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반올림
사진=반올림

[로리더] 전자산업 공장에서 근무하던 청소노동자가 직업성 암으로 첫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OLED라인에서 근무하다가 유방암에 걸린 청소노동자 A씨는 2021년 12월 20일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로부터 업무상 재해임을 인정받았다.

A씨는 디스플레이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던 중 2020년에 정년을 맞아 일을 그만두었으나, 그 직후인 2021년 4월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삼성디스플레이 청소노동자로 입사하기 전까지 미싱사(20년), 택시운전사(1년), 요양보호사(1년 반) 등의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A씨의 동료 청소노동자인 B씨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의 도움으로 유방암에 대해 산재신청을 진행하고 있던 상황에서 A씨가 같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B씨가 A씨에게 산재신청을 권유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A씨는 반올림과 함께 2021년 6월에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했다.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A씨의 유방암을 업무상 질병이라고 판단했다. 

미싱사로 근무하던 기간에 불규칙적이고 간헐적인 야간 및 철야 작업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 외 사업장에서도 격일제, 변형 또는 3교대로 근무해 야간 근무 이력은 약 20년 이상으로 볼 수 있는 점, 디스플레이 생산공정에서 스막룸(smock room) 청소 과정에서 다양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존재하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산재로 인정을 받았다.

A씨는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주로 청소한 공간은 스막룸이다. 스막룸이란 클린룸으로 이루어진 디스플레이 공장 라인을 들어가기 위한 준비 공간이다. 디스플레이 공장의 작업자들은 스막룸에서 옷(일상복↔방진복)을 갈아입고 라인에 들어가거나 라인에서 나와서 옷을 다시 갈아입는다.

전자산업 직업병에서 그간 주로 주목을 받은 곳을 생산설비가 있는 클린룸이었다. 이렇다 보니 A씨의 작업공간인 스막룸 등 주변공간의 위험성 여부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반올림은 "A씨와 같이 스막룸 청소를 했던 유방암 피해자 C씨는 스막룸의 경우 라인에서 나온 작업자들이 옷, 신발, 장갑 등에 화학물질을 묻혀 나온다고 했다"며 "그래서 작업자들이 쓰고 난 복장을 정리하는데 그 복장에서 냄새가 많이 났다고 했다"고 C씨의 증언을 전했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반도체 제조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작업환경 및 유해요인 노출특성 연구'에서도 스막룸에서 라인 내 화학물질이 검출된다고 지적했다.

반올림은 "그간 스막룸의 위험성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적은 없었다. 산재신청은 A씨가 처음이고, 지원보상(회사의 보상)은 산재보다 문턱이 낮게 설계돼있지만 스막룸 피해자는 인정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C씨, A씨와 같이 스막룸 피해자가 나타나면서, 다행스럽게도 스막룸의 위험성이 인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 지원보상위원회도 스막룸 작업자를 지원보상대상으로 포함시켰고, 근로복지공단도 스막룸 작업자를 처음으로 산재로 인정했다”며 “이번 판정에서의 스막룸처럼 하부층 등 다양한 클린룸 주변공간도 점차 위험성이 확인되고 인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올림은 "신청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는 인정된다는 것이 참석한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며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는 2021년 12월 22일 A씨의 산재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의 산재승인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청소노동자 첫 산재 인정사례인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하지만 A씨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장의 노동자로는 오퍼레이터와 엔지니어 외에도 다양한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지만 잘 드러나 있지 않은 상황이라, 노출가능한 위험이 무엇인지, 피해가 얼마나 존재하는지 등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반올림은 "그간 14명의 청소노동자 피해제보가 있었다. 전자산업 청소노동자의 직업병은 아직 사회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그럼에도 스스로 직업병을 의심하고 상담한 분들이 이 정도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는 전자산업 청소노동자 직업성 암 첫 산재 인정자이다. 이전에는 청소노동자의 경우 노출이 일반 작업자보다 낮을 것으로 보고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피해자들의 진술을 들어보면 화학물질로 추정되는 물질들을 면포로 닦은 후 그 면포를 털어낸다거나, 새어나온 화학물질이 있으면 리트머스 시험지를 던져 그 색깔을 보고 조치했다는 등 상당히 위험하다고 짐작되는 부분들이 많았다"면서 전자산업 청소노동자의 피해사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올림 청소노동자 피해제보 현황>

A(유방암) - OLED 청소노동자 * 산재 승인

B(유방암) - OLED 청소노동자 * 산재 공단 불승인 후 소송 진행중

C(유방암) - 반도체 청소노동자

C(유방암) - 반도체 청소노동자 * 산재 불승인

E(유방암) - 반도체 청소노동자

F(유방암) - OLED 청소노동자

G(백혈병) - 기타 클린룸 청소노동자

H(림프종) - 반도체 청소노동자

I(뇌종양) - OLED 청소노동자

J(췌장암) - 반도체 청소노동자 * 산재 진행중

K(피부암) - LCD 청소노동자

L(위암) - LCD 청소노동자

M(미상의 종양) - 반도체 청소노동자

N(루푸스) - 반도체 청소노동자 * 산재 불승인

[로리더 김상영 기자 / jlist@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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