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음주운항 재범 가중처벌 해사안전법 첫 위헌…‘바다 윤창호법’
헌재, 음주운항 재범 가중처벌 해사안전법 첫 위헌…‘바다 윤창호법’
  • 신종철 기자
  • 승인 2022.09.0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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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음주운항 금지규정을 위반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운항을 한 행위를 가중 처벌하는 해사안전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이른바 ‘바다 윤창호법’도 위헌 결정이 나온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11월 25일 음주운전 재범을 가중처벌하는 구 도로교통법 조항 이른바 ‘윤창호법’에 대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했다. 헌재는 그 후 유사한 취지의 도로교통법 조항들에 대해서도 위헌결정을 했다.

이번 사건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재범 가중처벌 규정과 유사한 구조로,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행위를 한 경우를 가중처벌하는 해사안전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처음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한 사건이다.

헌법재판소는 과거의 위반 전력 등과 관련해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음주운항 재범까지 일률적으로 법정형의 하한인 징역 2년 또는 벌금 2천만 원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할 수 없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21년 2월 0.038%의 술에 취한 상태로 선박을 운항함으로써 해사안전법 제41조 제1항을 위반해 2회 이상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선박의 조타기를 조작해 운항했다는 등의 공소사실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에게는 ‘2회 이상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선박 조타기를 조작한 운항자는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해사안전법 제104조의2(벌칙) 가중처벌 조항이 적용됐다.

A씨는 재판을 받던 중 이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고,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심판대상조항은 음주운항 금지 규정 위반 전력을 가중요건으로 삼으면서도 해당 전력에 관해 아무런 시간적 제한도 두지 않는다”며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진주지원은 또 “선박항행의 안전이나 사람의 생명 신체 재산 등 보호법익에 미치는 위험 정도가 낮은 유형의 재범 음주운항까지 가중처벌의 대상으로 하면서 법정형의 하한을 과도하게 높게 책정해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행위까지 지나치게 엄히 처벌하도록 한 것이므로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헌재)

◆ 헌법재판소 7대 2 위헌 결정

헌법재판소는 8월 31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이 낸 ‘해사안전법 제104조의 2 제2항 위헌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 결정했다.

심판대상조항은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 전력이 1회 이상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규정이다. 심판대상조항은 가중요건이 되는 과거의 위반행위와 처벌대상이 되는 음주운항 재범 사이에 아무런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헌재는 “그런데 과거의 위반행위가 상당히 오래 전에 이루어져 이후 행해진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행위를 ‘해상교통법규에 대한 준법정신이나 안전의식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반규범적 행위’ 또는 ‘반복적으로 사회구성원에 대한 생명ㆍ신체 등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면, 이를 가중처벌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그리고 재범에 대해 가중된 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전범을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후범을 가중처벌하는 예는 발견하기 어렵고, 이는 공소시효나 형의 실효를 인정하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과거 위반 전력의 시기 및 내용이나 음주운항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준과 발생한 위험 등을 고려할 때 비난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음주운항 행위까지도 법정형의 하한인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상의 벌금을 기준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반복적인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행위에 대한 강한 처벌이 국민일반의 법감정에 부합할 수는 있으나, 결국에는 중한 형벌에 대한 면역성과 무감각이 생기게 되어 범죄예방과 법질서 수호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복적인 위반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서 형벌의 강화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음주치료나 음주운항 방지장치 도입과 같은 비형벌적 수단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과거 위반 전력 등과 관련해 아무런 제한도 두지 않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유형의 음주운항 행위에 대해서까지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형벌 본래의 기능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는 과도한 법정형을 정한 것”이라며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 이선애ㆍ문형재 헌법재판관 합헌 반대의견

이선애ㆍ문형배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은 재범 음주운항자를 엄히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음주운항 관련 범죄를 예방하고자 하는 형사정책적 고려에 따라 입법화된 규정이고, 반복되는 음주운항은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가중처벌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두 재판관은 “과거의 위반 전력이 상당히 오래 전에 발생한 것이라도 만취 음주운항으로 사망사고를 일으킨 경우와 같이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러한 전력을 가진 운전자가 다시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행위를 해 해상교통안전을 해하고, 무고한 국민 일반의 생명ㆍ신체ㆍ재산을 위협한 경우를 초범 음주운항과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해서는 이러한 범죄를 예방하고 법질서를 수호할 수 없다는 입법자의 평가가 수긍할 수 없을 정도로 재량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심판대상조항에는 징역형 외에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되어 있고, 구체적 사건에서 형의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그 법정형의 하한을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상의 벌금으로 정한 것이 위헌으로 선언될 정도로 비례성을 일탈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선애ㆍ문형배 재판관은 “반복적인 음주운항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음주치료와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하거나 다른 추가적 행정 제재를 도입하는 것이 고려될 수 있으나, 음주운항의 발생 실태와 음주운항으로 인한 폐해의 심각성에 비추어 볼 때 비형벌적 수단의 강화 내지 도입을 위한 인적, 물적 설비와 시스템을 갖추어 가는 한편, 그와 병행해 형벌강화를 통해 반복적인 음주운항을 엄격히 차단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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