록거부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해 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나설 예정이다.

변협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민적 사법신뢰를 회복하고, 법조 시장에서 공익성과 건전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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