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김호철 회장)는 25세 미만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에 대해 청년층의 정치 참여 확대를 가로막았다면서 강력히 규탄했다.

쉽게 말해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면 25세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변 아동인권위원회(위원장 소라미)는 “지난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2011헌바379 등)을 하는 등 여러 사안에 대해 진일보한 결정들을 다수 선고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러나 마치 옥의 티처럼 헌재는 25세 미만인 자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제16조 제2항 및 제3항이 합헌이라고 선고했다”며 “청소년과 청년층의 정치 참여 확대를 이번에도 가로막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헌법재판소는 2005년부터 25세 미만인 자의 피선거권 제한 규정의 위헌성을 판단해 왔는데, 이번 결정문에서 밝힌 것처럼 총 5차례의 헌법소원 사건에서 똑같은 요지의 결정을 반복했다.

민변 아동인권위원회는 “이번에도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의원 등의 피선거권을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부여할 것인지는 입법형성권에 맡겨져 있다’고 하면서, ‘대의제 민주주의 하의 대의기관에는 그 지위와 권한에 상응하는 대의활동능력 및 정치적 인식능력이 필요하니,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25세 미만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공무담임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던 선례의 판단을 변경할 만한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며 “지난 결정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소수의견 하나 없는 재판관 전원 일치의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이번 결정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여러 차례 밝혔던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헌법적 중요성은 정작 청소년들과 청년들에게는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며 “피선거권 연령을 25세로 제한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규정은 1948년 3월 미군정이 제정한 ‘국회의원선거법’ 제1조에서 시작돼 무려 70년간 어떠한 개정도 없이 지금까지 내려왔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규정에 대한 시민 사회의 줄기찬 문제제기를 13년 동안 묵살해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헌법재판소는 대의기관에 일정한 능력과 자질이 필요하다는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대체 그 능력과 자질의 실체가 무엇인지 헌법재판소에 되묻고 싶다”며 “25세 미만의 청소년과 청년들에게는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의 공직에서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70년 동안 없었는가. 그러한 능력과 자질은 유권자를 통해 ‘검증’되어야 하는 것이지, 연령에 따라 일률적으로 없는 것처럼 의제되는 현 실태는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헌법재판소가 여러 차례 밝혔듯이 피선거권이 중요한 헌법상 기본권이라면 25세 미만의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피선거권을 일률적으로 인정해서는 안 되는 명백하고 구체적인 근거(자질 부족)가 과연 존재하는가 여부를 헌법재판소는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참정권의 헌법적 중요성을 말하면서 왜 그 행사 여부를 결정하는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능력과 자질을 운운하며 폭넓은 재량을 인정하는가. 현행법상 25세 이상의 제한능력자에게도 선거권이 인정되는 것과 비교해보면 현행법의 25세 피선거권 규정이 과연 합리적인 입법재량 내의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짚었다.

민변은 “왜 헌법재판소는 25세 이상의 피선거권 국가는 바라보면서(미국, 일본, 이탈리아, 알제리), 다른 국가의 전향적인 기준(캐나다, 독일, 스페인-18세, 영국-21세, 프랑스-23세)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가. 법령에서 피선거권자에게 요구하는 납세나 병역 관련 서류 규정을 두고 납세나 병역의무 이행을 마치 피선거권의 자격요건인 것처럼 언급하는 헌법재판소의 태도는 참정권을 마치 기본권이 아닌 의무 이행에 따른 대가인 것처럼 취급하는 것으로까지 읽힌다”며 “19세 선거권과 25세 피선거권이라는 커다란 괴리를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라는 게 과연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민변은 “공교롭게도 헌법재판소는 같은 날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선거구를 획정할 때 헌법이 허용하는 인구편차 기준을 지난 2007년에 제시한 인구비례 4:1에서 3:1로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헌법재판소가 이미 투표권을 획득한 성인들의 권리 침해 문제는 인정하면서도, 아직 온전한 참정권을 얻지 못한 청소년과 청년들의 권리는 계속 입법재량의 문제라면서 판단을 회피하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정부 개헌안에 명시되었고 현재 국회에 다수의 개정 법안이 제출돼 있는 18세 청소년의 선거권 문제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과연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심히 우려스럽다”며 “헌법재판소가 이 사안마저도 입법형성권의 허용범위로 판단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분명히 요구한다. 그 입법형성권의 헌법적 한계를 잡아주기 위해 헌법재판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민변은 “2017년의 대통령 선거와 2018년의 지방선거에서 19세 미만의 청소년들은 줄기찬 투쟁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무관심으로 인해 선거권을 얻지 못했고, 국회에 계류 중인 수많은 선거권과 피선거권 연령 개정 법안들이 언제 논의돼 통과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전향적으로 피선거권 연령 제한 규정에 대해 위헌이라고 선언했다면 청소년 참정권 법안을 방치하고 있는 국회를 움직이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역사적 기회를 저버린 헌법재판소의 안일함을 다시 한 번 규탄한다”고 성토했다.

끝으로 “국회가 더 이상 헌법재판소를 기다리지 말고 현재 계류 중인 16세, 18세 청소년 선거권과 피선거권 보장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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