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헌법재판소는 26월 28일 재판관 8:1의 의견으로, 대형마트 등에 대해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을 할 수 있도록 한 유통산업발전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2013년 1월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 12조의2(대규모점포 등에 대한 영업시간의 제한 등)는 지자체장(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및 대규모점포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해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매월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천 중구청과 부천시, 청주시는 유통산업발전법 규정을 근거로 지역 내 대형마트에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 또는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는 동시에,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했다.

이에 대형마트 측은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 2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의 합헌 의견과 재판관 1명의 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났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강한 자본력과 시장지배력을 가진 소수 대형유통업체 등의 독과점에 의한 유통시장 거래질서의 왜곡을 방지하고 대형마트 등이 지역상권을 장악함으로 인해 현저히 위축되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전통시장과 중소유통업자들을 보호함으로써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고, 대형마트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도모하며, 대형마트 등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하는바, 이는 헌법에 규정된 경제영역에서의 국가목표 등을 구체화한 공익으로서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형마트 등의 영업일과 영업시간을 일부 제한하는 방법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 달성에 유효한 수단이 되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말했다.

헌재는 “대형마트 등은 강한 자본력과 납품업체에 대해 가지는 계약상 지위의 우월성 등을 바탕으로 영업활동과 시장지배력을 계속 확장해 온 반면 자본력을 갖추지 못하고 규모도 영세한 대다수 전통시장과 중소유통업체는 급격히 위축돼 왔다”며 “대형마트 등과 전통시장이나 중소유통업자들의 경쟁을 형식적 자유시장 논리에 따라 그대로 방임한다면, 결국 대형마트 등만이 시장을 장악해 유통시장을 독과점하고, 전통시장과 중소유통업자들은 현저히 위축되거나 도태될 개연성이 매우 높아, 유통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질서가 깨어지고, 다양한 경제주체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한 시장기능의 정상적 작동이 저해되며, 중소상인들의 생존 위협으로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 등 경제영역에서의 사회정의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국가는 헌법 제119조 제2항에 따라 대형마트 등이 유통시장을 지배하고 경제력을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대형마트 등과 중소유통업체 등 관련 경제주체간의 부조화를 시정하거나 공존ㆍ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대형마트 등의 시장지배 확대 등으로 인한 문제점을 방지ㆍ시정하기 위한 장기적 대책으로는 전통시장이나 중소유통업자들이 자생적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며 “그러나 현재와 같이 전통시장이나 중소유통업자들의 매출감소 및 그로 인한 쇠퇴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장기적 지원정책들의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전통시장이나 중소유통업자가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경쟁력의 회복이 매우 어렵게 될 것이므로, 불가피하게 대형마트 등의 영업을 직접적으로 규제함으로써 전통시장이나 중소유통업자들로 하여금 매출을 유지하면서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법자의 판단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소비자의 이용 빈도가 비교적 낮은 심야시간 및 아침시간에 국한해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 지정도 매월 이틀을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며, 영업제한의 대상도 모든 대규모점포가 아닌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한정하면서 농어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농수산물의 매출 비중이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경우를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또 심판대상조항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하여금 그 지역 유통시장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해 영업제한 조치를 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고,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거나 필요에 따라 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영업제한 조치로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게 되고, 대형마트 등에 납품하는 중소유통업자와 농어민들, 대형마트 내의 입점상인들도 매출감소로 인한 손실을 볼 수 있으나, 이는 대형마트 등에 대한 영업제한에 따라 부득이하게 발생하는 부수적 결과”라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심판대상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충족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심판대상조항은 대형마트 등에 대하여만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을 할 수 있도록 해, 대형마트 등의 운영자를 그러한 제한을 받지 않는 다른 대규모점포의 운영자와 차별 취급하고 있으나, 대형마트 등과 영업제한을 받지 않는 다른 형태의 대규모점포들은 판매하는 물품의 종류와 범위, 주요 소비층의 범위, 영업형태 등에서 지역상권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있으므로, 이들을 차별 취급함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 조용호 재판관 위헌 반대의견

한편, 조용호 재판관은 위헌 반대의견을 개진했다.

조용호 재판관은 “판대상조항은 ‘경쟁’의 촉진이 아닌 ‘경쟁자’를 보호하기 위한 경제적 규제로서, 불공정 거래행위 등 실정법 위반행위가 있기도 전에 대형마트 등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심판대상조항은 그 자체로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불가능하게 하고, 자유시장 경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어서 적합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재판관은 “대형마트 등에 대한 영업규제가 도입된 지 5년 이상이 경과했고, 그 동안 대형마트 등에 대한 영업규제 외에도 전통시장 등의 지원을 위한 각종 정책들이 시행됐으나, 그로 인해 전통시장 등으로의 매출이전 효과가 있음을 나타내는 유의미한 실증적인 조사결과는 보이지 않는다”며 “대형마트 등에 대한 규제의 이득을 전통시장 등이 보는 것이 아니라 입법자의 의도와는 달리 편의점ㆍ복합쇼핑몰ㆍ온라인쇼핑 등이 이득을 보고 있는 등 시장구조의 심각한 왜곡현상을 초래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조용호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영업규제는 대형마트 등 운영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상당 부분 제한해 그들의 매출액 감소를 초래하고, 국내 유통업의 대외적 경쟁력을 약화시키며, 관련 납품 중소유통업체와 농어민ㆍ축산인, 입점상인은 물론 그들과 대형마트 등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근 소상공인의 소실 및 일자리 감소로 인한 피해자 막대할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등의 운영효율성 저하에 따른 비용 증가가 제품 판매가에 반영됨으로써 결국 소비자 물가를 상승시키고, 대형마트 등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선택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소비의 감소에 따른 세수의 감소까지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은 공익 대 사익의 비교가 아니라 공익 대 공익의 비교 문제이다. 심판대상조항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인 전통시장 등의 보호효과는 거의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미미한 데 비해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제한ㆍ침해되는 공익은 월등하게 크다”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도 위배된다”며 위헌 의견을 냈으나 소수에 그쳤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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